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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Nov 12. 2021

천국 새들의 환생(還生)

-11월, 우리 동네에 피기 시작한 극락조 꽃


환생(還生)을 믿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모습으로 다시 환생할 것인가..?!! 참 궁금하다.



   종려나무 여러 그루가 한 몸이 되어 있는 풍경 뒤로 반듯한 성 Castello di Barletta)이 보인다. 우리 집에서 200m 정도 지근거리에 위치한 집 앞 공원의 풍경이다. 서기 2021년 11월 4일 오후, 하니와 함께 바닷가에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잠시 공원에 들러 쉬다가 곁에 위치한 바를레타 두오모(Basilica Cattedrale Santa Maria Maggiore)로 향했다.



 포스트에 등장한 자료사진을 잘 살펴봐 주시기 바란다. 11월의 한국은 만추를 지나 겨울 문턱에 들어설 때이다. 한국으로부터 한파 소식이 들리는 것도 최근의 일이다. 대체로 한국의 날씨는 이맘때쯤이면 나무가 잎을 떨구고 풀꽃들은 물론 풀들은 메마를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중심에서부터 바닷가는 점점 더 푸른빛을 띠게 되는 것이다. 우기가 시작된 이래 도시는 우리나라의 봄처럼 식물들이 생기발랄한 모습을 띄는 것이다. 처음에는 의아해했다. 그러나 어느덧 3년의 세월이 흐르면서부터 우기는 우리나라의 봄 날씨나 다름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만, 꽃샘추위처럼 음산할 뿐이었다. 이때부터 얌전(?)하던 풀밭에서 풀꽃들이 얼굴을 내밀기 시작하며 떼창을 부르기 시작하는 것이다.



나는 그런 모습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우리가 과학적 무기(?)를 총동원한 다음 겨우 알게 된 자연의 현상을 식물들이 미리 알고 있는 모습이랄까.. 이들은 우기가 시작되면 깊은 잠에서 깨어나 씨앗을 터뜨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북적이던 바닷가 모래밭에서 이들의 환생이 시작되었다. 불과 얼머 전까지 코빼기도 안 보이던 녀석들..


바캉스 시즌 텅 비었던 백사장에 풀꽃들이 떼창을 부르고 있다.


인간들이 말하는 환생과 다른 모습의 식물의 환생은 자연의 변화를 기막히게 알아내고 싹을 틔우는 것. 정말 신기했다. 식물들.. 그러니까 풀꽃은 물론 나무들을 평생 봐 왔지만 볼 때마다 신묘막측한 것이다. 유소년 기를 지나 학교에서 관련 수업을 들어서 식물들의 메커니즘 등에 대해서 알게 되었지만, 아무런 소용없었다. 그저 신기한 식물들의 세상..


그녀와 함께 공원의 장의자에서 일어나 향한 곳은 집 앞에 있는 바를레타 두오모였다. 바를레타 두오모는 바를레타 성 바로 앞에 위치해 있으며 고도의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다. 이탈리아의 장화 뒤꿈치 바로 아래에 위치한 바를레타를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자랑을 하면 이러하다.



바를레타를 지도에서 찾아보면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탈리아의 도시와 달리 바닷가에 위치해 있어서 어촌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니도 이곳에 도착하기 전까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곳으로 이사를 오기 위해 집을 구하던 중 만났던 이 도시는 나로부터 즉각 '아드리아해의 진주'라는 별명을 얻었다. 구도시 전체가 대리석으로 지어진 것이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도시는 그렇게 만나게 됐다. 


바를레타의 심장, 라 깐띠나 델라 스퓌다 디 바를레타(La Cantina della sfida di Barletta_좌측) 앞으로 하니가 그림 수업을 떠나고 있다. 최근에 촬영된 사진이다.



하니의 그림 선생님 루이지(Luigi Lanotte)를 만나면서 알게 된 도시였던 것이다. 바를레타의 역사는 기원전  3~4세기 전부터 거슬러 올라가며 최초의 기록은 로마시대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아폴리언 무덤을 발견하기 시작면서부터였다.(il ritrovamento di tombe apule_출처: LA COSTA A NORD DI BARI) 그리고 현지인으로부터 현재 남아있는 유적지들을 상세히 알게 되면서 엄청난 무역이 이루어진 도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도시의 중심 바를레타 두오모 앞에 극락조 꽃이 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부터 피기 시작한 극락조 꽃은 극락조를 닮은 꽃이라 부르는 식물이며 우리가 알고 있는 극락조는 신비의 새이다.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온몸에 두른 극락조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조물주의 신묘막측(神妙莫測)함이 절로 연상되는 것이다. 추측할 수 없을 정도로 신기하고 영묘한 현상.. 우리가 잘 알지 못하거나 모르는 세상은 주로 그렇게 불리는 것일까..


종교인 혹은 신앙인들이 아니라 할지라도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을 환생.. 인간이 죽으면 천국이나 연옥 혹은 지옥으로 가게 된다는 신곡(神曲, La Divina Commedia)은 우리가 잘 아는 이탈리아의 작가 단테 알레르기(Durante degli Alighieri)의 대표 서사시이다. 그에게는 이루지 못한 첫사랑이 있었으며, 그녀의 이름은 베아트리체(Beatrice)였다. 



그가 베아뜨리체를 처음 만난 장소는 아르노 강가의 뽄떼 산타 뜨리니따(Ponte Santa Trinita) 근처였다. 우리가 피렌체서 살 때 자주 들었던 곳이며. 피렌체를 찾는 관광객들은 반드시 찾게 되는 명소이다. 그곳에 가면 연인들이 사랑의 맹세 혹은 서약의 표시로 자물쇠를 굳게 걸어 잠가 놓고 간다. 사람들이 "사랑에 눈이 말면 악이 없다"는 말이 그냥 된 게 아니란 걸 아는 사람만 알게 되는 것일까.. 


환생을 주제로 포스트를 끼적이면서 단테 델리 알리기에리(알레르기 아니다. ^^)를 소환한 것도, 극락조 꽃을 소환한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어떤 종교에서는 환생의 표시 등을 통해 환생한 사람을 신으로 대접한다. 라마교 신자들이 주로 그러하다. 또 다수의 신앙인들도 환생 혹은 부활이나 천국과 지옥이 없다고 믿으면 기도처는 파리만 날리겠지.. 



극락조 꽃을 보며 극락새를 생각하고, 다시 신묘막측의 대명사인 조물주와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까지 생각해 낸다면..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영계가 먼데 있지 않고, 우리 몸에 늘 두르고 사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계에서는 반드시 알아야 필수 과목(?)이 환생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만약 단테가 간파한 천국과 연옥과 지옥이 없다고 셍각하거나.. 스스로 잘난 맛에 살면 부끄러움을 상실한 인간으로 환생하지 않을까.. 



조물주가 인간에게 부여한 최고의 선물은 부끄러움을 알게 하는 것과 환생을 아는 것, 이걸 모르면 쥴리를 대동하고 국가의 권력을 사유화하여 대통령이 되고자 날뛰는 것. 환생의 반대편에 사악함이 깃들어있다는 것을 신의 그림자인 극락조가 보여주고 있다. 서기 2021년 11월.. 천국에서 날아온 아름다운 꽃이 우리 동네를 수놓고 있다.


La Reincarnazione degli uccelli celesti_STRELITZIA REGINAE
il 11 Novembr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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