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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ug 07. 2021

D-5, 환상적인 송별연

-전설의 바다 아드리아해의 해돋이

그님은 알고 계셨던 것일까..?!!



서기 2021년 8월 6일 오전 04시 30분,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아침은 남달랐다.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도시를 관통하는 도로 사이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바람은 뽀송뽀송했다. 마치 가을이 온듯했다. 얼마나 시원한지 집을 나서기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한 며칠.. D-day를 정해놓고부터 생각이 많아졌다.



하니와 매일 통화를 하면서 점점 더 그녀가 가까이 다가온 듯한 착각 때문일까..



갈까 말까.. 매일 나서던 아침운동에 게으름이 찾아오는 것이다.



집을 나서 아드리아해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 서자 바람은 더 거세게 불었다.



산책로에 들어서자 500년도 더 된 종려나무 잎사귀가 바람에 서걱대는 소리가 길게 이어졌다.



그리고 반환점의 중간 지점(2.5km)에 들어서자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내륙 풍이 구름 전부를 쓸어내어 아드리아해 상공으로 퍼 나른 것이다. 해돋이가 시작되면 구름들은 영화관의 스크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해무와 다른 구름이 띠를 이루고 있는 곳.



그곳은 시시각각으로 화려한 빛깔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무대 뒤에서 꽃단장을 하시는 해님..



영상,  L'alba del leggendario Mare Adriatico_il 06 Agosto 2021 환상적인 송별연




사진,  L'alba del leggendario Mare Adriatico_il 06 Agosto 2021 환상적인 송별연



아마도.. 이런 기분을 아는 사람은 나 혼자 뿐이겠지.. 이틀 전에는 시무룩 하던 해님이 밤 사이 환상적인 송별연을 준비해 놓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에 만난 가장 화려한 해돋이는 그렇게 시작됐다.



내가 찜해둔 해돋이 지점에서 해님을 기다렸다. 이날 해돋이 시간은 05시 55분..



해님은 정확히 시간에 맞추어 무대 뒤에서 등장하셨다.



화려한 송별연을 준비한 해님은 머리에 알록달록한 붉은 천을 둘렀다. 



해님 뒤로 근사한 조명이 밝게 빛나며 환송연이 펼쳐지는 행사장으로 사뿐사뿐 걸음을 옮기셨다.



나는 해님과 행사장을 오가며 곧 멀어지게 될 시간을 계수하고 있었다. 마음은 집시.. 해님은 노래를 불렀다.




Il Cuore E Uno Zingaro(마음은 집시)

-Nada Malanima



Avevo una ferita in fondo al cuore, (내 마음 깊숙이 상처를 입었었지요)

Soffrivo, soffrivo..(슬프고, 슬펐답니다)

Le dissi non e niente, ma mentivo, (당신한테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했지만 거짓말이었지요)

Piangevo, piangevo.(울고, 울었답니다)


Per te si e fatto tardi e gia notte(당신께는 늦은 정도였지만 이미 밤이 깊었어요)

Non mi tenere, lasciami giu, (나를 잡지 마세요, 그냥 내버려 두세요)

Mi disse non guardarmi negli occhi(당신은 나를 보지 않겠다고 말하곤)

E mi lascio cantando cosi.(나를 이렇게 노래하도록 내버려 두었어요)


Che colpa ne ho(내게 무슨 잘못이 있나요)

Se il cuore e uno zingaro e va, (마음이 떠도는 집시라면)

Catene non ha(얽매려 하지 말아 주세요)

Il cuore e uno zingaro e va, e va(마음은 떠도는 집시랍니다)


Finche trovera il prato piu verde che c'e, (풀밭이 더 푸르러질 때까지)

Raccogliera le stelle su di se(내 머리 위에 떠 있는 별들을 딸 겁니다)

E si fermera, chissa. e si fermera.(그러다 그만둘 거예요, 누가 아나요. 그러다 그만둘 거예요.)




L' ho vista dopo un anno l' altra sera, (한 해가 흐른 어느 날 밤 당신을 보았지요)

Rideva, rideva, (웃고, 웃었지요)

Mi strinse, lo sapeva che il mio cuore(나를 짓누른 건, 당신이 내 마음을 알고 있다는 거예요)

Batteva, batteva.(가슴이 마구 요동치고 있었어요)


Mi disse stiamo insieme stasera, (당신은 말했지요. 오늘 밤 함께 있자고)

Che voglia di risponderle si, ('네'라고 짐작했겠지만)

Ma senza mai guardarla negli occhi(나는 당신을 보지 않았어요)

Io la lasciai cantando cosi(당신이 그렇게 노래하도록 내버려 뒀어요)

Che colpa ne ho(나한테 무슨 잘못이 있나요)


Se il cuore e uno zingaro e va, (마음이 떠도는 집시라면)

Catene non ha(얽매려 하지 말아 주세요)

Il cuore e uno zingaro e va, e va(마음은 떠도는 집시랍니다)


Finche trovera il prato piu verde che c'e, (풀밭이 더 푸르러질 때까지)

Raccogliera le stelle su di se(내 머리 위에 떠 있는 별들을 딸 겁니다)

E si fermera, chissa. e si fermera.(그러다 그만둘 거예요, 누가 아나요. 그러다 그만둘 거예요.)


*1971년 산레모 가요제(Festival della Canzone Italiana ) 대상곡인 '마음은 집시'의 원문 일부는 재번역했음을 참조 바란다. 정말 아름다운 노랫말이다.





해돋이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하늘은 구름으로 뒤덮였고 해님은 손을 흔들며 무대 위에서 오랫동안 노래를 불렀다. 마음은 집시..



이날은 특별했다. 갈매기와 이름 모를 바닷새들이 머리 위에서 맴돌며 나를 배웅했다.



그리고 곧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이틀 전에 만났던 라파엘레를 산책로에서 만난 것이다. 이날 여러 컷의 사진을 찍기 위해 해변을 들락거렸더니 운동화에 모래가 들어 불편했다. 그래서 산책로 곁에 길게 늘어서 있는 벤치에 앉아 운동화를 벗어 모래를 털어내고 있는데 누군가 "짱~"하고 나를 불렀다. 고개를 들어보니 라파엘라였다. 얼마나 반가운지..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주먹을 마주치며 인사를 건넸다. 그는 평소 나 보다 먼저 집을 나서서 반환점 근처에서 만났는데 이날부터 운동량을 절반으로 줄인다고 했다. 그의 얼굴은 환했다. 돌아서는 그에게 "너무 반가워요"라고 인사를 건네자 그는 다시 손을 흔들어 보였다. 건강하게 다시 돌아온 것이다.



해님은 환상적인 송별연을 통해 라파엘레를 등장시켰다. 하늘은 일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L'alba del leggendario Mare Adriatico_Una fantastica cerimonia di commiato
il 06 Agost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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