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잠에서 깨어난 파타고니아 여행 사진첩 #2
우리는 언제쯤 행복을 맛볼 수 있는가..?!
한 어린이가 기둥을 붙들고 서서 하늘을 바라보며 혓바닥을 내밀고 있다. 녀석이 서 있는 장소는 남미 칠레의 북부 파타고니아 꼬자이께(Cohayque) 버스 터미널 바깥이다. 이날 사람들은 바 때문에 대합실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유독 한 녀석만 바깥에 나가서 한 알 두 방물 떨어지는 빗방울 맛에 심취해 있는 것이다. 처마에서 멀지 않은 곳이므로 녀석의 옷은 비에 젖었다.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고 빗방울 맛에 심취한 녀석.. 무척이나 행복해 보인다. 아마도 어른이들에게는 이런 풍경이 낯설 것이다. 이곳은 우리 행성 최고의 청정지역이지만 어른들은 맨 먼저 빗물이 인체에 무해한 지 등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비를 갖추지 않고 젖은 옷 때문에 속상할 수도 있다. 가끔씩 바라는 물질이 낭만적인 풍경을 제공해 줄 지리도 그다지 반가운 게 아닐 것이다. 새하얀 첫눈도 아닌 빗방울.. 장마철이 되면 습기로 가득 차게 만들며 세상을 굽 굽 하게 만들곤 하는 빗방울은 비 피해까지 양산한다. 아무튼 어린이와 달리 어른이들의 행복관은 달라도 한참 다르다. 웬만한 일에 감동하지 않는다 웬만한 일에 행복해하지 않는다. 하늘에서 돈벼락이 쏟아지면 그제야 입이 귀에 걸릴지 모르겠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우울해한다. 좀 더 가지고 싶고 남들보다 우위에 서서 떵떵거리며 살고 싶다. 그렇게 많이 가진 사람들이 행복할까.. 그렇게 누리고 사는 사람들이 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았을까.. 작은 것에도 감동하고 하찮은 것에도 기뻐하는 아이들의 생각을 읽으면 읽을수록 재밌다. 녀석은 빗물 한 방울로 행복해하는 것이다. 파타고니아 사람들은 비가 오시면 비를 맞고 바람이 불면 바람을 온몸으로 느낀다. 오래전 이 땅에 살았던 인디오들의 삶이 그랬다. 자연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았다. 그게 이제 전설로 사라질 즈음 여행자 앞에 한 어린이가 나타나 귀한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10년 전에 포착된 장면이므로 녀석은 어느덧 청년기에 접어들었을 것이다. 궁금하다. 청년은 여전히 빗방울 만나면 행복해할 것인지..
il Nostro viaggio in Sudamerica_Coyhaique Patagonia CILE
il 13 Dicembr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