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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Nov 20. 2021

그곳에 나무 한 그루만 있을지라도

-하니와 함께 다시 찾은 돌로미티 여행

돌로미티의 명소 친퀘 또르리(Cinque Torri)의 암봉 끄트머리에 사람이 꼼지락 거린다!



멀리서 바라본 친퀘 또르리의 다섯 개의 암봉은 가까이서 보니 규모가 꽤나 대단했다. 돌로미티 산군의 다른 봉우리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봉우리가 한데 모여 묘한 형상을 하고 있었다. 하니와 함께 이곳 암봉 사이를 통과하면서 눈을 떼자 못한 곳이 수직 암봉을 오르는 암벽 등반가였다. 



그들은 로프 한 줄에 의지한 채 암봉을 오르고 있었다. 어쩌면 무모해 보이는 모험을 즐기는 사람들..



그들이 곧 당도할 암봉 꼭대기에는 나무 몇 그루가 서 있었다. 나무 몇 그루가 한 줌의 흙에 의지한 채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대단한 생명력이었다. 그리고 암봉 아래 작은 틈바구니에서도 풀꽃들이 살아가고 있었다.



생명(生命).. 누군가는 생명에 대해 '살아라고 명령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목숨을 쉽게 포기하지 말라는 뜻이다. 악착같이 살아라는 뜻이다. 그래서일까.. 네덜란드의 철학자 바뤼흐 스피노자(Baruch Spinoza)는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할지라도 나는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며 오래도록 회자되는 명언을 남겼다. 과연 그가 이 말을 남겼는지 분분하다. 그러나 누가 이 말을 남겼을지라도 그 뜻을 되새겨 볼만 하다. 



만약, 이런 명언을 암봉을 오르는 등반가들에게 적용하면 금세 달라질 게 아닌가..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할지라도 나는 오늘 돌로미티의 친퀘 또르리 암봉을 오를 것이다"



같거나 비슷한 이유 등으로 여러분들에게 명언을 대입하면 보다 더 재밌는 명언이 탄생할 것 같다. 세상의 모든 직업군이나 사람들의 개성이 명언으로 둔갑할 개연성이 다분하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아재개그'에 불과하다. 스피노자는 44세에 죽었는데 사인은 규폐증이었다. 



안경의 유리알을 깎을 때 일어난 유리 분진이 결핵을 일으키고 규폐증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그가 안경알 깎는 일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다가 얻은 직업병이 당신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다. 그는 평소 신을 잘 섬겼으나 신은 그에게 규폐증으로 죽게 만들었을까.. 기록(wikipedia)을 살펴보니 <신의 특징들: Le caratteristiche di Dio>이라는 재밌는(혹은 지루한) 기록이 발견되어 번역(역자 주) 해 봤다.



Le caratteristiche di Dio


Quando definiamo Dio cerchiamo di definirlo nei suoi attributi ma questi attributi non possiamo limitarli ad una certa categoria, dovremo riferire a Lui tutti gli attributi possibili ed immaginabili e ciascuno di questi attributi deve essere infinito e perfetto nel suo genere come Dio: e ciascuno è eterno come Dio, perché gli attributi sono Dio stesso.

Gli attributi non sono un nostro modo di concepire Dio (o la sostanza) perché gli attributi sono la reale espressione di Dio (Dio o tutti gli attributi di Dio), cioè anche se noi non concepissimo questi attributi, Egli li avrebbe ugualmente perché la sostanza sussiste di una sua propria realtà indipendentemente da me che la penso.

Ma tutti gli attributi che noi possiamo immaginare di Dio si riducono sostanzialmente a due, gli unici che noi riusciamo effettivamente a conoscere: pensiero ed estensione (res cogitans e res extensa, per usare i termini di Cartesio).

modi, invece, sono le "affezioni" della sostanza e costituiscono le "modificazioni accidentali" della sostanza, ovvero le manifestazioni particolari degli attributi che nella loro infinità coincidono con Dio. I modi sono quindi i singoli corpi (modificazioni accidentali dell'estensione), e le singole idee (modificazioni del pensiero). In questo senso i modi non hanno sostanzialità in quanto esistono e possono essere pensati soltanto in virtù degli attributi della Sostanza. Il sostegno di ogni realtà dunque è Dio, unica sostanza infinita.



신의 특징들


우리가 신을 정의할 때 신을 당신의 속성으로 노력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러한 속성들은 특정 범주에 넣고 제한할 수 없다. 우리는 당신에게 가능한 모든 것과 상상할 수 있는 속성을 참조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런 속성들은 신처럼 무한하고 완벽해야 한다. 그리고 각각은 신처럼 영원해야 한다. 왜냐하면 특성(혹은 특징)은 당신 자신이기 때문이다.

속성은 우리가 신을 생각하는 방식이 아니다. 속성은 신의 진정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이런 특성들을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말이다. 그는 또한 그것들을 (동등하게) 가질 것이다. 왜냐하면 물질은 나의 생각과 별개로 그 자체로 현실에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신에 대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특성은 두 가지로 줄어든다. 우리가 실제로 알 수 있는 유일한 특성은 생각과 확장(pensiero ed estensione)이다. 그러나 그 방법은 물질의 '감정(affezioni, 원형: affezionare ~에 애정을 느끼게 하다)'이며, 물질의 '우발적인 변화(modificazioni accidentali)'를 구성한다. 즉, 무한함에 있어서 신과 일치하는 특성의 특별한 표현이다.

그러므로 개별 신체(사상의 변화: modificazioni accidentali dell'estensione)와 개별 아이디어(modificazioni del pensiero)이다. 이런 의미에서 방법은 존재하는 것만큼 실질적이지 않으며, 물질의 특성 때문에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므로 모든 현실의 지탱은 신의 몫이다. 무한대의 단 하나의 물질..





머리가 지끈..번역하느라 애썼다. 만약 우리나라 개신교에서 신의 특징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하면 교회는 물론 목화자의 설 땅이 단박에 사라질 것이다. 무슨 넘의 신이 이렇게 복잡한가 "그냥 믿기만 하면 구원받아요" 이렇게 말해야지 말이다. 오래전 철학을 공부하는 한 후배도 이와 매우 유사했다. 그냥 한 마디면 정리될 것을 삼단논법이라나 사단 논법이라나.. 연신 입에 침을 발라가며 별 궤변을 늘어놓고 기분좋은 술자리를 망치는 게 아닌가. 


하니가 암봉 사이로 빠져나오면서 아이폰을 챙기고 있다. 감동의 현장..


이런 거 때문에 나의 브런치에서는 일찌감치 신의 특성 혹은 존재에 대해 매우 간결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는 거 이웃분들과 독자님들은 잘 안다. 무엇이든 복잡하면 의심해 봐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남미 최초의 노밸문학상 수상자인 가브리엘라 미스뜨랄이 간파하고 노래한 <예술가의 십계명>이 그러하다. 첫 째 계명에 주목하라.



첫째주 위에 존재하는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사랑하라. 



신의 존재를 이만큼 잘 설명하고 깨달은 분이 또 있을까..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아름다움이 발현되는 즉시 당신은 신과 함께 동행하는 것이다. 신을 깨워야 하고 신명이 나야 한다. 무엇이든 무슨 일이든 마음에 기쁨이 넘치지 않거나 우울하면 신께서 잠시 외출(?)한 것이므로, 매사를 조심해야 한다고나 할까..



여행자의 눈에 비친 친퀘 또르리의 암봉에 오르는 사람들은 목숨을 건 모험인 거 같지만, 당신의 생명을 절대로 함부로 여기지 않는 사람들 아닌가. 암봉에 오르면서 느끼는 희열은 곧 행복이자 삶의 가치로 여기게 될 게 틀림없다.



암봉 사이를 통과하며 그들을 올려보며 오금이 저렸지만, 우리가 갈 길은 따로 있었다.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들고 당장이라도 소나기를 뿌릴 듯한 날씨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대로 돌로미티의 어느 산중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었다. 곳곳에 신의 그림자가 가득한 곳..



질량 보존의 법칙에 따라 세상 만물은 형태가 변할지라도 늘 한 자리를 지키고 있고, 우리를 지탱하는 신의 그림자 조차 어디로 갈 것인가.. 누군가가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할지라도 나는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고 말하지 않아도, 신의 그림자가 충만하면 다른 나무로 교체한들 또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암봉 꼭대기에 오른 사람은 그저 밋밋한 풍경보다 "그곳에 나무 한 그루라도 있었으면.." 싶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 곳을 함께 바라보는 사람이나 사물이 존재한다면, 그것으로 기쁨은 배가될 것이다. 누볼라우 산군(Monte Nuvolau)의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돌로미티의 명소 친퀘 또르리는 여행자에게 큰 감흥을 불러일으키고 서서히 등 뒤로 멀어져 갔다. 우리는 곧 하산길에 들어섰다. <계속>


Le Dolomiti che ho riscoperto con mia moglie_Le Cinque Torri
il 19 Novembr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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