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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ug 03. 2021

인생은 그런 거란다

-전설의 바다 아드리아해의 해돋이

신(神)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들..?!!



   서기 2021년 8월 2일 오전 04시 30분,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 중심에서  집을 나서면 어둠 속에서 맨 먼저 눈에 띄는 장면이 있다. 그곳은 윈드서핑을 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공간이며 경계수 너머 아드리아해의 변화가 감지되는 곳이다. 집에서부터 출발하여 산책로를 출발하여 3.2km 지점에 위치한 곳이다. 이곳에서부터 2.8km를 더 걸으면 반환점에 도달한다. 반환점은 5km에 위치해 있으며 왕복 10km를 매일 아침 걷게 되는 것이다. 



이른 새벽.. 이때 만나는 풍경은 깊은 잠에 빠진 도시와 졸고 자빠진 가로등과 까만 길냥이들이 어슬렁 거리는 풍경이 눈에 띈다. 또 바닷가 산책로에 들어서면 지근거리에서 파도소리가 어둠을 헤집고 내 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파도소리만으로 당일의 기상 상태를 알 수 있다. 



바를레타의 500년도 더 넘은 종려나무 가로수의 이파리가 바람에 흔들리면 아침운동은 매우 상쾌해진다. 산책로 가로수 길은 2.5km까지 이어지는데.. 이 구간을 지나면 바를레타 사구가 길게 이어지고, 좌측은 농사를 짓는 평원이 이어진다. 그리고 우측에는 아드리아해가 넘실거리는 것이다. 



참 착한 바다.. 건기의 아드리아해는 호수보다 더 잔잔하다. 나는 바다가 이렇게 착한 모습을 처음 보게 됐다. 내 고향 대한민국 부산에서는 거의 만날 수 없는 풍경을 매일 만나고 있는 것이다. 본격적인 바캉스 시즌이 시작되면서부터 바닷가 풍경은 많이 달라졌다. 바닷가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바캉스 시즌이 도래하면 이탈리아의 동해안 아드리아해는 피서를 나온 사람들로 빼곡하다. 그들의 수를 일부러 헤아릴 필요는 없다. 바닷가에 줄줄이 사탕처럼 늘어선 쓰레기통을 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는지 단박에 알게 된다. 내가 바닷가로 아침을 나간 시간 이전 새벽 4시부터, 청소부와 청소차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며 피서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치우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려놓는 것이다. 



인생은 그런 거란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산책로와 바닷가를 정리하고 있는 사람들.. 그들 가운데 통성명을 하고 지내는 지인으로 인해 이곳의 사정을 잘 알게 되었다. 바닷가는 몰라도 최소한 산책로 주변에 버리는 휴지와 생활쓰레기 다수는 '청춘들의 짓'이란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게 사랑의 흔적이라나 뭐라나.. 이날 아침 나는 반환점으로 부지런히 발품을 파는 동안, 바닷가에서 연인들이 밀착하여 꼭 껴안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참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그들은 작은 텐트로 밤을 지새우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그때 시간이 대략 새벽 05시 30분이었다. 이날 해돋이 시간은 05시 51분이었으므로 반환점을 돌아올 때까지 21분의 시간이 남아있었다. 이때부터 시간을 계수하며 해돋이 시간을 맞추는 것이다. 



청춘들의 사랑은 내가 설정해 둔 해돋이 포인트 바로 곁이었다. 그 직후 반환점을 돌아와 보니 청춘들은 보이지 않고 자동차의 앞바퀴가 눈에 띄었다. 전륜구동의 자동차를 후진으로 주차를 했다면 몰라도.. 사구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을 그들은 몰랐던 것일까.. 속으로 키득거렸다. 얼마나 다급했으면..ㅋ 



영상L'alba del leggendario Mare Adriatico_il 02 Agosto 2021 인생은 그런 거란다




인생은 다 그런 거지.. 나중 일은 나중에 해결하면 그만인 거야.. 



청춘들이 긴급구조 요청을 하고 떠난 자리 바로 곁에서 뷰파인더를 들여다보며 이날 해돋이를 기다린다. 우리는 불규칙적으로 살아가는 삶이지만 해돋이는 정작 하고 착하다. 뒤를 돌아다보지 않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돌고 또 돈다.



그럴 리가 없지만 사구의 늪에 발(?)을 빠뜨린 자동차처럼 해돋이도 앞 뒤 물 불 가리지 않고 허우적 거린다면.. 우리네 인생을 닮았다면 얼마나 황당할 것인가.. 



세상 모두 삐걱거려도 하나만큼은 바른 길을 걸어야 한다.



매일 아침 만나는 해님의 매력이다.



정직하고 착하다. 한 번 길들여진 순환을 태초부터 영원까지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 해님을 매일 만나는 남자 사람.. 우리 행성에서 착한 그 님을 만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사람들은 해돋이에 눈길 조차 주지 않는다. 관심을 가진 들 달라질 게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일까..



사노라면.. 당신이 전혀 원치 않은 길로 접어들 때가 적지 않다. 아니 숱하다.



허기가 발길을 재촉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 500년도 더 넘은 종려나무 가로수길 맞은편에 청춘의 종려나무가 길게 심어져 있다. 그들은 매일 아침 가로등 불빛에 비친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하니와 함께 걸었던 바닷가 언덕 위에서 바라본 까만 밤이 환하게 밝았다. 그곳에 캠핑카 한 대가 조용히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그녀가 꿈꾸던 자동차.. 그녀는 머지않은 시간에 깜깜한 새벽처럼 불확실했던 시간을 뚫고 이탈리아로 날아올 것이다. 오늘 아침 짧은 통화 너머에서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응, 뱅기표 예매하러 가고 있어욤..! ^^"


L'alba del leggendario Mare Adriatico_La vita è così
il 02 Agost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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