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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ug 02. 2021

첫날 첫 경험

-전설의 바다 아드리아해의 해돋이

나는 어떤 꿈을 꾸고 살았나..?!!



   서기 2021년 8월 초 하루,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새벽은 떠들썩했다. 주말 저녁 리스또란떼에서 시간을 보내던 청춘들이 밤을 새우고 있는 것이다. 이런 풍경은 구도시 줌 심 뿐만 아니라 바닷가에도 이어지고 있었다. 그도 그럴만했다. 주말 저녁 이곳은 서너 차례의 정전이 이어지고 있었다. 수은주가 섭씨 39도씨를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전기사용이 급증했던지 저녁시간에 여러 번 정전이 되는가 하면 한밤중에 정전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탈리아는 유럽의 주요 5개국 중에서 에너지 대외 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로 전기는 프랑스로부터 수입해 온다. EU 국가(28개국)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2011년 기준 53.8%지만 이탈리아는 무려 81.3%에 달한다. 그 뒤를 이어 스페인이 76.4%이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전기요금은 만만치 않다. 우리 집의 한 달 전기 요금은 대략 7만 원 정도 된다. 평소 전기 사용은 세탁기와 냉장고가 전부나 다름없다. 



8월 초 하루.. 금년 들어 처음으로 에어컨을 가동했다. 녀석은 강력하다. 거실과 안방의 에어컨을 가동하자마자 바닷가에 나가 있는 듯 시원하다. 8월 첫날부터 에어컨을 가동한 이유는 딱 하나.. 오늘 낮 수은주가 41도씨를 가리켰다. 금년 들어 처음으로 폭염이 덮친 것이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옷을 훌러덩 벗고 노트북 앞에 앉으니 신선이 된 기분이랄까..



오늘 아침, 이른 새벽에 아침운동을 나서는데 최근에 볼 수 없는 풍경이 발견됐다. 가로수길에 켜 두었던 가로등이 꺼져있어서 깜깜했다. 오전 5시경이 될 때까지 가로수길은 물론 산책로까지 어둠에 잠겼다. 길이 잘 보이지 않아 휴대폰의 프레시를 작동하며 도로 위의 나의 존재를 알리곤 했다. 



영상L'alba del leggendario Mare Adriatico_il Primo Agosto 2021 첫날 첫 경험




이런 사정은 반환점에 다다라서 겨우 해소됐다. 달님이 하늘 높이 떠 올라있었지만, 너무 힘들었는지 반쪽으로 변해 달빛도 희미했다. 그럴 리가 없지만 만약 해님이 게을러터지면 꼼짝없이 뭉기적 거린 시간만큼 어둠 속에 갇혀있었을 것이다. 8월 초 하루의 시작은 대략 이런 풍경이었다. 바닷가에는 자동차가 쭉 늘어있고 곳곳에 텐트촌이 형성되어 있었다. 주말을 바닷가에서 지내는 사람들.. 



첫날 첫 경험


해돋이가 시작됐다..



해님도 더웠을까.. 아드리아해 수평선 너머에서 해님이 발그레한 얼굴을 천천히 내민다.



나는 이때부터 망부석이 된다.



더위든 정전이든 그 어떤 사정이든 해님이 얼굴을 내밀면 무아지경이 된다.



무아지경(無我之境)..



사노라면.. 살아보니 세상은 덧없음이 지배하기 시작한다. 해님의 정확한 순환처럼 우리의 일상도 정형화된 지 오래다. 학문을 하늘 끝까지 쌓은 자나 나는 새도 떨어 뜨리는 권력자나 평범하기 짝이 없는 보통 사람들이나 잘난 자나 못난 자나 다 거기서 거기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부터 세상은 덧없어지는 것일까..



나는 언제부터인가 해돋이를 맞이하면서 덧없음을 지우고 평범한 사실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신기한 일이었다. 해돋이가 시작되면서 뷰파인더를 해님에게 향하면 어디서 날아왔는지 바닷새들이 뷰파인더를 가로질러 가는 것이다. 어떤 때는 왼쪽에서 어떤 때는 오른쪽에서 어떤 때는 쌍방향에서 날아드는 것이다. 무아지경.. 녀석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반환점을 돌아 하니와 통화를 시도하며 바닷가 사정을 알렸더니 "자기도 텐트 치고 바닷가에서 잠자면 어때..? ^^"라고 제안했다. 나는 그동안 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싶었지만, 그것도 잠시 바닷가에 텐트를 치고 잠을 청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러면 아침운동은 어쩌지.. 샤워는 어떡하고.. 



파도소리를 들으며 시원한 바닷바람을 쏘이며 잠자리에 들면 그야말로 꿀잠이 될 것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만난 풍경 하나가 조금 전 나의 생각을 정리했다. 기족 전부가 피서를 할 수 있는 큼지막한 천막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 같은 풍경이다. 



그런데 바닷가에서 텐트나 천막을 치면서 만나야 하는 풍경은 이러하다. 수은주가 섭씨 41도씨를 가리킬 준비를 하고 있었던 해님을 누군들 알았으랴.. 



깜깜한 새벽에 까만 실루엣이 겨우 보였던 윈드서핑 교실의 깃발 조차 축 늘어지기 시작했다. 바람도 불지 않는 따끈한 바닷가.. 여기까지 돌아오면 대략 오전 6시 30분가량되는 지점이다. 여기서부터 집으로 도착할 때 소요되는 시간은 30분 정도이므로 오전 7시면 아침운동이 마무리된다. 



바닷가에는 아침부터 피서를 나온 가족들이 파라솔이나 텐트를 준비하고 분주하다.



날씨가 더우면 꿈이고 나발이고 다 소용없게 된다. 판단력을 잃게 된다. 한국의 날씨도 더워서 그녀는 아침운동까지 생략했다고 한다. 그녀는 건냉한 에어컨 공기가 싫어서 선풍기에 의존한다. 그런 그녀의 판단이 닿은 것은 바닷가.. 그곳에 텐트를 치면 어떠냐는 제안. 그깟 전기세 때문에 그랬을까.. 이곳에 에어컨 두 대가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살았던 것이다. 



8월 첫날, 에어컨을 작동하고 나니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제발 정전이나 되지 마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바닷가에는 누군가 시원한 음료를 마신 흔적을 남겼다. 다 소용없는 짓이니라.. 현대인들이여 날 더우면 에어컨을 작동하라! 씩~^^


L'alba del leggendario Mare Adriatico_la prima esperienza del primo giorno
il Primo Agost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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