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14. 2021

녀석을 보는 순간 누렁이가 왜

-그곳에 다시 서고 싶다


오래된 기억을 소환한 콜리.. 참 잘생긴 녀석이다!!



    콜리(견종)가 내 앞에 나타난 곳은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안데스(LE ANDE)의 쎄로 뽀초코(CERRO POCHOCO)라는 산이다. 하니와 나는 파타고니아 여행을 끝마치고 산티아고에 살고 있었다. 당시 우리는 파타고니아에 매료된 나머지 아예 칠레에 장기체류허가를 신청하고 이곳에서 살기로 작정할 때였다. 그때 다녀온 곳이 안데스였으며 산티아고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곳이었다. 



쎄로 뽀초코는 안데스의 다른 산과 달리 매우 특별한 지형과 수목들이 눈에 띄었다. 그중에 키 큰 선인장과 간간히 목격되는 활엽수들이 건기의 정취를 더해주고 있었다. 우리가 이곳을 찾게 되었을 때는 2월 경으로 안데스가 마를 데로 말라있었다. 먼발치에서 봤을 때는 그다지 험해 보이지 않았는데 막상 발을 들여놓고 보니 곳곳에서 험한 지형이 도사리고 있었다. 아무튼 하니와 나는 이곳 시민들이 간간이 보이는 오솔길을 따라 마침내 정상 부근에 이르렀다. 



이때 만난 녀석이 잘 생긴 콜리였다. 콜리는 산기슭에서 만났지만 나중에 꼭대기 부근에서 다시 재회하게 됐다. 아마도 콜리의 주인이 녀석을 이곳까지 데려올 때까지 괘나 애를 먹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벼랑길을 오를 때는 누군가 녀석을 안아주지 않으면 오를 수 없는 지형이었다. 그런 녀석을 정상 부근에서 다시 조우하게 된 것이다. 참 희한한 일이지.. 나는 녀석을 보자마자 이렇게 큰소리로 불렀다.


"누렁아~ 누우렁아~ 오요오요.. 히히 ^^"



누렁이와 생김새도 다르고 덩치도 다를 뿐만 아니라 녀석의 주인은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콜리라고 견종을 부를 리도 만무하고 누렁이는 더더욱 아니다. 그런데 내가 "누렁아~"하고 부르자 고개를 돌리며 내게 안기는 게 아닌가. 덩치 큰 녀석이 내 가슴에 안기자 무성한 갈퀴 털이 목을 간지럽혔다. 녀석은 징그럽게도 긴 혀를 날름거리며 나의 얼굴을 핥기 직전이었다. 그때 주인이 가까이에 있다고 '좋아라' 하며 녀석의 이름을 부르자 그때 주인 곁으로 뛰어갔다. 



녀석은 주인이 곁에 있어서 그랬던지 처음 보는 낯선 사람에게 곁을 주면서 좋아했다. 참 성격 좋은 녀석이다. 콜리란 견종의 정체성을 살펴보니 녀석의 성격은 책임감이 강하고 우호적이며 명랑하다고 한다. 또 주인에게 봉사하려는 성격이 강하다고 알려졌다. 아마도 녀석이 동양인에게 곁을 준 이유는 전자의 경우로 우호적이며 명랑한 성격 때문이었을까..  



콜리는 우리나라의 진도견처럼 주인을 찾아 1천 마일을 찾아 여행했다는 일화가 전해지기도 한다. 콜리의 출신을 보니 영국의 스코틀랜드 지방에서 양을 치는 목양견으로 명성을 떨쳤다고 한다. 목양견을 콜리 독(Collie Dog)으로 불렀기 때문에 견종이 콜리로 낙점받은 것이다. 현재의 콜리는 1900년 경 후반에 개량된 것인데 콜리의 종류는 보더콜리, 비어디드 콜리, 러프 콜리 등이 있으며 현재의 견종은 털이 긴 러프 콜리로 알려졌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내가 왜 녀석을 처음 보자마자 "누렁아~"하고 불렀느냐는 것이다. 참 오래된 습관이다. 유소년 기를 소환해 보면 정답이 나온다. 우리 집 뒷마당을 지키는 호위무사 누렁이는 늘 목줄을 매고 볕을 쬐고 자빠졌다가 저만치서 주인이 나타나면 후다닥 일어나서 거리를 힘껏 좌로 우로 흔들어댄다. 꼬리를 흔들어대면 소변까지 찔끔거리며 한바탕 난리를 피우다가 녀석에게 가까이 가면 품에 안겨 좋아 죽는 것이다. 



그때 머리를 쓰다듬고 목을 만지는 등 스킨십이 시작되면 누렁이는 ''날 잡아 잡수 하는 표정으로 발라당~ 황톳빛 뒷마당에 자지러진다. 녀석의 심심풀이가 시작된 것이다. 그런 녀석이 첫눈이 올 때면 발라당은 고사하고 목줄 때문에 안달을 피우다가 목줄을 풀어주는 즉시 나와 함께 천방지축 마구 뛰어노는 것이다. 



그냥 뛰어노는 게 아니라 눈밭을 뒹굴거나 나의 다리를 적당히 물거나, 사타구니 사이로 오가며 미친 듯이 날뛰는 것이다. 그런 녀석이 마당 저편에서 하교를 하고 돌아온 나의 채취가 느껴지면 그때부터 아우성이었다. 그때 와락 달여가지 전에 저만치서 누렁아~~~ 하고 부르면 좋아 죽는 것. 덩치 큰 콜리란 녀석이 그런 습성을 어떻게 알았는지 발라당은 하지 않았지만, 내게 달려든 것이다. 



어릴 때부터 누렁이를 좋아한 이력 때문이지 그 이후로 그 어떤 개들도 내 앞에서는 깨갱~ 조용하고 착해지며 나를 따르는 것이다. 아무리 사나운 개나 덩치 튼 개도 희한하게 내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거다. 그대 앞에만 서면 왜 작아지는가.. 이것도 그대를 향한 사랑 때문이었을까.. 콜리가 유명세를 탄 이유는 1860년 경 빅토리아 여왕이 스코틀랜드를 방문하면서 마음에 들어 윈저성까지 데려오면서 귀족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고 전하다. 


그나저나 녀석을 보자마자 누렁아~하고 부른 데는.. 나의 오래된 습관이 포함되었지만, 그 보다 왠지 어리숙해 보이고 촌스러워 보인 누렁이가 단박에 비교되었기 때문이다. 누렁이가 콜리처럼 생겼다면 추억이 달라졌겠지.. 

그땐 콜리야~ 하고 불렀을 테고 이 무리 주인을 잘 따르는 견종이라고 해도, 녀석의 또 다른 방탕한 성격 때문에 '지 마음대로' 나를 버리고.. 들로 산으로 뛰어다니다가 해질 녘에 집으로 돌아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콜리 때문에 안데스의 풍경이 동네 뒷산 혹은 뒷마당으로 잠시 변했다. 정상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다음 편에는 정상에 선 우리의 모습이 등장한다. <계속>


il Nostro viaggio in Sudamerica_Cerro Pochoco, Santiago CILE
Il 14 Dicembr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