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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09. 2021

우리나라서 맛본 세계 최고의 요리

-여수갯가길에서 만난 굴 요리 몇 가지_상편


9년 전 혹은 그 이전의 맛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한 사람..?!


    어느 날 그는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포토그래퍼이자 여행가였다. 인생 후반전에 본격적으로 시작한 여행을 통해 기록을 남기기 시작하며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 곳곳에 발도장을 찍고 다녔다. 그는 자연을 사랑하고 대자연 속에서 신의 그림자를 발견해내며 기뻐했다. 세상 만물에 깃든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찾아낼 때마다 환희에 젖어드는 것이다. 그가 늦깎이로 시작한 요리사의 길도 만만치 않은 여정이었다. 평소 지나치던 광경 앞에 멈추어 서서 음식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거창하게 말하면 음식을 연구하게 된 것이다. 그는 누구일까..? ^^



여행과 음식.. 두 가지의 화두는 언제 어느 곳에서 나 늘 환상적인 조합을 이루며 나를 따라다녔다. 장소에 따라 음식의 맛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후 음식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양념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또 요리를 맛있게 하는 건 분위기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귀족들이나 미식가들이 요리를 앞에 둔 곳은 궁전이나 잘 꾸며진 살롱이었다. 그곳에서는 누룽지조차 달콤할 수밖에 없는 장소이다. 거기에 누군가 춤을 추고 노래를 하는 등 여흥을 돋우면 천상의 나라에 가 있는 듯할 것이다. 



서기 2021년 12월 8일 저녁나절(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사진첩을 열어놓고 입맛을 다시고 있다. 그곳에는 9년 전에 다녀온 여수갯가길의 풍경이 오롯이 남아있었다. 여수에 살고 있는 후배들이 여러분들을 초대한 것이다. 우리는 그곳에서 세계 최고의 요리를 맛보게 됐다. 아마도 요리사가 아닌 다음에야 세계 최고의 요리가 대한민국에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러나 포스트의 표지 사진을 보는 순간부터 내용 절반 이상이 노출되어 싱거울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 곁에는 세계 최고의 식재료들이 부지기 수로 널려있는데 우리가 잘 모를 뿐이다. 한국은 해산물에 관한 한 세계 최고가 틀림없다. 현재까지 세계의 요리 중에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해산물만큼 좋은 요리의 재료가 없을 것 같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도 우리나라처럼 삼면이 바다로 둘러 씨인 반도국가이다. 그러나 이탈리아서 생산되는 해산물은 우리나라의 바다에서 생산되는 해산물과 매우 다르다. 맛이 다른 것이다. 



사람들은 바다가 다 거기서 거긴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엄격히 따지나 마나 우리나라 연근해서 잡히는 해산물의 맛은 달콤한 게 특징이다. 예컨대 서해 바다에서 잡히는 조기만 해도 중국 연근해서 잡히는 조기 맛과 전혀 다르다. 생선과 어패류는 물론 해조류까지 맛이 다른 것이다. 이런 이유 등에 대해서 <신약>의 저자 김일훈 선생께서는 "한반도에만 존재하는 우주의 기운 때문"이라고 말했다. 참 애매모호한 말씀이었다. 그래서 당신의 주장 사실을 좀 더 과학적으로 접근해 보니 우리나라의 지리적 특성이 한몫 거든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남한만 해도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강과 천이 실어 나르는 모래와 흙이 바다로 흘러들어 개펄을 만드는 것이다. 개펄은 미네랄의 보고이다. 세계의 개펄 중에  세계 최고의 개펄을 가진 나라 1위가 한국이다. 따라서 미네랄을 섭취하고 자란 해산물이 다른 나라보다 월등한 맛을 내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아울러 한반도의 형성 시기나 과정 등을 살펴보면 흥미롭다. 지구 나이 대략 45억 년 전(혹은 46억 년 전) 선캄브리아기에는 변성암(편마암)이 46%를 차지하고 있었다. 대이작도의 편마암은 현재까지 한반도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암석으로 25억 년 전에 형성되었다고 한다. 자료 <한반도의 형성>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2억 4천5백만 년 전 중생대에는 한반도는 유라시아 대륙의 가장자리에 위치해 있어, 해양판이 대륙판 밑으로 파고드는 환경의 영향을 받았다. 이때 땅속 깊은 곳에 화강암이 광역적으로 생성되었다(대보 조산 운동). 북한산, 금강산은 이때 생성된 화강암 위를 덮고 있던 편마암이 오랜 시간 깎여 나가면서 드러난 것이다. 중생대 후기에도 화강암의 관입은 계속되었다 (불국사 조산 운동). 또한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많은 분지와 호수가 형성되면서 공룡들의 좋은 서식지가 되었으며, 퇴적암이 형성되기도 했다. 한반도는 오래된 땅이다. 여러 땅덩어리들이 이동하고 충돌하여 생긴 땅이며, 다양한 환경 속에서 화성 및 변성 작용을 받았다. 이러한 이유로 한반도는 다양한 유형의 지형이 형성되었으며, 많은 동식물들의 터전이 되었다. 또한 양은 많지는 않으나 다양한 광물 자원이 분포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이탈리아 반도는 최근까지 지진과 활화산이 분출되는 등 조산 활동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 다녀온 이탈리아 북부 돌로미티 국립공원만 해도 대략 7500만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한반도의 형성에 비추어 보면 거의 최근(?)에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곳 바를레타에서 가까운 마르게리따 디 사보이아 염전을 보면 오판토 강 하구는 우리나라의 개펄과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드리아해 연안에는 개펄이 거의 없었다. 우리 행성 최고의 개펄과 오래된 땅덩어리가 만든 게 최고의 해산물을 만든 일등공신이었을까..




우리나라서 맛본 세계 최고의 요리




지금 내 앞에는 일행들과 함께 먹었던 생굴이 특유의 향긋한 바다 냄새를 풍기고 있다. 우리는 조금 전 여수갯가길에 위치한 한 음식점에서 굴 요리만으로 포식을 했다. 당시 느낌을 나의 블로그에 이렇게 썼다.


내 앞에는 촉촉이 젖은 생굴의 뽀얀 속살이 초겨울 햇살에 반짝이고 있다. 녀석은 나를 위해 1년 전부터 여수의 갯가길에서 뙤약볕과 은빛 가루 흠뻑 쏟아붓는 달님을 무시로 맞이하며 살집을 불려 온 것. 밀물 때가 되면 무시로 바다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썰물 때가 되면 갯바람과 푸른 하늘이 친구가 돼 주었던 갯가길의 진정한 주인공이었다.



그런 녀석을 앞에 두고 바라보고 있자니 한 인간의 생각은 왜 이리 간사한고. 나는 걸신들린 포식자처럼 녀석을 마구 마구 흡입하기 시작했다. 벌써 몇 개째 인지도 모른다. 면장갑 낀 채로 그저 닥치는 대로 집어 들고 칼집을 쑤셔대는 것. 때론 녀석들이 뜨겁게 데운 물로 공격(?)을 하기도 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잘 까야한다.



서울에서 오전 6시 30분에 집을 나서 정오 경에 갯가길에 도착할 때까지 몸속을 채운 건 생수 몇 모금과 정안휴게소에 잠시 들렀을 때 주전부리로 먹은 어묵 바 하나가 고작이었다. 그런 상태의 한 인간 앞에 굴 더미가 '날 잡아 잡수'하고 잔뜩 모여있는 데 이런 건 잘 먹어줘야 예의가 아닌가. 녀석들은 어느 날 여수 앞바다와 갯가길의 추억 전부를 달짝지근한 향기와 섹시한 미네랄로 두르고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다. 잘 먹어줘야 한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우리 만남은 필연이었어. 여수 갯가길 곁에서 바라본 바다는 하늘색을 쏙 빼닮았다. 그곳이 어딘지 서울 촌놈이 단박에 알아차릴 수 없었지만, 필시 그곳은 우리가 곧 만나게 될 갯가길로부터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란 건 알 수 있는 곳이었다. 곧 갯가길 답사가 시작되면 꽤 많이 걸어야 할 테고, 그때 다시 온몸이 허기로 아우성일 텐데, 그때를 위해서라도 잘 먹어둬야 했다. 또 먼 길을 떠난 여행 중에 맛깔스러운 음식이 없다면 얼마나 재미없는 여행 일꼬..



신도 따로 없었다. 생굴을 앞에 둔 걸신들 때문에 화로 위에 수북이 쌓아둔 생굴은 금방금방 뽀얀 속살을 드러내 놓았다. 이런 진귀한 장면을 그냥 지나칠 수 있나. 뽀얀.. 뽀오얀.. 속살에서는 생굴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동시에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런 굴을 카사노바는 매일 50개 이상씩 먹어줬다고 하는 전설은 익히 다 학습한 사실이다. 보통 사람들이 하루에 5개만 먹어줘도 비타민과 무기질의 권장량을 채운다는 데 카사노바는 무려 50개씩을 매일 까먹었다니 생굴의 천적이나 다름없는 동물(?)이었다. 연 중 하루 이날만큼은 카사노바가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면 도대체 얼마나 먹어줬을까. 



생굴 직화구이를 하나 씩 까먹을 때마다 혹은 가끔씩 들이킨 곡차 포함하여, 더 이상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배가 불렀을 때 비로소 굴 까는 작업을 그만두었는데, 그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던 일행들이 멀쩡한 사람 '참 안됐다'는 표정으로 한 움큼을 더 공급해 주셨다.ㅋ 참 고마우신 분들이다.



이날만큼은 생굴 앵벌이에 나서도 전혀 인격과 무관할 듯. 서울에서 이 같은 대접을 받으려면 비용도 비용이지만, 일단 생굴의 향기부터가 달라 쉽게 손이 안 가는 데 이곳 갯가길의 생굴 구이 식당은 무슨 비법이 있는지 자꾸만 손이 가게 만들고 있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는 아름다운 아드리아해를 끼고 있는 유서 깊은 도시이다.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여서 해산물이 풍부하다. 문어는 물론 참도미와 새우와 어패류 등이 바를레타 재래시장에 매일 출하가 되고 있다. 또 가까운 뜨라니 항구에 가면 질 좋은 생선들을 만날 수 있다. 이른바 생선 킬러인 우리가 이런 녀석들을 가만히 놔둘 이유가 없다. 어쩌면 날이면 날마다 상 위에 해산물 요리가 올라올지 모른다. 


그런데 이탈리아인들에게 매우 미안한 발언이지만 이탈리아서 구입해서 먹은 해산물들은 우리 성에 차지 않았다. 해산물에 깃든 달짝지근한 맛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이곳의 지인에게 설명을 곁들였더니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의 표정은 "그럴 리가 있나.."싶은 표정이었다. 그래서 주야장천 떠들고 또 떠들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그게 서두에 나열해 둔 주장 사실이자 해산물 왕국 대한민국의 정체성이나 다름없었다. 



포스트에 등장한 생굴 요리는 요리라는 수식어를 붙이기 민망할 정도이다. 숯불 혹은 그릴에 구워낸 굴은 요리로 불러야 할 것이나, 자연산 식재료 본연의 생굴 맛을 보기 위해 굴을 깐 행위를 요리로 부를 수 없는 것이다. 다만 굴을 양식하거나 수확하고 깨끗이 세척하는 등의 과정을 요리라 보면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이탈리아 요리는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으므로 우리나라의 바다에서 잡히거나 생산되는 해산물 전부는 최고 요리의 식재료라 할 수 있다. 날로 먹고 익혀 먹고 그 어떤 방법으로도 오만가지 요리를 만들 수 있는 나라.. 오늘은 생굴과 직화구이 요리를 눈으로 맛봤다. 그렇다면 하편에는 어떤 굴 요리가 등장할까.. <계속>


il miglior piatto del mondo assaggiato in Corea del sud_YEOSU
il 08 Dicembr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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