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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Sep 27. 2021

이른 새벽에 배달되는 큰 선물

-전설의 바다 아드리아해의 해돋이

당신은 어떤 선물을 받아보셨는가..?!!



지난 9월 23일 자 발행된 바람 불어 더 좋은 날 하편을 이어간다.



   추석 연휴가 끝나가던 날,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평원에 아침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해님이 모습을 드러낼 때쯤이면 달님은 서쪽 평원 너머로 서서히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다. 해돋이 직전에 바라본 서쪽 하늘.. 그곳에는 달님이 우리를 굽어 살피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 샛노란 빛을 발하던 달님은 하얗게 빛이 바랬다. 당신은 곧 평원 너머로 사라질 것이지만, 달님을 바라보는 남자 사람 1인의 가슴 속에서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는 달님.. 나의 유년기는 온통 달님의 옷자락에 묻어있었다. 


어느 날.. 아드리아해의 해돋이 뷰포인트에 서 있는 나의 모습을 하니가 몰카로 남겼다.


가난한 시절.. 대한민국의 팔월 한가위는 큰 선물을 보내주셨다. 세상에는 별의별 선물이 다 존재한다. 선물은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마법이 깃든 탓인지.. 유년기의 한 소년은 배탈이 날 정도로 선물에 심취했다. 밥이다. 차례상에 올린 고기와 생선과 밥과 나물 등이 '마법의 밥'이었다. 



종갓집의 셋째 녀석.. 얼마나 퍼 먹었는지 배탈이 났다. 배탈은 잠드신 할머니를 불러 깨웠다. 나지막이 불러도 깨어나실 할머니.. 그렇지만 녀석은 다급하다. 다급했다.


"할머니..할무이.. 빨리 일어나 봐 봐요..ㅜ"


할머니는 잠결에도 무슨 일이 생겼는지 단박에 아신다.


"얼릉 나가봐 봐..!"


뒷마당에는 달님이 은빛 가루를 마구 흩뿌리고 계셨다. 툇마루를 건너 뒷간이 있는 곳까지 훤히 밝히신 달님.. 똥통 위에 걸쳐둔 널빤지 두 짝 위에 한 녀석이 쪼그리고 앉아있고, 할머니는 곁에 계신다.


"할무이.. 멀리 가면 안 돼.. 끙~!"


녀석은 달빛 환한 밤에도 할무이를 곁에 두고 싶어 했다.


"가긴 어딜 가..얼릉 볼일이나 봐봐.."



양상, BARLETTA, L'alba del leggendario Mare Adriatico_이른 새벽에 배달되는 큰 선물







   지난 9월 23일 자 발행된 바람 불어 더 좋은 날 하편을 이어간다. 이날은 큰 선물을 받은 날이다. 먼 나라 이탈리아의 아드리아해 바닷가에서 받은 큰 선물은 배탈이 나는 법이 없다. 이날은 바람이 많이 불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우기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외투를 지참하지 않았다면 온 몸이 꽁꽁 얼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겨울 날씨는 아니어서 몸이 얼 리는 없었지만, 반바지 운동복 아래로 드러난 하체에 소름이 돋았다. 


평원 너머로 사라지던 달님이 빛바랜 추억을 소환한 즉시 아드리아해는 전에 못 보던 색다른 선물을 가져다주었다. 울부짖던 파도는 하니와 나의 어깨를 토닥거리는 몸짓으로 변하며 끊임없이 뷰파인더 앞을 서성 서렸다. 우리가 이른 새벽 집을 나설 때.. 이런 풍경을 상상이나 했을까..



이른 새벽에 배달되는 큰 선물




달님이 은빛가루를 흩뿌리던 날.. 한 밤중에 할머니를 깨우던 그 녀석이 매일 아침 이러고 놀고있다. 하니와 함께..





































바닷가 해돋이 뷰포인트에서 꽤 오랫동안 망부석으로 변한채.. 이른 새벽에 배달된 선물에 심취한 아침이다.


L'alba del leggendario Mare Adriatico_il mare a due facce 
il 26 Settembr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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