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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13. 2021

파타고니아 깊숙이 더 깊숙이

-10년 만에 잠에서 깨어난 파타고니아 여행 사진첩


     죽어서도 잊자 못할 도시 꼬자이께(Coyhaique).. 그곳은 기적을 체험한 도시이자 내 친구 뚤리오와 마리아가 천사가 되어 우리를 도와주었던 북부 파타고니아의 명소였다. 하니와 나는 뿌에르또 몬뜨에서 파타고니아 깊숙이 발을 들여놓으면서 전혀 뜻밖의 통과 의례를 겪고 있었던 것이다. 관련 포스트에서 언급한 바 이 도시에 여장을 풀어놓는 순간부터 한 달 동안 숙소 바깥으로 출입을 할 수 없는 극심한 허리병을 앓게 되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척추에 무리가 따랐고 고관절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허리에 극심한 통증이 일어난 것이다. 그 기간은 무려 한 달 동안 계속되었고, 종국에는 극단의 결심을 하게 될 정도였다. 1년을 계획하고 떠났던 여행이 수포로 돌아가기 직전이었다. 그때 젖 먹던 힘을 다해 찾아간 곳이 숙소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꼬자이께 공동묘지였다. 



인적이 드문 그곳에서 가슴에 선홍색 피를 뚝뚝 흘리며 십자가에 두 손과 발을 못 박힌 예수상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 순간 나는 그에게로 다가갔고 잠시 후 내 몸의 통증이 씻은 듯이 나은 것을 경험하고 너무 기뻤던 나머지 깡충깡충 발을 굴리며 통증을 확인해 봤다. 기적이었다. 희한한 일이었다. 이때부터 나를 괴롭히던 통증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이다. 



아직 본격적인 파타고니아 여행이 시작되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자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갈 때 반드시 치루어야 할 통과의례로 생각했다. 그동안 하니는 밤이면 밤마다 페트병에 뜨거운 물을 데워 허리 부분에 찜질을 했다. 이 도시에서 가장 큰 병원에서도 대책이 없었던 탓에 원시적인 찜질을 하곤 했던 것이다. 거기에 예전에 인디오들이 먹던 약까지 복용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런 어느 날 공동묘지에서 운명적으로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상을 만나면서 기적적인 치유를 경험하게 된 것이다. 



꼬자이께는 그런 기적적인 체험과 함께 하늘이 보내준 천사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한 부부를 통해 우리의 수족 역할을 담당하게 했다. 뚤리오와 마리아.. 그분들은 우리를 위해 당신의 일처럼 생각하며 꼬자이께 곳곳을 소개해 주었으며, 집으로 초대해 음식을 나눌 정도로 매우 친근하게 지냈다. 그 후 우리는 파타고니아 깊숙한 곳으로 여행을 재개했고, 깔레따 또르뗄(Caleta Toetel)까지 여행을 마친 우리는 다음 여정을 위해 다시 꼬자이께로 돌아오게 됐다.


그때 다시 만난 풍경이 포스트에 등장하는 여행사진이며 현수교(Puente Piedra del Indio Río Simpson) 밑을 흐르는 강은 리오 심프슨(Rio simpson) 강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이곳에서 지근거리에 친구가 살고 있었으며 친구의 아내 마리아를 맨 처음 만난 이후 함께 기념촬영을 한 곳도 이곳이었다. 



하니가 포즈를 잡은 이곳은 인디오 바위(Piedra del Indio)로 불리는 곳으로 벼랑 끝에서 가까운 곳이다.



허리에 통증이 극심할 때 극단적인 결심을 하게 만든 장소로 지정된(?) 운명의 장소였지만, 하늘은 반대편으로 나를 보내 신유의 기적을 체험하게 만든 것이다. 극단적인 선택을 할 정도였다면 당시의 상황이 어떨지 대략은 짐작할 것이다. 한두 발자국도 내딛지 못할 정도였다면 누가 믿어줄까.. 



허리의 통증이 가시자 마자 이틀 후에 중부 파타고니아 끝까지 다녀온 후 다시 꼬자이께에 들렀으나 이전의 간절했던 느낌은 찾을 수 없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친구도 만날 수 없었다. 그는 외근 중이었으며 마리아는 아르헨티나로 떠났다고 했다. 참 희한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들을 하늘이 보낸 두 천사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다시 보따리를 챙겼다. 청춘도 아닌 안청춘이 배낭여행을 떠났으니 무리가 따르지 않았을까.. 60리터짜리 배낭과 20리터짜리 보조 배낭과 하니의 그림도구가 들어있는 가방까지 무게가 나를 짓누른 것이다. 배낭을 짊어지고 한 아이를 안고 다딘 것과 다름없는 강행군을 계속했다. 참 미련한 짓이지..ㅜ  이날 꼬자이께 시외버스 터미널 바깥으로 주룩주룩 비가 내렸다. 잠시 바깥에 두었던 짐을 챙겨 터미널 내부로 옮기고 있는 장면이 기록되어 있다. 



서기 2021년 12월 12일 일요일 저녁나절,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 비가 오신다. 이틀 동안 그칠 줄 모르고 보슬 부슬 비가 오는 것이다. 이날 열어본 사진첩 속에서도 비가 오셨다. 10년 만에 열어본 파타고니아 여행 사진첩 어느덧 11년째 세월을 보냈는데 여적 잠을 자고 있었던 여행기록이 마침내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꽤 긴 시간 동안 작업을 마친 포스트가 얼굴을 내미는 곳에는 꼬자이께가 우리를 향해 눈물을 적시고 있는 풍경이었다. 



파타고니아 깊숙이 더 깊숙이




다시 가고 싶어도 기회가 없는 땅..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과 함께 기적을 체험한 그 도시를 더 이상 우리에게 곁을 내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까이꺼.. 억지로 시간을 쪼개면 못 갈 것도 아니지만, 그렇게 가본들 무슨 감흥이 있을까.. 그 대신 당시에 느꼈던 감흥을 기록해 두는 게 훨씬 더 나을 게 아닌가.. 



비가 주룩주룩 오시는 가운데 마침내 새로운 세상으로 데려다 줄 버스가 도착했다. 꼬자이께(Coyhayque)에서부터 뿌에르또 이바네스(Puerto ibañez)까지 우리를 데려다 줄 버스이다. 그 여정을 구글 지도(위 자료사진)에 담았다. 거리는 116km로 대략 1시간 30분 남짓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었다. 뿌에르또 이바네스에 도착하면 라고 헤네랄 까르레라(Lago Buenos Aires/General Carrera) 호수를 건너는 여객선에 몸을 싣고 칠레 치코(Chile Chico)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지금부터 꼬자이께-뿌에르또 이바네스로 이어지는 여정을 버스 창 밖으로 바라봤다. 목적지까지 도착할 때까지 하늘은 우중충했으며 비를 뿌리고 있었다. 이별식이나 다름없었다. 별리 여행에서 만난 파타고니아의 풍경 속으로 천천히 발을 담근다.


10년 만에 빛 보는 파타고니아 여행 사진첩(Coyhayque-Puerto ibañez)




꼬자이께는 2017년 현재 인구 6만이 채 안 되는 작은 도시지만 매우 아름다운 도시이다. 도시 양쪽으로 두 강(Rio simpson, Rio coyhaique)이 흐르며 도시는 거대한 암반 위에 지어졌다. 잠시 살펴본 것처럼 리오 심프슨 강의 현수교가 내려다 보이는 바위 절벽의 이름은 '인디오의 바위'로 불린다. 



스페인이 남미를 침탈한 이후 인디오들은 거의 전멸되었으며 그들 문화가 지명 등으로 남았다. 도시 이름도 주변의 이름도 대부분 스페인어가 아닌 인디오들의 언어로 기록되어 있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인디오들의 호연지기를 느낄 수 있었으며, 주변의 경관은 인디오의 영성을 만든 지형으로 시간여행을 하는 듯 뷰파인더는 호기심 가득했다. 당시의 느낌을 안데스의 단상을 담은 포스트에 가브리엘라 미스뜨랄의 시를 담았다. 음미해 보면서 다음 여정으로 넘어가기로 한다.



LA TIERRA(땅)

-GABRIELA MISTRAL


Niño indio, si estás cansado, (인디오 아가야 피곤하니)

tú te acuestas sobre la Tierra, (그렇다면 대지 위에 몸을 눞여요)

y lo mismo si estás alegre, (그리고 기쁨이 충만하다면)

hijo mío, juega con ella...(아들아, 그녀와 함께 놀거라)



Se oyen cosas maravillosas(경이로운 소리가 들려와요)

al tambor indio de la Tierra:(대지 위에 울려 퍼진 인디오의 북소리)

se oye el fuego que sube y baja(불길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들린다)

buscando el cielo, y no sosiega.(쉬지 않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구나)

Rueda y rueda, se oyen los ríos(빙빙 돌면서 강물의 소리를 듣고 있구나)



en cascadas que no se cuentan.(엄청난 폭포의 소리..)



Se oyen mugir los animales;(동물들이 울부짖는 소리도 들려요)




se oye el hacha comer la selva.(도끼가 숲을 찍는 소리도 들려요)



Se oyen sonar telares indios.(인디오들이 베틀 짜는 소리도 들려요)

Se oyen trillas, se oyen fiestas.(탈곡하는 소리와 축제 소리도 들려요)



Donde el indio lo está llamando, (인디오들이 부르는 것들이 아니라면)

el tambor indio le contesta, (인디오의 북이 대답한다)

y tañe cerca y tañe lejos, (가깝게 그리고 멀게 두드린다)

como el que huye y que regresa..(도망쳐 돌아오는 사람처럼)



Todo lo toma, todo lo carga(모든 것을 집어치운다)

el lomo santo de la Tierra:(대지의 성스러운 것들:)

lo que camina, lo que duerme, (걸어 다니는 것과 잠을 자는 것)

lo que retoza y lo que pena;(무엇이 재밌는지 무엇이 슬픈지:)

y lleva vivos y lleva muertos(그리고 그는 살아있고 또 죽어있다)

el tambor indio de la Tierra.(대지 위의 인디오의 북,,)



Cuando muera, no llores, hijo:(내가 죽거든 울지 마라 아들아)

pecho a pecho ponte con ella, (가슴에서 가슴으로 느껴라)

y si sujetas los alientos(그리고 호흡이 멈춘다면)

como que todo o nada fueras, (전부 또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tú escucharás subir su brazo(너는 그의 두 팔을 들어 올려라)

que me tenía y que me entrega, (나를 데려가서 인도해준)

y la madre que estaba rota(그리고 산산조각 난 어머니)

tú la verás volver entera.(너는 그녀가 완벽하게 돌아오는 걸 볼 거야)


<계속>


il Nostro viaggio in Sudamerica_Coyhaique Patagonia CILE
il 12 Dicembr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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