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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Nov 16. 2021

사람아 사람아

-하니와 함께 다시 찾은 돌로미티 여행

사람을 다르게 만드는 두 가지 일용할 양식들..?!



이곳은 이탈리아 북부 돌로미티 국립공원의 명소 친퀘 또르리(Cinque Torri).. 다섯 개의 봉우리가 형제처럼 모여있는 곳이다. 멀리서 볼 때는 잘 몰랐지만 가까이 다가서자 거대한 암벽으로 변한다. 그곳에서 사람들이 모험을 즐기고 있었다.



암봉 끄트머리까지 다다른 등반가는 곧 정상에 서게 될 것이다. 아래서 지켜보고 있는 여행자의 오금을 저리게 만드는 풍경이다. 생명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거대한 바위.. 지난 여정 그곳에 풀꽃들이 산다 편에서 이렇게 썼다. 하니와 나는 암봉 틈바구니에서 그들을 올려다보며 몸서리를 쳤다. 그들 곁에서는 풀꽃들이 자라나고 있었으며 저 멀리 돌로미티의 동부지역 캠프에 비견되는 꼬르띠나 담빼쬬가 발아래에 펼쳐지고 있었다. 



생명들.. 무릇 살아 숨 쉬는 모든 것들은 일용할 양식이 필요하다. 우리가 아는 양식은 두 가지이다. 육신을 살찌우며 에너지원이 되는 음식이 그러하다. 그리고 또 하나 보이지 않는 마음의 양식이 그러하다. 겉으로 드러난 음식은 사람들의 음식문화에 따라 천 차 별 만차 별.. 아울러 보이니 않는 마음의 양식도 그러하다. 제각각 좋아하는 양식이 지역이나 문화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랄까.. 



그녀와 함께 암봉 사이를 지나다가 먼저 암봉에 오른 일행들에게 로프를 풀어주고 있는 한 여성 등반가에게 "아가씨, 지금 일행들이 오르고 있는 암봉의 높이는 몇 미터나 되나요?"라며 암봉의 높이를 물었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대략 50m요. ^^"



이들이 오르고 있는 돌로미티의 명소 친퀘 또르리의 한 암봉의 높이는 50m였다. 거의 수직에 이르는 암봉을 로프 하나에 의지한 채 오르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이들의 기본기를 생각한다면 웬만한 세상의 암봉은 그들 손아귀에서 놀아날 것이다. 이들은 성취감이라는 일용할 양식을 위해 그 무거운 장비를 들고 이곳까지 진출한 것이다.



그 아래 암봉 바닥에는 풀꽃들이 앙증맞은 꽃잎을 내놓고 있었다. 이들도 만만치 않다. 세상에 흙 한 줌이라도 있으면 그곳에 머리를 박고 생명의 꽃을 피워내는 것이다.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은 그렇게 지천에 널렸다.



그녀와 나는 암봉에 오르는 사람들을 만나 오금이 저리고 있었지만, 우리도 그들이 모르는 일용할 양식을 챙기고 다니는 것이다. 그들이 암봉을 오르는 사이 우리는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싸돌아 다녔다. 



그들이 바위 덩어리 위에서 행복했다면 우리는 길 위에서 행복한 것이다.



서로 일용할 양식이 다르지만 마음은 풍족하고 행복하다.



사람을 다르게 만드는 두 가지 일용할 양식들..



당신에게는 어떤 일용할 양식이 준비되었는가..?



그녀와 함께 암봉 사이를 통과하자 저만치서 새로운 세상이 보인다. 우리는 두 발로 걸어 다니고 저들은 두 발로 암봉을 오른다. 둘 다 모양은 달라도 결과는 똑같다. 그들은 곧 암봉 끄트머리에서 잠시 머물다가 내려와야 할 것이다. 우리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하겠지..



우리가 잘 놀던 친퀘 또르리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사람아 사람아.. 당신은 어디서 뭘 하고 지내시뇨?


Le Dolomiti che ho riscoperto con mia moglie_Le Cinque Torri
il 15 Novembr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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