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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Nov 19. 2021

미인들이 찾는 사랑의 언덕

-미켈란젤로의 부활과 무궁화 꽃_3편


-그곳에 가면 누구나 해넘이를 사랑하게 된다!!



무. 궁. 화. 꽃. 이. 피. 었. 습. 니. 다!!



그곳에 서거나 앉아서 좌우로 고개를 돌려보면 좌측으로 해넘이가 시작되는 뽀르따 산 지오르지오(Porta San Giorgio)의 언덕이 보이고, 우측으로 아르노 강 너머 퓌렌체의 나지막하고 정겨운 집들이 두오모 등과 함께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다. 우리 행성에서 이렇게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이 또 있을까..



거기에 저녁때가 되면 찾아오시는 황금빛 고운 햇살이 마구마구 쏟아지는 곳. 해넘이가 시작되면 영감을 일깨우는 요정들이 황금빛 고운 햇살을 고도에 마구 흩뿌리고 있는 것이다. 그 햇살 속에는 천재들의 부활 에너지가 충만할 뿐만 아니라 광장 한 편의 언덕 아래서 해넘이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삶의 원동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지금은 세상이 대체로 평화롭지만 우리 행성 곳곳에는 여전힌 기근과 폭력과 전쟁의 위험 등 나쁜 일이 도사리고 있다. 



내 조국 대한민국만 해도 거짓과 위선과 가식으로 포장된 인간들이 권력을 꿈꾸고 있는 세상이다. 이렇듯 사람들의 꿈과 희망을 앗아가는 세상에서 퓌렌체의 시간은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퓌렌체 공국은 시민들의 신앙심까지 동원해가며 권력을 탐했지만,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예술가들은 사람들에게 꿈을 싣기 위해 삶의 전부를 헌신했던 것이랄까.. 그 언덕 위에 서면 부활한 미켈란젤로의 화신을 만나게 되고 삶의 희망을 되찾게 되는 것이다.


무. 궁. 화. 꽃. 이. 피. 었. 습. 니. 다!!




다시 날이 밝았다. 서기 2021년 11월 18일 저녁나절,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퓌렌쩨의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바라본 해넘이 사진첩을 열어보고 있다. 지난 여정 부활의 도시서 만난 귀한 풍경들 편에서 위와 같이 썼다. 



대체로 사람들은 우리 몸을 살찌우는 끼니에 목마른 것처럼 보이지만, 이곳 언덕에 서는 순간부터 당신의 영혼이 갈증을 느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갈증을 느끼고 있었던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것을 깨우쳐 준 불세출의 영웅이자 예술가가 미켈란젤로였다. 물론 나의 기준이다. 



지난 편에 미켈란젤로의 유년기를 잠시 살펴봤다. 그는 6살 되던 해 어머니를 여의었다. 그리고 유모 손에 자라면서 "대리석 가루가 뒤섞인 우유를 마시며 자랐다"라고 당신 스스로 입을 열었다. 그가 여러 장르의 예술 가운데 조각을 선택한 이유는 대리석 가루가 흩날리는 동네에서 자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마도 이런 기록은 그의 유소년기 혹은 청년기까지 이어질 성격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친 게 분명해 보였다. 사람들은 대체로 성장기의 환경에 지배를 받는다. 미켈란젤로가 보고 자란 건 대리석을 다듬는 석공의 모습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 아니었다. 요즘 같았으면 이런 일이 벌어졌을 것 같다.


"미켈란젤로, 어서 손 닦고 밥 먹어야지?!"


하고 유모가 말한다.



그러자 휴대폰을 손에 들고 게임 삼매경에 빠졌던 미켈란젤로는 하던 게임을 계속하게 된다. 오징어 게임..


"무. 궁. 화. 꽃. 이. 피. 었. 습. 니. 다!!"


하고 혼자 중얼거린다. 그리고 "네, 곧 갈게요"라고 대답했겠지.. 아니면 "조금만 더 놀다 갈게요. 요거 넘 재밌어요"라며 휴대폰으로부터 눈을 떼지 못했던지.. 



마침내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바라본 퓌렌쩨는 서서히 붉은빛이 감돈다. 아르노 강 위로 쏟아진 황금빛 햇살은 뽄떼 베끼오 다리와 뽄떼 트리니따 다리 등 아르노 강에 걸쳐둔 다리 아래를 서서히 금빛으로 물들이기 시작한다.


 이때가 되면 사람들은 흥분하기 시작한다. 뽀르따 산지오르지오 언덕과 아르노 강을 번갈아 바라보며 탄성을 자아내는 것이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진귀한 풍경이 이때부터 연출되면서 이곳에 온 사람들은 셔터를 마구 눌러대기 시작한다. 이곳을 다녀오신 분들도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만약 이 도시에 미켈란젤로가 없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미켈란젤로의 유소년기.. 기록에 따르면 13살 무렵의 미켈란젤로의 모습은 이랬다. 



미켈란젤로의 유소년기(1475-1487)


어느덧 3월 말, 루도뷔코 부오나로티(Ludovico Buonarroti)는 학기가 끝난 후 퓌렌쩨의 세띠냐노(Settignano)로 돌아갔을 것이다. 아마도 나중에는 븰라 미켈란젤로( Villa Michelangelo)로 불렀을 것이다. 세띠냐노는 수세기 동안 퓌렌쩨에서 귀중한 건축에 사용된 라 삐에뜨라 세레나(la pietra serena, 세레나 돌)를 추출했기 때문에 석공의 마을(un paese di scalpellini)로 불리었다.



또 미켈란젤로의 유모는 석공의 딸이자 아내였다. 어느 날 유명한 예술가로 성장한 미켈란젤로는 왜 그가 다른 예술보다 조각품을 더 좋아했는지 설명하면서 "조각가와 석공"의 나라에서 왔는지를 정확히 상기시켰다.


"대리석 먼지와 섞인 우유"

«latte impastato con la polvere di marmo»




1481년에 미켈란젤로의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당시 그는 겨우 6살이었다. 이 아이의 학교 교육은 우르비노의 인문학자 프란체스코 갈라떼아(Francesco Galatea da Urbino)에게 맡겨졌고, 그는 이 아이에게 문법을 가르쳤다. 그해에 그는 친구 프란체스코 그라나치(Francesco Granacci)를 만났고, 그는 그림 속에서 그를 격려했다.


귀족 가문들의 까데띠(cadetti, Cadetto의 복수형_사관 교육)는 보통 종교적이거나 군사적인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미켈란젤로는 아주 어릴 때부터 강한 예술적 경향을 보여왔다. 이것은 아스까니오 공유의 전기(biografia di Ascanio Condivi)에서 보듯, 예술가의 협조로 작성된 것으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아버지의 방해로 기억된다. 하지만 그것은 아들의 영웅적인 저항에 의해 무산되고 만다. 


번역이 매끄럽지 못하다. 미켈란젤로의 아버지는 그가 예술가의 길 보다 공무원의 길을 갈 수 있도록 회유하고 협박까지 했다. 그러나 결국 미켈란젤로의 고집을 꺽지 못했다. 종종 이런 일은 그리스 희랍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의 횡포를 닮았다. 아버지의 완강함이 아들을 무너뜨리는 것이랄까.. 남자들은 당신의 자손들에게까지(특히 아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려 하는 나쁜 습관의 소유자나 다름없다. 



만약 이때 그가 아버지의 회유에 넘어갔다면 우리는 불세출의 영웅이자 신의 대리인과 다름없는 미켈란젤로를 영원히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퓌렌체가 과연 르네상스의 고도로 불릴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하늘은 그를 통해 당신의 모습을 드러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 



신께서는 그를 통해 당신의 존재를 드러낸 것이다. 어린 미켈란젤로에게 가난이라는 시련을 통해 좁은 문의 하늘나라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를 만들고 세계인들을 초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때 덤으로 선물한 게 해넘이랄까.. 그 언덕 위에 서면 신의 그림자를 만날 뿐만 아니라 무수한 미인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에게 메마른 사랑을 듬뿍 채워주는 장소.. 



사람들이 세속적인 종교와 정치행태에 환멸을 느낄 때쯤 미켈란 젤로를 이 땅에 내려 보냈다. 정치권력이 종교와 결탁하여 사랑을 강요하는 동안, 신의 진정한 사랑에 목마른 사람들이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찾기 시작한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미켈란젤로 광장의 해넘이를 뷰파인더로 바라보면서 주변을 돌아보니 그곳에는 미인들이 즐비했다. 우리나라에서 이곳까지 찾아온 사람들과 세계인들.. 그들의 표정을 살피면 하나같이 겉모습과 속 사람이 아름다운 사람들로 보였다. 미인들이 찾는 사랑의 언덕에 해넘이가 시작되고 있었다. 다음 편으로 이어진다.


Quando vai lì, tutti si innamorano del tramonto_FIRENZE
il 18 Novembr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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