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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07. 2021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해넘이

-미켈란젤로의 부활과 무궁화 꽃_황홀한 해넘이 


여행자들이 그곳에 머물고 있는 이유가 있다!!


그곳은 르네상스의 고도 퓌렌쩨이며 나는 이 도시를 미켈란젤로의 도시로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전혀 그럴 리가 없지만 그가 이 도시에서 유년기를 보내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퓌렌쩨는 물론 르네상스라는 말 자체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이 도시를 빛내고 있었지만 미켈란젤로가 남긴 족적에는 비견될 바가 못되었다. 물론 내 생각이다. 



나는 그를 통해 당신의 영감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늘 궁금했다. 그는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퓌렌쩨의 석공 마을에서 대리석 가루가 섞인 우유를 유모로부터 받아 마시고 자랐다. 훗날 사람들이 여러 장르의 예술 가운데 왜 조각에 심혈을 기울였느냐고 했을 때, 그는 "대리석 가루가 든 우유를 마셨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당신의 유년기를 행복하게 만든 건 대리석이었으며, 그는 석공 마을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자랐다. 돌(대리석)은 장난감이자 당신이 떡 주무르듯 하는 재료였다. 그는 석공 마을에서 자랐지만, 언제인가 퓌렌쩨를 휘감고 도는 아르노 강을 지나 뽀르따 산 지오르지오(Porta San Giorgio) 언덕 너머로 서서히 사라지는 해넘이에 홀라당 반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의 유년기를 일면 비교해 보니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어린이들은 어른들과 달리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매우 단순하며 사물을 직관하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 마음에 때가 묻지 않았거나 지울 수 없을 정도로 혼탁하지 않은.. 맑고 향기로운 향기를 지니고 있다고나 할까. 미켈란젤로가 아르노 강(Fiume arno)을 건너 무로 디 퓌렌쩨(Muro di Firenze_미켈란젤로 광장에서 보이는 성벽)를 따라 언덕 위에 서면 알 수 없는 환희를 경험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는 그 기쁨이 어디서부터 왔는지 궁금해했을 것이며 묵상을 거듭하며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깨닫게 되었을 게 분명하다. 석공 마을에서는 석공들이 건축 자재로 습관적인 조각을 하고 있었다면, 그는 당신이 하고 있는 돌 다듬기에 생명을 불어넣기 시작한 것이다. 세상 만물은 그저 된 게 없을 뿐만 아니라.. 신의 간섭이 반드시 있었을 거라는 믿음이 작용한 즉시, 그의 손놀림은 바쁘게 그리고 보다 더 정교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그냥 돌을 다듬는 게 아니라 돌 속에 갇혀있는 천사를 구출하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당신의 작품 다비드(David)의 원작을 갈레리아 델라 아카데미아(Galleria dell'Accademia)에서 만난 직후 얼어버릴 지경이었다. 인간이 만든 작품이 아니라 신이 당신의 손을 빌려 만든 작품이 아니라면 불가능했을 정도로 생생한 느낌이 그대로 묻어났다. 



그런 한편, 당신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니 남자인 내가 봐도 섹시함이 느껴지는 게 아닌가.. 불세출의 영웅이자 예술가인 미켈란젤로에 대한 세상의 찬사는 넘쳐난다. 그렇지만 내가 만난 미켈란젤로의 작품과 당신의 생애를 통해 어느 날 미켈란젤로의 광장에서 그를 기념하고 있는 것이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해넘이




그의 유년기를 돌아보며, 뽀르따 산 지오르지오 혹은 포르테 디 벨뵈데레 (Forte di Belvedere) 언덕 너머로 사라지는 황홀한 해넘이를 지켜보기로 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의 가슴이 환한 불이 켜지며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느껴보시기 바란다. ANDIAMO!!


무. 궁. 화. 꽃. 이. 피. 었. 습. 니. 다!!






























여기까지 스크롤을 내리면서 만나본 퓌렌쩨의 해넘이는 가히 절경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아마도 나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미켈란젤로의 창조적 발상은 퓌렌쩨를 휘감고 도는 아르노 강과 해넘이가 너무 아름다운 언덕 때문이었을 것이다.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환상적인 풍경은 때때로 예술가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우리는 그들의 작품에 환호성을 지르는 게 아닐까. 우리가 잘 아는 <어린 왕자>의 저자 생떽쥐페리는 그의 작품을 통해 해넘이를 이렇게 표현했다.(출처: 심규선(Lucia) - 어린 왕자 낭독)



"나는 해가 지는 광경이 좋아. 우리 해 지는 걸 보러 가"

"아직 기다려야 해"

"뭘 기다려?"

"해가 지길 기다려야 해"



처음에 너는 몹시 놀라는 표정이었지. 하지만 곧 자기 말이 우습다는 듯 웃음을 터뜨리며 이렇게 말했다.



"ㅎ 지금도 내가 우리 별에 있는 것만 같아서.."

"그럴 수 있겠지. 누구나 다 알다시피 미국이 정오일 때 프랑스에서는 해가지지.. 단숨에 프랑스로 달려갈 수 있다면 해지는 걸 볼 수 있을 거야. 그런데 불행히도 프랑스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그러나 너의 조그만 별에서는 의자를 뒤로 몇 발짝 물려놓기만 하면.. 그렇게 되면 마음 내킬 때마다 해지는 광경을 볼 수가 있었던 거야."

"어느 날은 해지는 걸 44번이나 본 적도 있어"


그리고 잠시 후 다시 말을 이었지..



"그런데.. 몹시 슬플 적엔 해지는 게 좋아져.."



"마흔네 번 본 날.. 그러면 그렇게도 슬펐던 거야?"


그러나 어린 왕자는 대답이 없었다.




    서기 2021년 12월 6일 저녁나절,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는 오후부터 비가 주룩주룩 오신다. 건기 때 그렇게 화려했던 해넘이 풍경은 우기에 접어든 요즘은 볼 수가 없다. 기온도 뚝 떨어져 영상 8도씨를 가리키고 있다. 이곳에서 3년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 동안, 수은주가 기록한 10도씨 이하는 우리나라의 영하 온도와 맞먹는다. 바깥출입도 쉽지 않다. 이때 열어본 사진첩 속에 두 어린이가 등장한다. 미켈란젤로와 어린 왕자.. 

두 어린이는 생몰연대는 서로 다르고 환경은 크게 차이가 난다. 미켈란젤로가 대리석 가루가 든 우유를 유모로부터 받아먹었다면 어린 왕자(생텍쥐페리)는 귀족 중에 귀족이었다. 나는 두 어린이 전부 좋아한다. 하지만 작품에 나타난 두 사람의 모습을 참조하면 이상향에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어린 왕자는 안드로메다 곁 먼 우주에 당신만의 별을 가지고 있었다면, 미켈란젤로는 당신 바로 곁에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는 장차 돌아갈 본향이 인간이 계수할 수 없는 저 먼 우주에 있는 게 아니라 당신 곁에서 늘 동행한다는 것을 깨닫지 않았을까.. 


해돋이와 해넘이를 볼 수 없는 흐린 날에도 해는 뜨고 지는 순환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 등에 대해서.. 아르노 강 너머로 사라지는 황홀한 광경을 통해서 알게 되었을 것 같다. 이곳 미켈란젤로 광장에 모여든 사람들은 어린 왕자가 되기도 하고 미켈란젤로가 되기도 하는 것. 당신은 해넘이를 통해 누구를 더 닮았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무. 궁. 화. 꽃. 이. 피. 었. 습. 니. 다!!


Quando vai lì, tutti si innamorano del tramonto_FIRENZE
il 06 Dicembr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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