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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01. 2021

서울서 만난 팥배나무의 황홀경

-좋은 습관이 아름다운 기적을 낳는다


나를 윤택하게 만들어 주는 오래된 습관 하나..!



볕 좋은 날.. 서울의 대모산 자락에 등산복을 잘 차려입은 언니(?) 세 사람이 산을 오른다.



세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보폭을 잘 맞추며 오솔길을 걸어간다.



등산복 차림새를 보면 이분들이 산을 좋아하고 정기적으로 산행을 하는 사람이란 걸 단박에 안다.



이 분들이 산을 오르는 시간은 정오경이다. 신랑 출근시키고 아이들 학교 보낸 다음 산행을 시작했을 것이다. 참 좋은 습관이다. 매일 이렇게 산행을 한다면 건강할 게 틀림없다. 같은 조건에서 집만 지키고 있는 사람들과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사람들의 차이는 도드라질 것이다. 요즘은 백세시대라고 말한다. 100년을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잘 먹고 잘 놀고 운동도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먹는 것도 고루고루 잘 챙겨 먹고 대자연의 품에 안긴다는 건 축복이다. 



나는 이곳 오솔길 곁 숲 속에서 이들의 모습을 지켜봤다. 약수터에 물을 기르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언니들을 만났다. 나는 그동안 숲 속에서 팥배나무 삼매경에 빠져 허우적이고 있는 것이다. 팥배나무가 무엇이길래 나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았을까.. 그 현장으로 가 보기로 한다.



서울서 만난 팥배나무의 황홀경




열심히 앞만 보며 걷는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풍경이 나의 발길을 붙든 것이다.



적지 않은 분들이 오솔길을 오가지만 그분들의 생각은 나와 다르다. 달랐다.



그분들은 대체로 등산을 통해 건강을 잘 챙기려는 사람이다.



나 또한 거의 매일 산행을 하고 있다. 간편복장으로 스틱도 없이 작은 배낭 하나 걸머지고 약수터를 오가는 것이다. 그렇지만 내겐 그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오래된 습관이 있다.



언제 어디를 가나 내 손에는 카메라가 들려있는 것이다. 오래된 습관이다.



오래된 습관.. 대략 50년도 더 된 취미생활이 사진이었다.



잠자리를 빼놓고 언제 어디를 가나 카메라가 동행하는 것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용돈을 아껴 필름을 샀다. 그때가 제일 행복했다. 비록 흑백사진이었지만 피사체들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짬만나면 친구와 함께 출사를 떠나곤 했다.



그게 어느덧 50년의 세월을 계수하고 있는 것이다. 한 때 나의 서랍 속에는 흑백사진들이 빼곡했다. 짬만 나면 서랍을 열어보고 좋아했던 기억들..



어느 날부터 흑백사진은 컬러 사진으로 바뀌고 천지개벽이나 다름없는 세상이 다가왔다. 디지털 시대..



그리고 인터넷이 세상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었다. 그 속도는 눈 깜빡할 사이 정도의 찰나의 시간들..



그로부터 얼마 후 내 앞에는 컴퓨터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신기했다. 그러나 그건 겨우 시작에 불과했다.



어느 날 딸내미로부터 웹서핑을 배운 후에 블로그를 운영하게 되었다. 나의 연식(?)에 비하면 매우 빠른 입문과정이었다. 그때부터 오프라인은 온라인을 위한 장터나 다름없었다. 나의 취미생활이 점차 활기를 띄며 ㅇ러분들에게 사랑을 받게 된 것이다.



어느 날 약수터에 다녀오다가 만난 풍경 앞에서 멈추어 선 것도 취미생활과 무관하지 않았다.



내가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을 여러분들과 공유하게 되면서 기쁨은 배가되는 것이다.



이날 나는 황홀경에 빠져들었다. 팥배나무의 꽃말은 '매혹'이라고 한다. 전혀 배나무를 닮지 않은 나무에 팥배나무를 붙인 건 봄에 피는 꽃이 배꽃을 닮았기 때문이란다. 우리나라 야산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나무가 팥배나무였다. 그런데 이 나무의 열매가 이토록 아름다운지 처음 알게 한 장소가 이곳이었다. 정말 매혹적이자 고혹적인 멋을 지닌 나무였다.



그럴 리가 없지만.. 만약, 이날 내 손에 카메라가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저 앞만 바라보며 걷는 등산객들처럼 그냥 지나쳤을까.. 그럴 리가 없다.



나의 오래된 습관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었지.. 습관이 행동을 만들고 그 행동은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혜안을 선물한 것이다. 요즘 나의 포스트에 자주 등장하는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 이로부터 발현되었다고나 할까..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눈이란 마음의 등불에 불이 환하게 켜지는 현상과 별로 다라지 않다.



오감으로 파악한 정보들이 가슴에 모여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이런 감동이 물결치면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하늘에서 돈벼락이 떨어지는 기적이 아니다.



만약 당신의 가슴에 일어나고 있는 감동의 물결이 신의 그림자라고 생각해 보자. 신께서 당신과 동행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세상에 더 부러울 것도.. 내세에 대한 전혀 불필요한 생각 따위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우리는 부모님으로부터 신체를 물려받고 하늘로부터 영성을 부여받는다. 물질과 비물질이 공존하는 세상..



조물주가 세상 만물을 만든 후 남자 사람과 여자 사람을 만들었다고 한다. 매우 의미 있는 말이다. 천지만물이 사람들에게 유익한 것이며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것이랄까.. 사람들은 무엇이 그렇게도 바쁜지 주변을 거들떠보려고 하지도 않는다.



당신의 발아래는 물론 고개를 들면 전혀 새로운 세상이 펼쳐져 있다. 매일 기적이 일어나고 있는 현장이 우리 곁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 기록은 9년 전의 풍경이다. 9년 전에 만난 신의 그림자가 부활을 한 것이다.



잠시 코로나를 피해 한국에 가 있던 하니가 외장하드를 챙겨 오면서 비로소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기적으로 불러야 하지 않을까.. 서기 2021년 12월 초하루에 만나는 서울의 풍경은 오래된 좋은 습관이 인터넷을 만나며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인류문화사를 통틀어 이런 일이 일어난 일이 전무하다. 우리는 지금 날마다 기적을 부르는 세상에 살고 있다.


Un paesaggio di dicembre che si vuole rincontrare_SEOUL COREA
il Primo Dicembr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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