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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Nov 18. 2021

외포리에서 장화리까지 그 너머

-강화도(江華島)의 재발견


보물섬 강화도..?!!



   서기 2021년 11월 18일 목요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사진첩을 열어 강화도 외포리의 한 풍경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곳은 썰물 때의 풍경으로 잿빛 개펄과 흙탕물이 뒤섞여 있다. 밀물을 기다리는 작은 배 한 척이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고 있다. 개펄과 흙탕물 너머로 섬들이 보인다. 그 너머로 북한에서 흘러온 예성강이 임진강과 한강이 합쳐진 조강과 만나는 곳.



 하니와 나는 만추의 어느 날 스케치 여행을 떠나 석모도는 물론 외포항 근처를 두루 싸돌아 다녔다.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서울에서 가까운 강화도와 능내리 등은 우리가 뻔질나게 발도장을 찍었던 곳이며, 만추가 오시면 독특한 풍광을 만들어 내는 곳이었다. 그중 강화 개펄은 단연 압도적이었다.



우리는 외포리에서 자동차로 북쪽으로 천천히 이동하며 한 마을에 도착했다. 바닷가에는 참나무들이 먼 길을 떠날 차비를 하고 있었다. 작은 언덕을 오르자 한눈에 개펄이 조망되고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개펄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언덕 위에서 천천히 바라본 강화도의 감추어진 풍경들.. 그녀는 이런 풍경을 화폭에 담아내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의 바람은 오래가지 않았다. 강화도가 품고 있는 비경을 하얀 도화지 위에 그려내는 일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화도 전역의 풍경들을 차근차근히 사진첩에 정리해 두고 있었다. 그중의 하나가 지금 보고 있는 외포항 주변의 풍경이었다.



우리는 이때부터 외포리에서 장화리까지 그리고 그 너머의 풍경들까지 사진첩에 차곡차곡 담기 시작했다.



그중 단연코 눈에 띄는 장면은 개펄이었다. 개펄의 모습이었다. 개펄의 언어였다.



그들은 낯선 여행자에게 무수히도 많은 말을 걸어왔다. 누군가 통역을 해 주었다면 그 몸짓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 그저 썰물 때 모습을 드러낸 그들 곁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때가 있었다.



행복을 무한 선물하는 개펄.. 사람들은 개펄을 사이에 두고 농사를 짓고 삶을 이어갔다. 그 시기는 조선의 숙종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화도 곳곳이 간척사업으로 바닷가 개펄이 농지로 변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강화도에는 수십 개의 크고 작은 부속섬들이 있었지만 간척사업으로 인해 대부분의 섬들이 강화도에 편입되었던 것이며 그 자리에 크고 작은 농지기 생겨났던 것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네 번째로 면적이 넓은 강화도가 태어났으며 본래의 형체를 잃어간 것이랄까..



그녀와 함께 스케치 여행을 떠나서 만나게 된 개펄의 하소연은 주로 그러했다. 먹고 실기 힘든 때에는 당연해 보였던 간척사업이 강화도의 자연을 크게 훼손한 상태였으며 원형을 복구 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다.



스케치 여행이라는 호사를 누리며 이곳에서 뼈를 묻고 대를 이어온 사람들에게는 매우 송구스러운 말씀이다만.. 간척사업이 이루어진 곳곳의 풍광이 지금까지 이어졌다면, 강화도는 그야말로 보물섬으로 거듭났을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수 백 년이 더 지난 다음에 대한민국 백성 1인이 후회를 하고 있는 것.



개펄의 하소연 내지 개펄의 몸짓이 내게 일러준 안타까운 사연이 그랬다.



그럴 리가 없지만.. 만에 하나 강화도에 간척사업이 전무했고 오래 전의 비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면 천혜의 자연이 안겨주는 관광자원이 이곳에서 발현되었을 게 틀림없다. 하루 두 번씩 이루어지는 밀물과 썰물의 교차로 생기는 개펼의 모습은 무한 감동을 불러일으킬 게 틀림없었다.



하루에 두 번씩 매일 화장을 고치고 옷을 갈아입는 땅..



그때마다 민낯을 드러내는 개펄을 통해 당신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을까..



다시 외포항으로 발길을 돌리는 동안 개펄은 계속 우리를 따라다녔다. 구상과 비구상..



세상의 풍경인 듯 안드로메다 너머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풍경이 발아래서 여행자를 맞이하고 있다.


il Nostro viaggio in Corea del sud_Isola Gangwha
il 18 Novembr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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