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이탈리아인들의 건강 장수 비결
올리브유는 다 똑같은 게 아니었지..!!
이탈리아 요리학교에서 가르치는 중요한 기초 과정
500년 된 올리브나무 과수원을 돌아보기 전에 먼저 글쓴이가 몸 담았던 이탈리아 요리학교의 기초 과정을 대략 살펴보면 이러하다. 사람들은 보통 요리학교를 다녔다면 근사한 요리를 잘 만들어내는 요리사를 머리에 떠올릴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 같은 과정까지 도달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탈리아의 요리 역사와 각 지방의 전통 요리 등 숱한 과제가 등장한다.
그 가운데 자칫 놓치기 쉬운 과정이 있다. 매우 기초적인 부분이지만 엄청나게 중요한 부분이다. 요리사는 요리에 필요한 재료 대부분을 맛을 봐야 한다. 자기가 만드는 요리에 필요한 식재료가 어떤 맛을 내는지 어떤 영양가를 포함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것.
이런 절차가 생략되면 결과물은 뻔하지 않을까. 따라서 요리 유학 중에 이탈리아에서 생산되는 온갖 식재료를 한 번쯤은 맛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중에는 와인도 포함되어 있다. 기초 과정에 와인 소믈리에 과정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육류는 물론 생선과 채소 과일 및 육가공 제품 등 이탈리아인들의 식탁에 오르는 웬만한 식품은 맛을 보게 되는 것이다.
또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올리브유가 있다. 아마도 여러분들은 올리브유라고 하면 거기서 거긴 것처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와인이 산지마다 특별한 맛을 지닌 것처럼 올리브유도 생산지에 따라 맛이 천 차 별 만차 별로 다르다. 그중에서도 글쓴이가 맛본 최고의 올리브유는 이탈리아 뿔리아 주에서 생산되는 것이었다.
요리 유학 중에 맛 본 최고의 올리브유
이탈리아 요리 유학 중에 가장 힘든 순간은 요리 실습이 진행되는 현장이다. 학생들 마다 주어지는 기회이자 반드시 거쳐야 하는 리스또란떼의 현장 실습은 각양각색이다. 어떤 학생들은 미슐랭 별이 여럿 있는 유명한 곳에서 실습을 하다가 그나마 배운 요리 실기를 까맣게 잊어먹는 일이 다반사이다. 유명 리스또란떼에서는 초보 요리사에게 일을 잘 맡기지 않는다. 꾸치나의 각 파트마다 내로라하는 선배들이 떡하니 버티고 있으므로 초보가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되어있는 것이다.
따라서 스텝이 많은 유명 리스또란떼에서 초보가 하는 일이 양파나 대파를 다듬거나 감자를 깎는 일 등이 주어질 수 있다. 그 먼 나라에서 엄청난 비용과 시간 및 노력을 들인 요리 유학에서 양파나 까고 앉았다면 이게 차마 웃을 일인가. 하지만 사실이다. 그래서 요리 유학이 끝나고 나면 서로의 사정을 나누게 되는데 그야말로 눈물 날 비하인드 스토리가 조리복을 적시고 있는 것.
글쓴이는 다행히도 그런 일은 겪지 않았다. 관련 브런치에 언급한 것처럼 요리 유학이든 그 어떤 유학이라 할지라도, 특정 국가에 입국하는 즉시 그 나라의 언어를 반드시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현지인들처럼 좔좔 자기의 의사를 표현하고 소통하는 정도는 아니라 할지라도, 자기가 말하고 싶은 것을 표현하는 능력 혹은 업무 중에 필요한 소통 언어는 당연히 숙지해야 한다.
내가 요리 실습을 한 곳 중 한 군데는 미슐랭 별을 단 꽤 유명한 리스또란떼였다. 그 리스또란떼를 찾는 손님들은 유럽에서 먼길을 나선 식도락가들이 대부분이다. 손님들이 타고 온 자동차 브랜드만 봐도 손님들의 사는 형편을 단박에 구분 지을 수 있었다. 예컨대 페라리를 몰고 연인끼리 온 손님이며, 정말 근사한 자동차를 타고 온 노부부라던지..
이들은 사전에 예약을 하고 예약 당일 모습을 드러내는 것. 손님들의 수준이 대략 이러하다 보니 살롱은 궁전의 식탁처럼 잘 꾸며놓았다. 또 먼지 한 톨 날리는 법이 없으며 고풍스럽고 아늑한 곳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밤이 늦는지 조차 모르게 음식을 탐닉하는 것이다. 나는 이곳에서 이탈리아 요리의 진수를 배우게 됐는데 그때 알게 된 한 여성 웨이터가 일조했다.
그녀가 고향에 다녀온다면서 한 며칠 안 보이더니 어느 날 출근을 했다. 그리고 그녀의 보따리 속에서 향긋한 냄새가 나는 과일 하며 올리브유가 보였다. 의외였다. 리스또란떼 근처에서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는 올리브유를 가져온 것이다. 궁금했다. 그래서 잠시 쉬는 시간에 셰프에게 물어봤더니 뿔리아에서 생산된 올리브유라며 맛을 보라고 했다.
그제야 미슐랭 별을 단 이 리스또란떼에서 사용하는 올리브유가 뿔리아 산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셰프는 내게 작은 숟가락에 올리브유를 따러 주었는데.. 세상에! 빛깔부터 달랐다. 올리브유에서 초록색이 감돌았는데 혀 끝으로 맛을 보는 순간 향긋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그리고 입안에서 음미를 하자 톡 쏘는 듯한 매운맛 혹은 쓴맛이 나면서 삼키려니 기침이 날 듯 목젖을 자극했다.
보통 슈퍼마켓에서 판매되는 이탈리아 산(Prodotto in italia) 올리브유와 전혀 비교가 안 됐다. 나는 그때 쾌재를 불렀다. 똑같아 보이는 식재료라 할지라도 산지에 따라 차이가 엄청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행운이었다. 한 여성 웨이터가 겸사겸사 일부러 고향까지 내려가 공수해 온 올리브유는 이 리스또란떼의 노하우 중에 하나였다. 뿔리아 산 올리브유로 인살라따(Insalata)에 사용하면 식재료 본연의 맛은 물론 향기가 코 끝으로부터 입안에 진동할 게 틀림없었다. 손님들이 그 먼길을 달려오는 것도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랄까.
나는 지난달 중순 우연찮게도 뿔리아 주의 오래된 항구도시 바를레타에서 올리브 과수원을 가진 분을 만나게 됐다. 그를 만나게 된 이유는 그의 아들 루이지 라노떼(Luigi Lanotte) 때문이었다. 아내의 그림 수업 때문에 거처를 옮길 겸 겸사겸사로 루이지와 동행했는데 그의 가족들이 너무 따뜻하게 나를 맞이해 준 것이다.
그는 루이지의 아버지로 이름은 프랑코 라노떼(Franco Lanotte)였다. 프랑코를 만나자마자 그는 거의 매일 아침 커피를 마시자며 나를 불러내는 동시에 바를레타 자랑을 끊임없이 했다. 그의 가족은 전부 바를레타 출신으로 토박이였는데 어느 날 내게 당신의 올리브 과수원을 보여 주겠다며 자동차로 루이지와 함께 셋이 동행했다. 그런 한편 자동차 속에서 내게 뿔리아산 올리브유를 먹어봤느냐고 물었다.
♡글쓴이를 자신의 올리브 과수원으로 인도한 프랑코가 올리브 열매를 설명하고 있는 장면인데, 그의 모습에서 남자다운 풍모가 느껴진다. 당신은 백발이 되었지만 올리브 나무는 다시 500년을 더 살지도 모르겠다. 기록에 따르면 2천 년도 더 된 올리브 나무가 있었으니 말이다.
따라서 앞서 언급된 내용을 설명했더니 "맞다"며 기분 좋아했다. 그리고 올리브가 다 익으면 수확을 하는데 자기들의 수확 방식은 조금 다르다고 말했다. 가끔 자료들를 살펴보면 올리브나무 밑에 자리를 깔아놓고 도리깨질을 해서 수확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그런데 그렇게 수확하면 올리브 열매에 상처가 생길 뿐만 아니라 나무까지 손상을 입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올리브 열매를 수확할 때 열매가 붙어있는 가지를 손으로 흝어 수확하는 방법을 사용한다고 했다.
자동차는 바를레타 시내에서 겨우 1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프랑코의 올리브 과수원에 도착했다. 그는 올리브 과수원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마다 애정 어린 손길로 마치 아이들이나 가족처럼 대했다. 그런 한편 당신의 과수원에 심어진 나무 중에서 몇 군데를 가리키며 수령이 500년 이상된 나무들이라고 소개했다. 그 나무들은 위에서부터 아래로 스크롤바를 내리면서 본 자료 사진들이다.
그러니까 이 나무들은 최소한 르네상스 시대 때부터 현재까지 대를 이어 내려온 것들이며, 그의 집안 대대로 먹여 살린 나무들이자 생사고락을 함께한 가족 같은 나무들이었다. 나무의 질감만으로 너무 아름다운 곳. 이곳에서 생산된 올리브유는 이미 예약이 끝난 상태로 20리터들이 통에 담겨 지인들에게 팔려나간다고 했다. 돌아오는 길에 궁금한 게 있었다.
뿔리아 주의 기후는 포도나무나 올리브나무를 재배하기 너무 좋다고 알려졌는데 비가 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무는 싱싱한 이파리들을 내놓고 열매는 점점 굵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과수원에 "물은 어떻게 공급하느냐"라고 물었더니 프랑코는 씩 웃으며 과수원 중심에 위치한 작은 우물을 열어보였다.
우물 뚜껑을 열자마자 그곳에는 깊이가 1.5미터는 될까.. 올리브나무들이 자라는 과수원 바로 밑으로 맑은 지하수가 가득 고여있는 것이다. 천혜의 조건 속에서 자라는 올리브 나무들과 함께한 친절한 사람들. 그들을 곧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프랑코와 그의 가족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드린다.
Piantagione di Olive di FRANCO_PUGLIA
500 Anni Fa Olivo suoi Piantagione Barlett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