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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Sep 24. 2021

바람 불어 더 좋은 날

-전설의바다 아드리아해의해돋이

두 얼굴 두 가지 생각..?!!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 팔월 한가위가 하루 지난날 이른 아침..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는 이틀 전과 다른 일이 우리 앞에 닥쳤다. 하니와 함께 어둠을 뚫고 도시를 가로질러 아드리아해가 저만치 보이는 언덕에 다가서자 전에 없던 바람 소리가 웅웅거렸다. 웅거림이 파도 소리라는 것을 경험상 알고 있었다. 언덕 위로 다가서는 골목 끄트머리까지 다가온 바람소리.. 아드리아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언덕 위에서 바라본 아드리아해는 짙은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는 가운데 하얀 물보라가 쉼 없이 몰려드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직감이라는 건 이런 때 필요한 것일까.. 



추석이 지나자마자 우기의 모습이 바를레타 바닷가에 다가선 것이다.



그녀가 코로나를 피해 한국에 가 있는 동안 아드리아해가 웅웅 거리는 소리는 낯익었다.



바다가 새로운 생각을 하며 울부짖는 소리.. 그 소리는 하필이면 팔월 한가위 보름달이 휘영청 밝을 때였다.



등 뒤로 아드리아해를 조명하는 휘영청 밝은 달.. 수평선 위로 해돋이가 시작되면서 별님들의 흔적을 지우고 있었다. 이날 아침 집을 나서며 외투를 챙겼다. 짧은 반바지 운동복과 반팔 아웃도어 그리고 여벌로 외투 한나를 챙긴 것이다. 그녀는 목도리와 마스크까지 착용하며 단단히 무장했다.



희한했다. 아드리아해가 무슨 일 때문인지 울부짖는 동안 하늘은 고운 빛깔로 우리를 맞이했다.



파도가 무시로 일렁거리는 아드리아해의 바닷가..



이런 날은 우리를 기쁘게 하는 날이었다. 파스텔톤으로 물들인 화려한 구름 띠와 발그레한 하늘..



그녀의 등 뒤를 떠미는 바람과 바다를 향한 뷰파인더.. 



바람 불어 좋은 날은 이런 날이었을까..



세상을 사노라면 말 수가 적어지는 법이다.



말 수는 세상과 소통하는 하나의 수단이었지..



그녀가 내민 뷰파인더 앞으로 아드리아해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왔다.



화려한 표정의 얼굴 사이로 무시로 썰렁대는 파도소리..



그게 당신의 언어였을까..



아드리아해의 화려한 표정과 그녀의 환한 표정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어느 날부터 함께 나서기 시작한 아침운동은 해님을 만나는 시간으로 변하고 있었다. 말 수가 없거나 적어도..



그녀가 기뻐하면 덩달아 기뻐하는 나..



이때 만큼은 여러 생각이 교차할 수가 없다.



오직 두 가지 생각..



그녀와 해님이 내 가슴에 꼬옥 안길 뿐이다.



달님이 바를레타 평원 서쪽 하늘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바람 불어 더 좋은 날..



L'alba del leggendario Mare Adriatico_il mare a due facce 
il 23 Settembr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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