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니와 함께한 4월의 바를레타 평원의 꽃잔치
매시각 날마다 기적(奇蹟)이 일어나는 세상..?!
서기 2022년 4월 17일 저녁나절(현지시각),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는 시민들의 웅성거림이 가득하다. 부활절을 맞이하려는 사람들이 도시를 시끌벅적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틀 전 '성(聖) 금요일 십자가의 길' 행사에서 사람들이 침묵으로 일관하며 예수의 죽음을 기리고 묵상했다면, 오늘은 부활의 아침을 맞이하려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가족들과 함께 삼삼오오 기적의 현장을 만나고 싶었을까..
하니와 나는 지난 4월 15일과 16일 이틀 연거푸 시내 중심으로부터 꽤 멀리 떨어진 바를레타 평원을 봄나들이 삼아 다녀왔다. 집에서부터 바를레타 평원을 돌아온 시간은 대략 5시간이 소요됐다. 거리로 따지면 15km 남짓하다. 그러니까 이틀 동안 우리가 걸었던 거리는 대략 30km로 돌아오는 길은 파김치가 되었다. 무슨 일이든 무엇이든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무슨 일도 일어나지 않는 법. 청춘 때는 잘 몰랐던 체력이 안 청춘을 맞이하면 수고가 따라다닌다.
그런데 그 작은 수고애 비하면 하늘이 우리 앞에 내놓은 풍경은 기적이나 다름없다. 아니 기적 그 자체이다. 하늘이 우리 앞에 꽃길을 예비해 둔 것이랄까. 바를레타 평원 가득한 부활의 현장에는 풀꽃들이 올리브나무 고목과 한데 어우러져 떼창으로 부활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 현장을 사진과 영상에 남겼다.
집을 나서서 시내 중심을 빠져나가는데 걸리는 대략 35분 정도가 소요된다. 서서히 하늘이 밝아오는 시각 하늘을 보니 흔치 않은 구름이 머리 위로 등장했다. 이틀 전의 피곤이 덜 풀린 두 다리가 무겁지만 우리는 곧 기적의 현장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집에서 대략 1시간만 걸으면 이때부터 바를레타 평원이 나타나고 곳곳에서 풀꽃 요정들이 와글와글..
거기에 화답이라도 하듯 연세 지긋한 올리브 고목들이 춤을 추기 시작한다. 현지인이 가르쳐준 올리브 나무(Olivo albero)의 나이는 상상밖이다. 한 아름드리에 불과한 고목의 수령이 500년을 넘었다고 한다. 지인의 올리브 과수원에 심어둔 나무는 400 그루인데 다수의 올리브 나무의 나이가 지긋했다.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직후부터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던 올리브유(Olio di oliva vergine)가 올리브 나무의 매력을 한층 더 끌어올린 것이다. 올리브 나무는 지중해 일대에서 자라는 물푸레나무과의 과수로, 열매를 생으로 혹은 절여 먹거나 압착해서 기름(올리브유)으로 만든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우리 인류가 최초로 대량 재배한 과수로 여기고 있는 신비의 나무이다. 기록에 따르면 가슐이라는 중동의 8000여 년 전 도시의 유적 주변에 올리브 과수원 흔적이 있고, 이를 위한 수로가 건설된 흔적이 있으며, 대량 생산된 올리브유를 보관하기 위해 제작된 도자기들이 발굴되었다고 한다.
더불어 재밌는 이야기.. 그리스 로마 신화의 탄생지 아테네의 상징이 올리브나무이다. 어느 날 지혜의 여신 아테나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가장 번성하고 아름다운 도시를 놓고 싸웠다. 그러자 의견이 팽팽해졌다. 이때 사람들이 두 사람 중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 두 사람이 준비한 물건을 놓고 우열을 가리기로 했다. 그러자 포세이돈은 시민들이 타고 다닐 수 있는 준마를 준비했고, 아테나는 올리브나무를 내놓았다.
그런 잠시 후, 사람들은 풍요와 평화의 상징인 올리브나무를 택했다는 것. 그때부터 사람들이 아테나의 이름을 따서 '아테네'라고 불렀다고 전한다. 올리브나무는 이미 신화 저편부터 지중해 주변에서 자라고 있었으며 '지중해 식단'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귀한 나무와 열매로 각광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올리브나무에 대한 기록은 더 있다. 개역성경에서 자주 언급되는 '감람나무'가 올리브나무이다. 동아시아에 나는 감람과의 상록교목의 감람나무의 씨앗과 올리브가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다. 그렇지만 성경에 등장하는 나무는 물푸레나무 과로 감람나무가 아니란 점 알아둘 필요가 있다. 기록을 살펴볼까..
"그러나 나는 하느님 집에 있는 푸른 올리브 나무 같아라. 영영 세세 나는 하느님의 자애에 의지하네.(시편 52,10)"
"네 집 안방에는 아내가 풍성한 포도나무 같고 네 밥상 둘레에는 아들들이 올리브 나무 햇순들 같구나.(시편 128,3)"
"그런데 올리브 나무에서 몇몇 가지가 잘려 나가고, 야생 올리브 나무 가지인 그대가 그 가지들 자리에 접붙여져 그 올리브 나무뿌리의 기름진 수액을 같이 받게 되었다면, 그대는 잘려 나간 그 가지들을 얕보며 자만해서는 안 됩니다. 그대가 뿌리를 지탱하는 것이 아니라 뿌리가 그대를 지탱하는 것입니다. (로마인에게 보낸 서간 11,17-18)"
"그대가 본래의 야생 올리브 나무에서 잘려 나와, 본래와 달리 참 올리브 나무에 접붙여졌다면, 본래의 그 가지들이 제 올리브 나무에 접붙여지는 것이야 얼마나 더 쉬운 일이겠습니까?(로마인에게 보낸 서간 11,24)..."
우리는 어느덧 바를레타 평원 일부를 반환점 삼아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동안 나의 뷰파인더는 올리브나무로부터 떼놓을 수가 없었다. 만약 평원 가득한 올리브 과수원 전부를 돌아봤다면 카메라의 메모리를 여러 번 이상 나무 수대로 바꾸어야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최초 올리브나무의 수령이 500년이 더 되었다는데 놀랐지만, 500년은 그야말로 조족지혈이었다.
서양에서는 올리브 가지를 비둘기와 함께 평화의 상징으로 삼고 있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가 잘 아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에서 홍수가 끝났음을 알리는 상징으로 비둘기가 올리브 가지를 물고 온 것을 기억할 것이다. 또 올리브나무는 매우 장수하는 나무로 그리스의 크레타 섬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산 올리브 나무가 있다고 한다.
나무의 나이는 3,000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올리브 열매가 열린다고 한다. 지금도 이 나무의 열매로 기름을 짜낸다고 하니 입이 딱 벌어질 일이다. 올리브나무의 원산지(Olea europaea)는 터키로 알려졌으며 분포지역은 지중해 연안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미국으로 알려졌다.
그중 올리브유 최대생산국가는 스페인(9.819.569/La tonnellata (t))이며, 이탈리는 두 번째로 많은 올리브유를 생산(1.877.222 톤)하는 국가이다. 3위는 지중해 연안 북 아프리카 모로코(Marocco)로 1.561.465 톤, 그 뒤로 터키(Turchia, 1.500.467 톤)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가 이틀 연속 다녀온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 평원.. 그러니까 뿔리아 주는 이탈리아에서 올리브유를 제일 많이 생산하는 곳이며 하니와 나는 그곳을 둘러보고 있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자 이탈리아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올리브 생산 국가이며, 남부 지역은 이탈리아 올리브의 80%를 생산한다. 주요 생산 지역은 Sicily, Puglia, Calabria, Sardinia 및 Basilicata에 있다. 이 지역은 올리브 재배에 적합한 상대적으로 따뜻한 기온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이날 하니와 함께 천천히 올리브 과수원을 걸으며 나누었던 이야기 속에는 바람과 볕과 일교차와 비옥한 농토 등이 그것이다.
기적의 나무.. 우리 행성에서 가장 장수하는 나무 중 바오밥 나무 다음으로 올리브나무가 지금도 살아 숨 쉬는 것이다. 그중 올리브나무는 우리에게 매우 유익한 열매와 기름을 제공하는 실로 놀라운 하늘의 선물이 아닐 수 없다. 허루 종일 올리브나무만 바라봐도 시간 가는 줄 모르는데 그 넘에 다리가 점점 더 무거워지기 시작한다. 그때 만난 풍경들..
올리브나무 아래는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 널브러져 있는 게 아닌가.. 알록달록한 풀꽃들이 떼창을 부라며 자지러지는 곳. 부활의 노래가 쩡쩡 울러 퍼지고 있었다. 무슨 일이든 무엇이든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무슨 일도 일어나지 않는 법.
영상, BARLETTA, Canto di resurrezione_이탈리아서 부르는 부활의 노래
청춘 때는 잘 몰랐던 체력이 안 청춘을 맞이하면 수고가 따라다닌다. 하니가 저만치 앞서 언덕길을 오른다. 언덕 아래는 이탈리아 중부와 남부를 잇는 고속도로가 있는 곳. 이곳에서 대략 1시간은 더 걸어야 집에 도착할 예정이다. 어느 날 올리브 과수원으로 봄나들이를 떠나면서 챙겨 온 부활의 노래.. 여러분들과 함께 나눈다.
Festa dei fiori di aprile nella piana di Barletta con Mia moglie
il 18 Aprile 2022, Ls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