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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19. 2021

미처 몰랐던 우뭇가사리 숲

-충남 태안 이원면 내리의 썰물 때 바다 풍경


그곳에 우리가 모르는 세상이 있디!!



   작은 어선들이 줄지어 정박해 있는 이곳은 충남 태안군 이원면 내리에 위치한 만대항의 풍경이다. 일행이 2박 3일간의 여정으로 이곳에 도착했을 때는 만조 때였다. 항구 너머로 거뭇하게 보이는 실루엣 근처에 우리가 묵을 <바다마을 이야기 펜션>이 위치해 있다. 항구와 꽤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펜션은 겉보기에 그냥 살림집처럼 생긴 곳으로, 그곳에서 지근거리에 서해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우리가 방문한 때는 2월 경(23일)으로 썰물이 최고조에 이를 때였다. 관련 포스트에서 언급한 바 해수면은 매일 만조와 간조가 생기는데, 달이 가장 크게 보이는 보름(음력 15일경)과 거의 보이지 않는 그믐(음력 1일경)에는 태양과 달, 지구의 위치가 일직선상에 놓인다. 



이때 인력과 원심력이 강하게 작용해 조차가 매우 커지는 시기를 사리라고 한다. 사리는 대조(大潮, spring tide)라고도 하며, 태양과 지구와 달이 일직선상에 놓이게 되면, 태양에 의한 기조력인 태양 조석과 달에 의한 기조력인 태음 조석이 더해져 만조 때의 해수면은 더 높아지고 간조 때의 해수면은 더 낮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가 이곳을 방문한 때는 연중 해수면이 가장 낮은 시기로 평소에 숨겨져 있던 갯가의 생명들이 화들짝 놀랄만하다. 전라의 몸으로 여행자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의 개펄을 지닌 나라로 개펄의 80%가 서해에 분포되어있다. 이곳 태안군 이원면에도 개펄을 이용한 염전은 물론 조수간만의 차가 만들어낸 천혜의 혜택을 누리며 살아가는 곳이랄까..



숙소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따라 걷자니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얼고 녹기를 반복하고 있는 작은 잎사귀에 봄기운이 찾아들었다.



한 때는 상고대를 이루고 있던 풍경들이 점차 봄기운을 맞이하고 있는 풍경이다.



아무도 모르게 봄을 재촉하는 대자연의 모습은 신비로움 그 자체이다.



시선을 조금만 더 발아래로 낮추면 신의 그림자가 지천에 널려있다.



조금 전에 지나쳐 온 마을과 나지막한 언덕 위의 마른풀과 참나무 그리고 솔숲이 정겹다.



일행 중 두 사람이 저만치 앞서 걷는다. 나는 늘 일행에 뒤처져 걷게 된다. 그들은 앞만 보며 걷는 동인 주변에 널린 신의 그림자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나로부터 멀어진 일행들.. 하니가 늘 앞서 걷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나지막한 언덕을 넘자마자 곧바로 바다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때부터 뷰파인더는 바쁘게 움직인다. 나의 놀이터가 지천에 널려있고 그곳에서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뷰파인더를 향해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구속 혹은 의지




세상에는 당신의 의사와 의지에 상관없이 구속을 당하거나 구속하며 살고 있다. 모두 스스로 만든 것인데 어떤 때는 강제하는 것도 있다. 후자의 경우는 슬픈 일이다. 또 어떤 때는 사회적 관습을 핑계로 스스로 구속을 자처하기도 한다. 결혼.. 과 비슷한 사회적 행위가 그에 해당할 것이다. 반면에 구속인 것 같아도 전혀 구속의 형태가 아닌 것도 있다. 사람 인(人) 자 그러하단다. 두 사람이 기대어 있는 모습이자 함께 의지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니까 인간은 혼자서 살아가는 동물이 아니라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던가.. 아무튼 구속과 의지는 백지장 한 장 차이인 건 틀림없다.



흔할 때는 모르는 법이지


서기 2021년 12월 18일 주말 오후(현지시각), 우라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하니가 한국에서 챙겨 온 사진첩을 열어보고 있는 것이다. 그곳에는 10년 전에 촬영해 둔 태안의 아름다운 바닷가 풍경이 담겨있었다. 나는 그동안 무엇을 하고 살았는가..



돌이켜 보면 요즘처럼 넉넉한 때도 없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무엇에 쫓기던 무엇을 추구하던지.. 그 일이 성공했던지 반대의 경우든지.. 우리 곁에는 시간을 도둑질해 가는 세월이란 녀석과 늘 동행하고 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풍경들도 그러하다. 태안의 이원면 내리에서 태어나고 자란 녀석들..



남해안과 제주에서 흔히 봐 왔던 우뭇가사리가 눈에 띄었다. 그곳에 점점이 박힌 고동들.. 그들은 이웃이거나 천적임에 틀림없다. 우뭇가사리 숲에서 살아가고 있는 고동들이 녀석들을 먹어치우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바다가 내어주는 풍요로움 가운데 눈으로 즐기는 풍경도 있다. 현대 이탈리아 요리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풍경 중에 하나가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그곳에 바위에 납작 달라붙어있는 굴들도 보인다. 나는 이런 풍경을 대한민국에서만 뵈 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는 물론 아드리아해를 바라보고 있는 도시와 촌락들이 숱하다. 그러나 썰물 혹은 간조 때 등에 볼 수 있는 풍경은 매우 제한적이다. 담시 바닷물이 저만치 물러가는 듯 다시 밀물로 차오르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우리가 바다 곁으로 다가서면 설수록 바다가 저만치 물러서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자 달님이 내준 푸짐한 선물이었다. 파릇파릇.. 아니 노릇노릇 자라나는 우뭇가사리들과 고동과 나..



나는 이런 풍경이 세상 어디를 가도 내 앞에 나타날 줄 알았으며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던지.. 그 흔했던 풍경을 찾을 수 없는 곳에서는 괜히 그리워지는 것이다.



그리움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지..



당신이 사랑하고 끔찍이 사랑했던 이웃들이 없었다면 당신의 존재마저도 위협받게 되는 신비로운 세상..



이날 아침에는 작은 생명들이 살아가고 있었던 바닷가에서 녀석들의 행성에 발을 들여놓고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커다란 돌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고동과 굴과 우뭇가사리.. 이들의 행성에 누군가 살고 있다면 그는 <어린 왕자>가 틀림없어..



어른들은 식재료가 되거나 돈이 되지 않는 풍경 앞에서는 오래 머물지 않는 법이거든..



어른들은 생각보다 지능지수가 낮던지 감수성이 너무 메말라 있어..



세상에는 먹는 게 전부가 아니잖아.. 



보는 것도 먹는 행위의 일종이라는 것을 알 때쯤이면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알게 될까..



무엇이든 흔할 때는 알 수 없거니 모르는 법이지..



나도 그랬던 거야..



한국에서 뱅기로 12시간이나 걸리는 먼 나라에서 마침내 숲이 보이는 거야. 우뭇가사리의 숲까지..


Vista mare a bassa marea_Porto Mande Iwonmyun Neri COREA
il 18 Dicembr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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