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다시 서고 싶다
초행길의 안데스 쎄로 뽀쵸코.. 민낯의 안데스는 어떤 모습일까..?!
파타고니아 일주 여행을 마치고 다시 산티아고로 돌아가는 버스 속에서 우리는 마음의 결정을 내려야 했다. 두 번째 만난 피츠로이는 물론 전혀 새로운 세상으로 안내한 파타고니아를 정리해야 했다. 그대로 한국에 돌아가면 똑같은 일을 반복해야 했다. 서울 강남 한복판을 배화하거나 친구들을 만나는 일.. 평생 해 왔던 일을 다시 반복해야 할 게 분명했다. 새로운 삶을 살고 싶었다. 우리는 산티아고로 돌아오자마자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칠레에 살면서 파타고니아 곳곳을 다시 여행하고 싶었다. 그래서 경로를 통해 장기체류허가증을 받아내고 어설픈 살림집을 산티아고에 얻었다. 하루하루가 꿈같은 일의 연속이었다. 그때 만난 소일거리가 산행이었으며 파타고니아 여행 중에 줄곧 우리를 따라다닌 안데스가 손짓을 했다. 그곳은 산티아고 시내 중심에서 30분이면 갈 수 있는 안데스 자락이었다.
그곳에 세로 뽀쵸코(CERRO POCHOCO, 1882m)라는 산이 있었다. 세로 뽀쵸코.. 멀리서 볼 때 웅장한 느낌을 받은 안데스가 곁을 내어준 몇 안 되는 산이라고나 할까.. 산티아고 시민들이 자주 찾는 이곳은 우리로 말하자면 '동네 뒷산'인 셈이다. 그런데 동네 뒷산으로 막상 올라가 보니 카메라가 얼마나 거추장스러웠는지 모를 정도였다. 바디와 줌렌즈와 보조 렌즈와 도시락까지 챙기니 배낭이 묵직했다.
산기슭에서 고도를 높이자마자 건기를 버티고 선 커다란 선인장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 언제 비가 왔는지도 모를 오솔길은 더 마를 곳도 없어 보였다. 발걸음을 떼자마자 작은 돌멩이들이 발바닥 밑을 굴러다녔다.
고도를 좀 더 올리자 우리나라 동네 뒷산에서 만날 수 없는 수목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건기의 안데스 풍경이자 만추에 접어든 안데스의 민낯이 오솔길 옆에서 도열하고 있는 것이다. 선인장이 숲을 이루고 있는 산중에서 떨기나무들이 옷을 갈아입고 먼 길을 떠날 차비를 하고 있었다.
지난 여정 그곳에 다시 서고 싶다 편에서 이렇게 적었다. 초행길의 쎄로 뽀쵸코는 우리나라의 산에서 볼 수 없는 지형을 가지고 있었는데 남반구의 1월부터 3월까지는 매우 건조했다. 건기의 절정에 이른 것이다. 따라서 발 밑의 작은 돌들이 메마른 황토 위에서 구슬처럼 미끄러지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솔길에서 사방이 탁 트인 안데스와 멀리 산티아고 시내는 물론 주변의 풍광이 낯설어서 점점 더 호기심을 부채질하는 게 아닌가.. 사람들은 이곳에서 모닥불을 피운 흔적을 남기고 당신들의 행복한 마음을 행위로 표현하곤 했다. 주변의 돌을 주워 펠리스(FELIZ)라고 썼다. 행복하다는 뜻이다.
나는 그들이 무엇 때문에 행복한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주변의 풍광은 한국에서 전혀 만나지 못한 수종들로 주로 거대한 선인장이 안데스를 뒤덮고 있었다. 이런 풍경은 산티아고 시내서 만날 수 없는 새로운 풍경이었다.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Santiago del Cile)는 칠레의 수도이자 가장 중요한 도시이다. 이 도시의 대도시 지역은 그란 산티아고(Gran Santiago)로 불렀으며, 산티아고 메트로폴리탄 지역의 수도(capoluogo della Regione Metropolitana di Santiago)에 해당한다. 도시는 26개의 자치구를 가지고 있다.
도시는 마포쵸 강(Rio mapocho을 끼고 있는데 우리가 이곳에 머물 때는 황톳물이 쉼 없이 흐르고 있었다. 산티아고는 해발 고도 567m의 평균 고도에 위치해 있으며, 2014년 기준 (근교를 포함하면) 616만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었다. 전체 인구의 35.9%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산티아고에 몰려 살고 있는 것이다. 칠레 공화국 전체 인구는 2천만 명이 채 안 된다.
통계에 따르면 산티아고는 남미에서 7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이며, 세계에서 35번째로 큰 대도시로 알려졌다. 산티아고는 다수의 정부가 위치해 있으며(발파라이소 제외), 2006년 현재 라틴 아메리카에서 삶의 질이 세 번째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곳 산티아고에 머물면서 체험한 바에 따르면 빈부의 차가 극심했으며, 도시는 부자 동네와 가난한 동네로 나뉘어 있었다. 아울러 아침에 일어나 집에서 가까운 쎄로 산 크리스토발(Cerro San Cristóbal) 공원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면 이 도시는 죽음의 도시로 변하게 된다. 도시를 빙 둘러싼 스모그(미세먼지)는 마치 먼 외계의 행성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도시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따라서 수도 산티아고는 종종 비상사태가 선포되기도 하는 것이다.
사정이 대략 이러하므로 시민들은 짬만 나면 시내서 가까운 안데스를 찾아 운동을 하거나 여가를 즐기게 되는 것이라고나 할까..
시민들이 도시를 떠나 이곳으로 발길을 옮기면 그때부터 사정이 달라지는 것이다.
도시에서 느낄 수 없었던 풍경들이 그들의 가슴에 안기게 되는 것이다.
그런 연후 그들이 떠나온 도시를 내려다보면 스모그에 둘러싸인 것을 만나게 되고, 발아래 계곡에서는 맑은 물이 쉼 없이 흐르는 것을 보게 된다. 뿐만 아니라 스모그 현상에 갇힌 도시와 달리 화장기 없는 민낯의 대자연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우리가 발 디뎠던 초행길의 쎄로 뽀쵸코는 깊숙한 건기 한가운데에 있었으므로, 말 그대로 안데스가 민낯을 내보인 것이랄까.. 도심에서 만날 수 없었던 풍경들이 그들의 메마른 가슴을 촉촉이 적시는 것이다.
가끔씩 여성들의 화장기 없는 민낯을 만나게 된다. 화장 전후의 모습이 확연히 다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 혹은 이탈리아에서 만난 여성들 다수는 화장기 없는 민닟이었다. 얼굴은 주먹만 하고 콧날은 우뚝 서 있으며 두 눈은 호수를 닮았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이탈리아 국민가수 루치오 달라(Lucio Dalla)는 그의 노래 까루소(Caruso)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Lucio Dalla
Qui dove il mare luccica e tira forte il vento
su una vecchia terraza davanti al golfo di surriento
un uomo abbraccia una ragazza dopo che aveva pianto
poi si schiarisce la voce e ricomincia il canto.
Te voglio bene assaie ma tanto ma tanto bene sai
e una catena ormai
che scioglie il sangue dint'e vene sai.
Vide le luci in mezzo al mare
penso alle notti a in america
ma erano solo le lampare e la bianca di una elica
senti il dollre nella musica si alzo dal pianoforte
ma quando vide la luna uscire da una nuvola
gli sembro dolce anche la morte.
Guardo negli occhi la ragazza quegli occhi verdi com il mare
poi all'improvviso usci una lacrima e lui credette di affogare.
Te voglio bene assaie ma tanto ma tanto bene sai e una catena ormai
che scioglie il sangue dint'e vene sai.
Potenza della lirica dove ogni dramma e un falso
che con un po'di trucco e con la mimica puoi diventare un altro
ma due occhi che ti guardano cosi vicini e veri
ti fan scordare le parole confondono i pensieri
cosi diventa tutto piccolo anche le notti la in America
ti volti e vedi la tua vita come la scia di un'elica
ma si e la vita che finisce ma lui non ci penso poi tanto
anzi si sentiva gia felice e ricomincio il suo canto
Te voglio bene assaie ma tanto bene sai e una catena ormai
che scioglie il sangue dint'e vene sai dint'e vene sai.
안데스와 이탈리아 출신 가수 루치오 달라..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당신이 남긴 노랫말 속에 여성들의 아름다운 민낯이 잘 그려지고 있었다. 본문에 삽입해 놓은 중에 이런 내용이 포함돼 있다.
영상에 삽입된 비디오는 48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던 카루소가 묵었던 호텔 방에 들러 발코니에서 쏘렌또 만의 바라를 둘러본다. 그리고 그 방에 있던 피아노 앞에 앉아 당신의 삶 혹은 우리네 삶을 뒤돌아 보고 있는 것이다. 적시된 노랫말(번역: 역자 주)은 이랬지..
Guardo negli occhi la ragazza quegli occhi verdi com il mare
poi all'improvviso usci una lacrima e lui credette di affogare.
그는 그 소녀의 두 눈을 바라봤어요. 마치 바다처럼 푸른 두 눈.. 그때 문득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 그는 알았어요. 자신이 죽음의 심연으로 가라앉게 될 것이라는 것을..
Te voglio bene assaie ma tanto ma tanto bene sai e una catena ormai
che scioglie il sangue dint'e vene sai.
나는 당신을 사랑하오. 너무도 많이.. 정말 하늘만큼 땅만큼.. 당신도 모르는 바가 아니잖아요. 그건 나를 옭매는 사슬이 되어 녹여버리는 걸요. 당신이 그걸 알잖아요.
하니는 (항상) 저만치 앞서 걷고 있고 나는 그녀를 뒤따르며 점점 더 고도를 높이고 있다.
이때 만난 풍경들은 산티아고 중심 부근에서 만날 수 없는 풍경이자 심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사랑에 빠진 사람이라면 제정신이 아니란 걸 누구나 알게 된다. 그 마법에서 풀려났을 때 무릎을 탁~치겠지..
고도를 높이면 높일수록 그녀의 두 눈에 풍덩 빠지는 듯..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 나를 붙들거나 꼭 껴안고 놔주지 않는 것이다. 도시로부터 점점 멀어지게 되고 새로운 환상을 보며 민낯의 안데스를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화장 지운 안데스의 민낯..
우리가 지나온 사람 사는 세상은 발아래에 있고 그곳은 스모그에 가려 형체를 분간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나의 뷰파인더에는 해맑은 미소를 머금은 안데스의 혼들이 마구 손짓을 하는 것이다. 어쩌면 먼 길을 떠날 때 이런 풍경을 만나게 되는 건 아닐까.. 머지않아 우리를 초대한 신의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 낼 것이다. <계속>
il Nostro viaggio in Sudamerica_Cerro Pochoco, Santiago CILE
Il 02 Dicembr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