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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06. 2021

안데스 비경 속 신의 그림자

-그곳에 다시 서고 싶다


변하지 않는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


     서기 2021년 12월 5일 일요일 오후(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파타고니아 여행 사진첩을 열어보고 있다. 그곳에는 내가 좋아하는 남미 최초 노벨문학상 수장자 가브리엘라 미스뜨랄(Gabriela Mistral)이 사랑한 안데스가 펼쳐져 있다. 그녀가 태어난 장소는 이곳 산티아고와 가까운 안데스가 아니라 칠레 비꾸냐(La Vicuña)에서 1889년 4월 7일에 태어났으며, 1957년 향년 68세를 일기(췌장암)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부모는 후안 제로니모 고도이 뷔 라누 에바와 페드로닐라 알까야가 로하스(Juan Jerónimo Godoy Villanueva e di Petronila Alcayaga Rojas)였다. 그녀는 시인이자 교육자였으며 페미니스트였다. 그녀는 우여곡절 끝에 뿌에르또 몬뜨에서 가까운 테무코로 이사를 했는데 그곳에서 파블로 네루다라는 걸출한 제자를 길러내기도 했다. 



고도를 높이면 세상은 발 아래..


미스뜨랄이 1945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면 네루다는 1971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아 스승과 제자가 나란히 상을 받게된 것이다. 나는 우리가 파타고니아 여행을 끝마치고 산티아고로 다시 돌아온 후 산티아고의 네루다 박물관 라 챠스코나(La Chascona)를 방문하게 된 이유도 그녀를 기념하기 위함이랄까.. 


우리가 지나온 길이 손에 잡힐 듯 그러나 저만치..


그녀의 어린 시절은 불우했다. 라 세레나(La Serena)에서 1시간 반 정도의 가까운 비꾸냐에서 살았던 그녀의 나이 3살 때 아버지가 집을 나가버렸다. 그래서 매우 경제적으로 궁핍했지만,  나중에는 그의 아버지가 그녀의 시적 재능을 일깨우기 위한 조치라는 믿기 힘든 아이러니가 발생했다. 그런가 하면 그녀가 11살이 되던 해 그녀가 다니던 여자 학교에서 친구들의 교재를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 학교를 떠나게 되었으며, 그녀의 언니로부터 개인교습을 받았으며 언니는 선생님이었다. 



언니 에밀리나(Emelina)는 그녀에게 성경에 대한 열정을 가르쳐 준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람들은 그녀의 신비주의적인 작품이 그로부터 발현되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나 또한 그랬다. 그녀의 작품 <예술가의 십계명>의 첫째 계명인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 이란 표현을 좋아하게 된 것도 그녀 때문이었다. 




10살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한 그녀는 1914년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열린 백일장에서 <죽음의 소네트>라는 시로 입상을 하면서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죽음의 소네뜨..


절벽 위에서 줌으로 당겨 본 곳. 조금 전 우리가 이곳을 지나왔다.



LOS SONETOS DE LA MUERTE                                        


I

    Del nicho helado en que los hombres te pusieron,
te bajaré a la tierra humilde y soleada.
Que he de dormirme en ella los hombres no supieron,
y que hemos de soñar sobre la misma almohada.

    Te acostaré en la tierra soleada con una
dulcedumbre de madre para el hijo dormido,

y la tierra ha de hacerse suavidades de cuna
al recibir tu cuerpo de niño dolorido.

    Luego iré espolvoreando tierra y polvo de rosas,
y en la azulada y leve polvareda de luna,
los despojos livianos irán quedando presos.

    Me alejaré cantando mis venganzas hermosas,
¡porque a ese hondor recóndito la mano de ninguna
bajará a disputarme tu puñado de huesos!      


남자들이 너를 끼워 넣은 꽁꽁 언 대지 틈새에서

나는 너를 조심스럽게 양지바른 곳으로 내려놓은 것이다.

내가 그곳에서 잠들어야 한다는 것을 남자들은 알지 못한다.

그리고 우리는 베개 위에서 같은 꿈을 꾸어야 한다.

볕이 비치는 땅에 너를 뉠 거야.

잠든 아이를 위한 어머니의 감미로운 시선

아픈 아이로 당신이 받았을 때

땅은 생기를 불어넣을 것이다.

그러면 흙과 장미꽃가루를 뿌릴 거야.

파르스름한 달빛 먼지 속에서

전리품을 포로로 남겨두게 될 것이다.

나는 아름다운 복수의 노래를 부르며 물러날 것이다.

왜냐하면 양광스러운 그 손은 누구의 손에도 닿지 않기 때문이다.

네 뼈 한 움큼에 도전하러 내려올 거야.

                           

        산티아고 시내를 둘러싼 스모그 현상.. 매우 심각하다.     

               


II

    Este largo cansancio se hará mayor un día,
y el alma dirá al cuerpo que no quiere seguir
arrastrando su masa por la rosada vía,
por donde van los hombres, contentos de vivir...

    Sentirás que a tu lado cavan briosamente,
que otra dormida llega a la quieta ciudad.
Esperaré que me hayan cubierto totalmente...

¡y después hablaremos por una eternidad!

    Sólo entonces sabrás el por qué no madura
para las hondas huesas tu carne todavía,
tuviste que bajar, sin fatiga, a dormir.

    Se hará luz en la zona de los sinos, oscura;
sabrás que en nuestra alianza signo de astros había
y, roto el pacto enorme, tenías que morir...
  
                                   


이렇게 기나긴 피곤은 언제인가 더 커질 것이다.

영혼은 육체에 더 남아있고 싶지 않다고 말할 것이다.

그의 전부를 연분홍 길로 끌고 가서 

남자들은 어디로 가는지 살아서 기뻐하겠지.

네 곁에서 반짝거리는 것을 느끼게 될 거야.

잠자던 다른 사람들이 평온한 도시에 도착한다.

나는 그들이 나를 안전히 덮기를 바랄 거야.

그런 후 우리는 영원을 이야기할 거야.

그렇게 해야만 왜 잘 익지 않았는지 알 수 있을 거야.

당신의 무덤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당신은 아래로 내려서 피로를 풀고 잠들어야 했어.

시노스 지역에 어둠에 둘러싸인 빛이 있다면..

우리의 계약에 아스트라 흔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거야.

그리고 거대한 협정을 어기면 

당신은 죽을 수밖에 없었어.


숨은 그림 찾기.. ^^ 하니가 저만치 앞서 간다. 힘들어 보이는 뒷모습..ㅜ


                          

III

    Malas manos tomaron tu vida desde el día
en que, a una señal de astros, dejara su plantel
nevado de azucenas. En gozo florecía.
Malas manos entraron trágicamente en él...

    Y yo dije al Señor: -"Por las sendas mortales
le llevan. ¡Sombra amada que no saben guiar!
¡Arráncalo, Señor, a esas manos fatales
o le hundes en el largo sueño que sabes dar!

    ¡No le puedo gritar, no le puedo seguir!
Su barca empuja un negro viento de tempestad.
Retórnalo a mis brazos o le siegas en flor"

    Se detuvo la barca rosa de su vivir...
¿Que no sé del amor, que no tuve piedad?
¡Tú, que vas a juzgarme, lo comprendes, Señor!


벌건 대낮에 나쁜 손들이 당신의 목숨을 앗아갔어.

별들의 표시로 그는 당신 곁을 떠날 것이다.

정원에 새하얀 백합꽃이 활짝 피었다. 환희에 핀 곰팡이..

나쁜 손들이 비극적으로 그에게로 돌아왔다.

그리고 나는 주님께 이렇게 말했다.

"죽어야 할 운명이 길 위에 도착했다!"

"어둠을 사랑하면 길이 보이지 않는다!"

" 오 주님! 그 치명적인 곳에서 손을 떼세요!"

"그것도 아니면, 당신이 알고 있는 긴 잠에 빠뜨리시든지!"

"큰 소리로 외칠 수 없어. 따라갈 수 없어!"

"그의 보트는 검은 템페스트 바람을 밀어낸다.

그 아름다운 전성기를 나의 두 팔에 돌려주던지.."

그의 분홍색 삶의 보트가 멈추어 섰다.

"내가 자비로운 사랑에 대해 모른다고?"

"날 판단하려는 당신!.. 이해하긴 해.. 그렇지만 주님!!"




그녀가 <죽음의 소네뜨>를 쓴 배경에는 그녀의 첫사랑과 무관하지 않았다. 꽤 오랫 시간 동안 어설프게 번역(역자 주)한 노래를 통해 그녀의 아픔을 헤아려 봤다. 누군들 죽음의 소네트를 부르고 싶었을까.. 그녀는 1906년에 철도 직원인 로미오 우레타 카바잘(Romeo Ureta Carvajal)을 만났다. 그리고 사랑에 빠졌지만 그는 1909년에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다. 앞에서 길게 끼적거린 죽음의 소네트에 당신의 절망이 빼곡히 담겨 있었다.



당신의 의지와 의사와 상관없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슬픔을 시로 노래하면서 그녀의 인생은 전혀 남다른 꽃을 피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첫사랑에 실패한 후 죽을 때까지 독신으로 살았다. 그녀는 평생을 교육에 헌신하며 아이들을 사랑했다. 천진난만함의 대명사 아이들..



그녀는 죽음의 소네트를 노래하면서부터 삶과 죽음.. 희로애락 등의 인생사를 터득하게 되었을 것이다.


깔딱고개를 힘들게 넘자 거리가 좁혀진 그녀.. 포기할 줄 모르는 여자 사람. 대단해..!


당신의 아버지는 겨우 3살이었던 그녀 곁을 떠나고 다시 첫사랑마저 당신 곁을 떠나면서 하늘은 그녀에게 또 다른 선물을 예비하고 있었을까. 


45도에 이르는 벼랑 끝에서 포착한 안데스의 한 장면..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쎄로 뽀초코에 오르는 동안 전혀 낯선 풍경을 만나며 그녀를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산티아고에서 떠올린 두 생각은 마푸체 인디오들의 호연지기와 함께 안데스 깊은 곳으로 스며든 가브리엘라 미스뜨랄의 사유..


서서히 안데스의 비경이 시작되고 있었다.


나는 뒤늦게 그녀의 아름다운 노랫말에 취한 나머지 열렬한 팬이 되었다. 그녀의 또 다른 작품 <예술가의 십계명>은 세상의 그 어떤 학문이 필요치 않을 정도랄까.. 돌이켜 보면 가장 즐겨 읽고 오랫동안 공부한 책들은 나의 삶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그중에 그녀의 삶의 전부가 오롯이 녹아있는 예술가의 십계명은 큰 울림을 주었다. 



예술가의 십계명 

-가브리엘라 미스뜨랄 


첫째주 위에 존재하는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사랑하라. 

둘째, 무신론적 예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창조주를 사랑하지 않을지라도 그와 유사한 존재를 만들어 놓고 그를 섬기라.

셋째, 아름다움을 감각의 미끼로 주지 말고 정신의 자연식으로 주어라.

넷째, 방종이나 허영을 위한 구실로 삼지 말고 신성한 연습으로 삼아라.

다섯째, 잔치에서 너의 작품을 찾지도 말 것이며 가져가지도 말라. 아름다움은 동정성이며 잔치에 있는 작품은 동정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섯째, 너의 가슴속에서 너의 노래로 끌어올려라. 그러면 너의 가슴이 너를 정화할 것이다.

일곱째, 너의 아름다움은 자비라고 불릴 것이며 인간의 가슴을 기쁘게 해 줄 것이다.

여덟째, 한 어린아이가 잉태되듯이 네 가슴속 피로 작품을 남겨라.

아홉째, 아름다움은 너에게 졸림을 주는 아편이 아니고 너를 활동하게 하는 명포 도주다.

열째, 모든 창조물 중에서 너는 수줍어할 것이다. 너의 창조물은 너의 꿈 보다 열등했으며 동시에 경이로운 신의 꿈인 자연보다도 열등하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예술가의 십계명을 가슴에 두르고 다녔다. 세상에 많은 가르침 중에 이 보다 더한 가르침이 또 있을까.. 그녀의 운명적 깨달음은 안데스가 잉태하고 낳은 산물일 것이다. 안데스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녀의 가슴속에 넉넉한 사랑이 듬뿍 묻어있었던 것이다. 하늘과 땅..


조금 전 우리가 지나왔던 오솔길에 두 사람이 힘겹게 따라붙었다. 우리와 다른 등산로의 모습이다.


그 아름다운 운행 속에서 당신은 아버지를 여의고 첫사랑을 잃었으며 하늘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척박한 산중은 안데스 선인장 숲이 차지하고 있다


그러니 그 억울함도 잠시 잠깐.. 그녀는 "무신론적 예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창조주를 사랑하지 않을지라도 그와 유사한 존재를 만들어 놓고 그를 섬기라."라고 말한다. 바람에 날리는 작은 풀잎처럼 연약하기 짝이 없는 인간의 마음을 잠시 위탁해 놓는다면.. 아니 그럴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 그때쯤 신의 존재를 알게 될까..



"우주 위에 존재하는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사랑하라."


우리는 점점 더 비경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역광과 순광과 측광이 번갈아가며 뷰파인더 앞에 나타난다.


우리 행성 지구에 많은 이들이 다녀갔다. 성자들이 다녀갔다. 대문호가 다녀갔다. 불세출의 예술가가 다녀갔다. 별의별 사람들이 모두 다녀갔다. 도무지 계수할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생몰을 이어간 자리에 이 보다 더한 가르침이 어디에 있었으며, 이 보다 더 신의 존재를 설명한 사람들은 또 어디에 있었을까..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



우리는 눈만 뜨면 절대자가 필요하다. 그를 통해서 다음 생까지 위탁을 해 보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들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것이라는 걸 알 때쯤 남은 생애 거의 대부분을 소비했을지도 모른다. 안데스의 비경 속으로 발을 들여놓으면 놓을수록 그녀의 노래가 가는 바람과 함께 머리를 스치며 지나간다.



생전 처음 만나는 안데스의 쎄로 뽀초코.. 그 속에 감추어둔 신의 그림자가 자꾸만 깊은 곳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어쩌면 당신께서 우리가 오기를 학수고대한 후 마음을 한데 엮어 우리를 인도하신 게 아닌기 싶은 생각이 든다. 세상 어디를 가나 비경은 그런 곳이었다. <계속>


il Nostro viaggio in Sudamerica_Cerro Pochoco, Santiago CILE
Il 05 Dicembr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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