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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l 31. 2021

뒤돌아보지 마세요

-전설의 바다 아드리아해의 해돋이

후회하지 않는 삶이 존재할까..?!!



   서기 2021년 7월 30일 새벽 04시 30분,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중심가에서 문을 박차고 나섰다. 집을 나설 때쯤이면 도시를 가로지르는 자동차들은 대부분 청소차들이다. 사람들이 잠든 틈을 타 도시 곳곳을 청소하는 것이다. 도시가 말갛게 유지되는 것도 이들의 수고 때문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 누군가 도시의 오염원을 치우지 않는다면 얼마나 황폐할 것인가.. 



이른 새벽을 깨울 때 맨 먼저 나를 반기는 것은 도시를 어슬렁거리는 길고양이와 쓰레기를 줍거나 분리수거하는 사람들이다. 그 공간을 지나야 비로소 호흡이 편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아드리아해가 내려다 보이는 바닷가에 다다르면 공기의 절반은 상큼하다. 내륙풍이 도시에 남은 별로 향기롭지 않은 냄새를 모두 아드리아해로 보내 말갛게 정화를 하는 것이다. 



아침운동을 하지 않았을 때는 이 같은 상황을 전혀 몰랐다. 그 시간까지 잠을 청하는 사람들도 새까맣게 모를 것이다. 설령 바닷가 리스또란떼에서 밤을 꼬박 새운 청춘들이라 할지라도 그런 사정을 알 리가 없다. 그들은 여전히 바다가 실어 날라준 말간 향기로 호흡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아침, 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자꾸만 한눈을 팔게 됐다. 이제 해돋이 사진을 절반으로 불이든가 아니면 몇 장으로 줄일 생각으로 산책로를 지나고 있지만, 버릇은 참 희한하다. 나는 어느 덧 신의 그림자와 함께 동행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네 삶 가운데 신기한 게 있다. 망각이라는 기능이다. 나쁜 기억들은 지워버리고 좋은 기억만 남게 만드는 추억의 기능.. 그게 없었더라면 얼마나 삭막하거나 살벌할까.. 



영상, L'alba del leggendario Mare Adriatico_il 30 Luglio 2021 뒤돌아보지 마세요




사노라면 별의별 일이 다 생기고 그 가운데는 가슴을 찢어버랄 듯한 나쁜 기억들이 존재하게 된다. 그런데 망각이란 기능은 그걸 오랫동안 기억하지 않고 지워버리며.. 내 곁에서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던 짧은 순간들을 길게 편집(?)하여 당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살다 보면.. 사는 동안.. 후회하지 않는 삶이 존재할까.. 



그렇다고 뒤돌아보지 말아야 한다. 



나는 그런 현상을 이성적으로 깨달은 지 꽤 오래되었지만, 내 마음속 촉촉한 감성에서 나를 일깨운 시간을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우리 행성의 매일 똑같은 자전과 공전을 통해 순행을 배우는 것이며, 역행이 가져다 불 불행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럴 리가 없지만 해님이 해돋이 시간을 거역하고.. 해넘이 시간에 당신의 모습을 보인다면 얼마나 황당할 것이며,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단박에 짐작이 간다.



 해님은 "이곳저곳 살피되 앞만 보며 뒤돌아보지 말라"는 것이다. 



설령 후회가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책을 제시해 줄 망정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그때쯤이면 나는 혹은 우리는.. 해님이 돌아선 저만치에서 고개를 떨굴게 분명한데 말이다. 



소돔과 고모라.. 



그들은 성적으로 타락했다고 말하지만, 감성은 물론 이성적으로도 타락의 길을 들어섰지 않았을까.. 당신의 생각이 미래에 머물러있지 않고 여전히 과거에 머물고 있었던 것이다. 해님은 과거를 용서하지 않는다. 오로지 내일만 있을 뿐이다. 내가 매일 해님을 만날 때는 내일의 현재이며 오늘이다. 뒤를 돌아본다고 하여 과거가 내 앞에 있을 수가 없다. 해님이 가르쳐 준 평범한 진리이다.


L'alba del leggendario Mare Adriatico_Non guardarti indietro
il 30 Lugl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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