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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Nov 19. 2021

만추의 외포리서 만난 진귀한 장면

#2 강화도(江華島)의 재발견

찔레꽃 열매와 노박덩굴 열매의 환상적인 조합..!



   우리는 흔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 금은보화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세상의 여러 가치들 중에 으뜸인 것들.. 그들을 만나면 대박이라고 한다. 요즘은 로또라는 게 등장하여 금은보화를 무색게 만들고 있다. 한 번 잘 긁으면 부자로 거듭나는 것이다. 그런데 그건 확률 싸움이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꽝을 맛보는 허무하기 짝이 없는 것들이다. 그러나 만추가 찾아오시면 사정은 달라진다. 우리 주변에 금은보화보다 더 값진 선물들이 주렁주렁 알알이 익어가고 있다. 그들을 만나는 순간부터 마음속에 환한 등불이 켜지게 된다. 그런 연후 기분이 좋아지게 된다. 신이 나는 것이자 신나는 일이다. 신나는 일은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 때문이다. 당신의 가슴속에 신의 그림자가 웅크리고 있다가 화들짝 놀라 깨어나는 현상이 발현되는 것이다. 하니와 함께 강화도로 스케치 여행을 떠났다가 석모도를 둘러 외포항에 도착했을 때 진귀한 장면을 만나게 됐다. 외포리 바닷가 한쪽에서 찔레꽃 빨간 열매와 노박덩굴(Celastrus orbiculatus, 남사등이라 부른다)의 빨간 열매가 어우러진 걸 만난 것이다. 절묘한 조합이었다. 아직 물들지 않은 초록색과 연두색 이파리를 배경으로 빨간 열매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게 아닌가. 만약 이런 풍경에 노란색의 노박덩굴 열매껍질이 없었다면 약간은 시큰둥할 법하다. 노박덩굴의 잎은 일찍 떨어져 먼 길을 떠났다. 봄이 오시면 노박덩굴 순은 '다래 몽뎅이'라는 이름으로 데쳐먹는 식물이다. 끓는 물에 잠시 데쳐 말린 후 가름에 튀기고 간장에 조려서 고춧닢 나물과 섞어 먹으면 너무 맛있단다. 관련 자료를 살펴보니 노박덩굴과에 속하는 미역 줄나무에서 항산화 작용과 항염증 작용을 하는 성분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알아 두면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만.. 나는 이들이 식용이나 약용으로 쓰이는 데 별로 관심이 없다. 도시에서 쉽게 만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몸에 좋다고 소문나면 너도 나도 노박덩굴을 찾아 뿌리째 씨를 말리게 될 게 틀림없다. 그래서 카메라에 담아 금은보화 취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색깔의 조합은 만추에 만날 수 있는 풍경이자, 찔레꽃 빨간 열매와 함께 조화를 이루는 진귀한 장면이다. 보면 볼수록 아름다운 풍경이 어느 날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이다. 이런 걸 행운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로또가 파랑새라면 노박덩굴과 찔레의 조합은 하늘이 내린 환상적인 선물이다. 아직 11월이다. 인적이 드문 가까운 들판이나 산야에서 피고 지는 신의 그림자를 만나 보시기 바란다.


il Nostro viaggio in Corea del sud_Isola Gangwha
il 19 Novembr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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