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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Nov 29. 2021

먼 길 떠나실 줄 알았다면

-그해 가을이 화려했던 이유


그땐 몰랐어요. 알 필요도 없었습니다.



늘 곁에서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았지요.



그런 어느 날.. 당신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곧 다시 돌아올 것이라 믿었지요. 하루 이틀 사흘.. 



다시 돌아올 날 계수하다 잎을 떨구었지요. 속이 발그레 타 들어갔어요. 그날, 하필이면 비까지 오셨습니다. 먼 길 떠나실 줄 알았다면.. 손이라도 흔들 걸 그랬어요. 목놓아 울어볼 걸 그랬어요.



작가노트


   서기 2021년 11월 29일 새벽(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기온이 뚝 떨어졌다. 어제 아침(새벽) 기온은 섭씨 7℃였으나 오늘은 9℃이다. 이탈리아 남부 지역 겨울의 온도 분포는 주로 이러하다. 한국의 서울에 비할 바도 못 되지만 바람까지 불면 체감온도가 더 떨어진다. 요즘 이곳에 바람이 분다. 사람들이 옷깃을 여민다. 본격적인 겨울이자 우기가 시작된 것이다. 오늘 아침 조금 이른 시각에 눈을 뜨고 서울에 살 때 자주 들렀던 강남의 대모산 풍경이 담긴 사진첩을 열었다. 그곳은 사람들이 잘 안 다니는 오솔길로 단풍잎이 수북이 쌓였다. 호젓한 길.. 거의 매일 아침 운동 겸 산책 삼아 들렀던 이 오솔길은 유난히도 정겨운 길이었다. 인적이 드물어서 그런지 오솔길 옆 풀숲에는 양치류들이 길게 잎을 내밀고 있었다. 만추가 시작되면서 단풍잎들이 오솔길을 덮기 시작했다. 알록달록 울긋불긋.. 어느 날, 정상을 돌아 집으로 가는 길에 오솔길에 발을 들여놓자 숲의 요정들이 "아더찌 안녕"하고 말을 걸었다. 나는 그때마다 "아가들아 잘 있었니?"하고 뷰파인더를 들여다본다. 뷰파인더 속 아가들의 눈에 글썽글썽 물기가 맺혔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녀석들의 속을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아이들은 먼 길을 떠날 차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 또한 정든 오솔길을 접어두고 먼 길을 떠날 차비를 마쳤다. 지금쯤 그 아이들은 여전히 숲 속에서 나를 기다릴까.. 그때 손이라도 흔들어 줄 걸 그랬지.. 녀석들에게 "안녕~"하고 한 마디라도 해줄 걸 그랬지.. 이른 새벽에 일어나 어깨를 떨군 녀석들을 보니 괜히 애잔한 마음이 든다. 아이들아 너희들도 그렇지..?! 보고 싶다. 보고 싶구나.


Lo splendido autunno a Seoul, Corea del Sud_Dono della fata
il 29 Novembr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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