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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Sep 08. 2021

꿈같은 비현실적 바닷가 풍경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망중한

현실과 비현실이 뒤죽박죽 된 세상..?!!



   서기 2021년 9월 초하루,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바닷가의 풍경은 평소와 사뭇 달랐다. 여름내 수은주를 끌어올리던 날씨가 선선해지기 시작하면서 바닷바람 속에 가을이 깃들었다. 하니가 한국에서 이탈리아로 다시 귀국한 지 보름이 더 지났다. 한 며칠만 더 있으면 어느덧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세월 참 빠르다. 나에게 혹은 그녀에게 한 달의 시간은 꽤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대략 10개월 동안 서로 떨어져 지내다가 재회를 하면서부터 습관까지 달라진 것이다. 다시 되찾은 우리의 습관.. 매일 아침 해돋이를 만나러 가던 아침운동은 물론 하루 일과에 그녀가 끼어들면서(?) 혼자의 습관은 둘로 나뉜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시작된 동행은 하루 종일 이어지다가 잠들 때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다시 비슷하거나 똑같은 일상이 지난 10개월 동안 잃어버린 우리의 시간이었을까.. 



그녀와 함께 하면서 해님 대신 그녀를 만나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지고 어느 날 해님은 삐쳤는지 구름 뒤에 숨어서 얼굴을 내밀지 않을 때도 있었다. 해님이 삐친 날.. 그녀와 나는 아드리아해 바닷가에서 소곤소곤.. 여름이 저만치 물러가고 가을이 다시 얼굴을 내밀 무렵 우리의 하루 일과 속에는 바닷가 산책이 포함됐다. 



바를레타 시내 중심 두오모에서 지근거리에 위치한 우리 집에서 5분만 걸으면 아드리아해가 천의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건기와 우기.. 봄 여름 가을 겨울..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어제오늘의 바다 빛깔이 서로 다르다. 



바람이 불 때나 잠잠할 때.. 비바람이 칠 때는 물론 한밤중과 새벽녘과 사리와 조금 때도 서로 다른 바다.. 9월 초하루의 바다는 그중 꿈을 꾸는 듯했다. 현실과 비현실이 뒤죽박죽 된 꿈 꾸는 바다.. 그녀가 다시 바를레타로 돌아오면서부터 아드리아해가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일까..



"우리 바닷가로 나가면 어때요..?" 


그녀가 말했다.



"조오치..!"


하고 내가 말했다.



집에서 천천히 걸어서 몇 분이면 도착하는 바를레타 성(Castello di Barletta) 앞의 공원은 어느덧 새파란 풀이 돋아났다. 울창한 송림 사이로 분수가 흐느적거린다. 장의자 위에는 드문드문 사람들이 갈 볕을 즐기고 있으며 입을 꾹 다문 바를레타 성은 여전히 납작 엎드려 있다. 공원을 두른 방책 곁으로 나서면 저만치서 아드리아해가 소나무 가로수 사이로 얼굴을 내밀며 손짓을 한다. 천천히 걸어서 바를레타 내항 곁으로 다가서니 바닷바람에 비린내가 섞여있다. 만조 때가 된 바닷가에 물고기 떼들이 우글거린다.



"저기 봐봐.. 물고기들이야~~!"


그녀가 생전 물고기를 처음 보는 사람처럼 소리 질렀다. 그렇다고 "물고기 처음 보세효?!"라고 대답하면 얼마나 재미없을까.. 부창부수(夫唱婦隨)란 맞장구 쳐주어야 하는 거 아닌감..?!


"흠.. 그러게?!.. 뜰채가 있으면 한 바구니 잡아들일 텐데.. 아까비..ㅜ "



물고기 떼가 득실 거리는 바닷가를 지나 자리를 옮겼다.



여름 내내 북적거리던 바닷가.. 텅 빈 바닷가 끄트머리에 파라솔 몇 개가 바람에 팔랑거린다. 여름이 저만치 물러간 자리에 찾아든 사람들.. 그 곁으로 바캉스 시즌 내내 파리를 날린 바닷가의 리스또란떼와 샤워시설과 유료 파라솔이 덩그러니 갈 바람을 맞고 을씨년스럽게 서 있다.



텅 빈 백사장 위로 9월의 마른 햇살이 내리쬔다. 아드리아해는 꿈을 꾸고 바다와 하늘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이곳 백사장은 곧 우기가 찾아들면 꽃밭으로 변할 거예욤!"


내가 그녀에게 말했다.



"참 신기하지욤.. 녀석들이 어떻게 알고..?!!"


하고 그녀가 말했다.



"식물들에게 영혼이 있다고 하잖아욤.." 하고 내가 말했다.

"그랬지.. 파타고니아(PATAGONIA)에서 그렇게 말하곤 했지욤!" 하고 그녀가 맞장구쳤다.



우리는 바닷가에 길게 늘어뜨린 장의자 위에서 바닷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드리아해가 꿈에서 깨어난 듯 파아랗게 물든 바람을 쉼 없이 살랑살랑 나무 그늘로 보내왔다.



그와 동시에 오후의 햇살이 나무 그늘 아래로 9월의 땡볕이 슬며시 파고들었다. 지난 10개월 동안 비바람이 치던 바다가 잔잔해 오길 기다렸지.. 그때 아드리아해 너머에서 여왕님이 등장하길 기다렸었지.. 아기다리고기다리..!



그녀가 다시 전설의 바다 아드리아해로 돌아오면서 세상은 뒤죽박죽.. 바다도 하늘도 우리도.. 그게 잼있다.



영상, PORTO DI BARLETTA_바람 부는 바를레타 항구




La Spiaggia della citta di Barletta_il bellissimo mare Adriatico
il 08 Settembr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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