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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ug 08. 2021

D-4, 여왕님의 길은 로마로 통한다

-전설의 바다 아드리아해의 해돋이

그녀도 잠 못 이루는 밤의 연속일까..?!!



   서기 2021년 8월 7일 새벽 04시 30분 어김없이 집을 나섰다. 산책로 끄트머리에 들어서자 청춘들이 모닥불을 피워놓고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 저만치 아드리아해 너머에서 동이 터오고 있는 모습이 발그래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날 해돋이 시간은 오전 05시 56분이었으므로 대략 50분 후면 해돋이가 시작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어둠이 지배하고 있는 새벽녘.. 



무슨 까닭인지 간밤에 잠을 설치며 새벽 2시가 넘도록 잠을 청하지 못했다. 겨우 눈을 부친 후 1시간여의 시간이 흐른 후 새벽 4시에 눈을 뜨고 집을 나서게 된 것이다. 이런 일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틀 전에는 하니가 잠이 오지 않는다며 전화를 걸어오기도 했다. 그녀가 이탈리아로 다시 돌아오는 날짜를 잡아놓고 생긴 일이었다. 


어둠 속을 걸을 때도 생각은 온통 그녀와 그녀가 도착하게 될 로마 공항(Aeroporto intercontinentale Leonardo da Vinci 또는 Aeroporto di Roma-Fiumicino) 혹은 바를레타에서 로마로 이어지는 여정과, 내가 준비해야 할 일들이 머릿속을 오락가락했다. 꿈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오늘과 내일이 지나면 그녀는 로마 공항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정확히 다음 주 수요일(11일)이다.



바를레타-로마까지 거리와 이동시간은 위 자료사진과 같다. 두 노선 가운데 짧은 노선이 376km이고 편도로 4시간이 소요되는 거리이다. 왕복에 소요되는 시간과 공항에서 뭉기적 거리는 시간 등을 감안하면 최소 10시간에서 최대 12시간 이상은 소요될 게 뻔하다. 우리가 피렌체서 살 때 한국을 다녀온 그녀를 배웅하러 나갈 때는 기차를 이용했다. 무거운 케리어 두 개를 들고 로마 공항에서 다시 피우미치노 역까지 이동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위 꼴로세오가 중심에 위치한 로마의 자료사진은 위키피디아에서 모셔왔다. 



불과 두 해만에 우리에게 자동차가 생겼고, 자동차는 이탈리아 북부는 물론 스위스와 프랑크 푸르트 공항까지 다녀오는 놀라운 일이 만들기도 했다. 참 바쁘게 살았다. 먼 나라 이탈리아에서 자동차 운전면허를 갱신하고, 다시 자동차를 살 때까지 기억 속에는 로마에 대한 좋은 기억보다 힘들게 세 번씩이나 다녀온 기억 밖에 없었다. 

이미지는 영상에서 캡처한 것으로 로마는 침묵의 도시로 변한 모습이다. 한 때 지구별의 중심축이었던 도시를 비루스가 삼킨 것과 별로 다르지 않은 풍경들..


우리 대사관에서 운전면허에 필요한 공증 서류를 만들고 다시 찾으러 간 것. 거기에 하니를 배웅하면서 3번의 기록을 채운 것이다. 그리고 이번까지 네 번째.. 희한하게도 로마는 우리와 인연이 닿지 읺았다. 죽기 전에 꼭 한 번만 살아보고 싶었던 피렌체를 제외하면 딱히 우리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나는 물론 그녀도 제국주의나 전체주의를 좋아하지 않는 까닭에 로마에 묻어있는 역사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도시국가들 중에는 로마를 비롯하여 아테네 등이 있었지만, 유독 로마에는 곁을 두지 않았던 것이다. 그 이유 중에는 네로 황제와 엄마의 막장 드라마가 끼어들고 있었다. 나의 브런치에 이렇게 기록했다.




네로 황제와 엄마의 막장 드라마


현재 꼴로세오가 위치한 자리에 로마 제국의 제5대 황제 네로와 그의 엄마 아그립삐나 등의 불편한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네로 황제와 관련한 이야기들은 그저 폭군 정도로 인식했다. 그러나 관련 기록들을 들추어 보면서부터 폭군이 된 인간 네로의 인간성은 물론 그의 엄마의 비뚤어진 욕망이 당신은 물론 한 인간 혹은 나라를 망치고 있었던 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네로 엄마 아그립삐나로부터 발현되고 있었다. 



아그립삐나는 아들 네로를 황제로 만들기 위해 그의 작은 아버지(숙부)와 근친상간의 결혼을 하게 됐다. 그리고 다시 그녀는 로마 제국 4대 황제였던 작은 아버지 끌라우디우스를 독살하고, 아들 네로를 로마 제국의 제5대 황제로 즉위시키는 술수와 음모를 성공시켰던 것이다. 



미모로 알려진 네로 엄마의 그동안의 행실은 매춘부나 다름없었으며 권력의 맛이 어떠한 것인지 너무도 잘 아는 여자였다. 그동안 로마 제국은 한 매춘부에 놀아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런 그녀에게 두 번째 위기가 찾아들게 됐다. 네로가 황제에 즉위된 후 잘 나가던 그녀에게 벼락같은 일이 생기며 궁지에 몰리게 된 것이다. 



네로가 황제로 즉위할 수 있게 된 결혼 상대자인 왕비 옷따비아(독살된 작은 아버지의 딸)를 네로가 멀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네로는 로마에서 잘 나가던 한 여성 매춘부와 놀아나고 있었으며, 그녀에게 푹 빠져있었던 것이다. 그런 모습을 네로의 엄마가 그냥 놔 둘 리가 없어 어느 날 타이르고 또 타일러도 '배운 도둑질'은 어쩔 수 없었던지 갈수록 바람질은 증폭됐다. 



그러던 어느 날, 네로는 그동안 오만방자를 떨던 엄마 아그립삐나의 정부를 추방시키기에 이르렀다.  엄마가 매춘부와 놀아나는 간섭 때문이었다. 네로 엄마는 화가 치밀대로 치밀어 독설을 퍼붓게 됐다. 이후 모자간의 사이는 찢기우며 상처는 아물 수 없을 정도까지 이르게 된다. 그 장면을 이렇게 기록해 두었다



"야 이놈아!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나를 무시해.. 너는 본시 황제 자격이 없는 놈이야. 정통적 계승자는 브리따니쿠스(Tiberio Claudio Cesare Britannico)란 말이야. 널 가만두나 봐..!!"



네로는 섬찟했다. 그는 잠시 권력에 심취했던 나머지 그의 정체성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네로는 클라우디우스 황제의 첫 번째 왕비 발레리아 메살리나(Valeria Messalina)가 낳은 정통 후계자인 동생 브리타니쿠스의 존재를 두려워하게 되었다. 엄마가 음모 사실을 까발리게 되는 즉시 네로의 위치가 흔들릴 게 틀림없었다. 따라서 네로는 아예 브리타니쿠스를 독살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엄마로부터 학습한 독살 방법을 그대로 따라 하며 음모를 실행에 옮기고 있었다. 



네로는 어느 날 배 다른 동생 브리따니꾸스를 위하는 척 만찬에 초대했다. 그동안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지냈지만 그를 만찬에 초대한 건 이유가 있었다. 엄마의 독설이 아니었다면 브리따니꾸스의 생명은 좀 더 길어졌을지 모른다. 네로는 그의 동생을 독살하기로 마음먹고 엄마의 독살을 도왔던 독살 전문가 루꾸스따(Lucusta) 은밀한 상담을 나누었다. 대략 이런 풍경이다.



네로: 흠.. 엄마처럼 했다가 문제가 생기는 게 아냐?

루꾸스따: 그럼 이렇게 해 보는 게 어때요. 오빠.. 아니 황제 폐하!

네로: 어떻게..?

루꾸스타: (입을 네로의 귀에 대고) 속닥속닥..!

네로: 흠.. 바로 그거야! 넌 역쉬 전문가야!

루꾸스타: 글치만 조심해야 해요. 오빠.. 아니 황제 폐하!



루꾸스타가 네로 황제에게 가르쳐 준 독살 방법은 엄마가 사용한 독살 법과 비슷했다. 네로는 엄마의 독살을 곁에서 학습하며 어느덧 동생을 죽일 심산이었다. 따지고 보면 네로 엄마는 도끼로 제 발등을 찍은 셈이랄까.. 


해돋이 기다리는 바닷새 한 마리..


독살 전문가 루꾸스따의 조언에 따르면 이미 독살된 클라우디우스 황제의 아들 브리따니꾸스가 간질을 앓고 있으므로, 그 약점을 이용하라는 것이다. 네로가 즉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브르따니꾸스의 간질이 작용한 것이다. 그렇다면 간질병을 이용한 독살은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네로의 배 다른 동생 브리따니꾸스의 독살은 의외로 싱겁게 끝났다. 네로는 저녁을 먹는 동안 동생을 마구잡이로 추켜세우며 건배를 연거푸했다. 포도주 항아리가 금세 바닥을 비우면 그 자리에 새로운 항아리가 자리 잡았다. 네로의 곁에서 시중을 들던 시녀는 로꾸스따가 보낸 앞잡이로 브리따니꾸스는 그녀를 알 리가 없었다. 


그녀는 브리따니꾸스의 잔이 바닥나기 무섭게 잔을 채우곤 했다. 그리고 한 순간 브리따니꾸스는 독살자가 건넨 독배를 들이키게 된 것이다. 브리따니꾸스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녀는 그 즉시 루꾸스따의 조언에 따라 고깃덩어리 한 조각을 브리따니꾸스의 입 안 깊숙이 밀어 넣었다. 이야기가 더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열어보시기 바란다.


로마 황제 네로와 엄마의 암투 
독살에 사용한 독초와 버섯요리
독살 놀이에 빠진 네로 황제와 엄마
네로 황제 엄마의 일탈과 음모
남들 다 고개를 끄덕일 때


한 때 인구 500만 명에 이른 로마제국을 지배했던 황제들 중에 잘난 황제도 있을 수 있지만, 내 기억 속에는 하나같이 인간말종의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인문학자들은 로마를 칭송하는데 침이 마르지 않았다. 그대신 민중들이 건설한 건축물 등은 위대했다. 그 가운데 꼴로세오(콜로세움)는 단연 으뜸이었다. 로마에 우리가 잘 아는 바티칸이 있지만, 그들의 역사를 뒤집어 봐도 썩 나아 보이는 점이 눈에 띄지 않는다. 



권력의 중심축.. 그곳에서는 민중들을 억압하는 잔머리들만 수두룩한 것이다. 로마뿐만 아니다. 대한민국이 OECD 국가들 중에서 청렴도가 꼴찌라는 점 부끄럽게 여겨야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인면수심의 뻔뻔스러운 모습들이다. 쥴리가 그렇고 윤도리도리가 그러하며 정치검찰과 사법부는 물론, 들여다보면 볼수록 눈이 아파올 정도이다. 



참 미안한 생각이지만 그런 나라를 떠나 먼 나라 이탈리아에서 아침마다 해님을 만나 무념무상에 빠지는 일은 더없이 행복한 일이다. 대한민국에 선조님들과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적폐세력이 있다면 오늘날 이탈리아의 배경에는 로마제국이라는 괴물이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다음 주 수요일 나는 한 때 세계(지중해 주변 국가)를 호령했던 로마로 가게 된다. 



영상,  L'alba del leggendario Mare Adriatico_il 07 Agosto 2021 여왕님의 길은 로마로 통한다




로마를 떠올릴 때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말.. 한 때 잘 나가던 로마의 현주소였다. 서두에 기록해둔 바를레타-로마의 길 뷔아 압피아(VIA APPIA, 아피아 가도)도 그러하다. 지금은 고속화 도로가 되었지만, 이곳 바를레타 또한 그 한 축을 담당했던 역사적 기록이 있다. 남의 나라를 침탈하여 로마로 실어 나른 재화들.. 공교롭게도 그녀는 한국에서부터 독일로 이동한 다음 다시 알리탈리아(Alitalia) 항공편을 갈아타고 로마로 입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로마로 통하는 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주말.. 해돋이가 시작된 이래 나의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상념들이 하나둘씩 정리되어 갔고 그녀는 한국에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케리어에 담을 목록을 점검하고 마지막으로 김치를 다 덜어오고 싶어 했다. 내게 줄 가장 큰 선물로 생각했을까.. 하지만 그녀의 체력은 케리어 하나 조차 버거운데 예비 가방을 하나 더 준비할 욕심이라니 무조건 말렸다.




"자기.. 뭐 필요한 거 없어욤..? ^^"

"아고고, 그만 하세요. 그러다 병나욤..당신만 오면 된다니까!ㅜ"





지난해 10월 23일.. 이탈리아의 코로나를 피해 한국으로 도피한 그녀는 대략 10개월째 한국에 머물고 있었다. 그 기간 동안 당신의 몸상태를 점검하고 중요한 일을 처리하는 등 매우 분주하게 움직였다. 거기에 비하면 내가 한 일은 매우 제한적이다. 매일 아침 해님을 만나 당신을 염려하고 기도하는 일 밖에 더 있었나..



그 와중에 브런치 이웃분들께서 염려와 기도를 해주셨다. 지면을 빌어 갚은 감사의 말씀드린다. 좋은 이웃을 곁에 둔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나는 그분들의 이름을 일일이 기억해낸다. 이름하여 견우와 직녀를 연결하는 까마귀들..



전설 속의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다리는 길조인 까마귀라고 한다. 그런데 현대에서 만난 까마귀들은 거의 매일 브런치에서 만나는 이웃분들이었다. 그분들이 기꺼이 견우와 직녀의 다리가 되어주었으며, 그분들이 놓아준 꼴로세오 이상의 도로가 여왕님이 맞이하고 모셔올 꿈에 그리던 신작로인 것이다.



여왕님의 길은 로마로 통한다..!


L'alba del leggendario Mare Adriatico_La strada della regina porta a Roma
il 07 Agost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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