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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27. 2021

돌로미티, 미쳐야 가능한 일

간 보러 갔다가 푹 빠져버린 돌로미티의 명소 


돌로미티에 빠지면 약도 없다..?!



    자동차 한 대가 개울 곁에 주차된 곳은 하니와 함께 다녀온 돌로미티의 명소 친퀘 또르리의 승강기 주차장에서 가까운 곳이다. 개울에는 쉽 없이 옥수가 흐르고 있으며 숲 속 개울에서 멱을 감았던 기억이 새롭다. 자동차의 주인은 시방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 살고 있다. 내가 꿈꾸는 그곳..



   서기 2021년 12월 26일 비가 추적거리는 저녁나절(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돌로미티 여행 사전첩을 열어보고 있다. 그곳에는 그녀가 자동차 내부의 짐을 정리하는 모습이 오롯이 남아있었다.



이때의 상황은 우리가 친퀘 또르리를 다녀온 직후여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친퀘 또르리를 오르내리면서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야영장으로 졸아가면 이틀 푹 쉬었다가 다른 곳으로 가자"며 입을 맞추었다. 산행은 힘든 여정이다. 인내심도 필요하고 체력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의지도 필요했다. 목적지가 결정되면 그저 앞만 바라보며 걸어야 했으며,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때까지 두 번 다시 물릴 수 없는 일이 매 순간 우리 앞에 나타났다. 



한국의 공룡능선을 7차례 다녀온 안 청춘의 모습은 우리네 삶과 꼭 닮았다. 연습이 없는 실전의 세상.. 그런데 친퀘 또르리 뿐만 아니라 돌로미티 국립공원의 명소 곳곳을 다니는 동안 놀라운 일을 경험하게 됐다. 산중에서 피로에 겹친 두 사람이 주고받던 대화는 어느 순간부터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마법의 시간이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랄까.. 이날 아침 그녀와 나는 누군가의 꼬드김 속에 빠져들면서 이렇게 말하며 씩~웃고 말았다. 하늘에서 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지고 있었다.


"우리 빠쏘 지아우(Passo di Giau) 답사나 다녀올까..?! ^^"



빠쏘 디 지아우.. 그곳은 이탈리아 북부 뵈네토(Veneto) 주 벨루노에 위치한 해발 2236m의 알파인 고갯길(un valico alpino delle Dolomiti)이다. 예전에는 베네찌아 공화국( Repubblica di Venezia)과 오스뜨리아 제국( l'Impero d'Austria)의 경계에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은 꼬르띠나 담빼쬬(Cortina d'Ampezzo)의셀바 데 까도레와 꼴레 산타 루치아와 경계를 이루고 있다. 1차 세계대전이 알삐(ALPI. 알프스)의 지형을 바꾸어 놓은 것이다. 



우리가 이틀 전에 다녀온 친퀘 또르리에서 멀지않은 곳이며 돌로미티 여행 중에 자주 다녔던 고갯마루에 도착한 시간은 30분도 채 지나지 않았다. 우리가 이곳을 다시 찾고자 미음을 먹은 것은 지난해 첫눈이 오실 때 남은 기억이 워낙 또렷했다고나 할까.. 그때 빠쏘 디 자아우 고갯마루는 흰눈에 소복히 쌓이기 사작했다. 참 아름다운 곳이었다. 



하지만 이날 아침에는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친퀘 또르리에서 바라본 빠쏘 포르첼라(Passo di Foecella)가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서 추억을 불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다시 첫눈이 오시던 그 언덕(빠쏘 디 지아우)으로 가 보고 싶었다. 돌로미티 여행에서 자주 언급되는 꼬르띠나 담빼쬬는 돌로미티의 동쪽에 위치해 있는 주요 도시이며, 서쪽에는 볼싸노가 베후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곳이다. 돌로미티 여행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에는 중요한 지명이자 베이스캠프에 해당하는 곳이다. 



우리가 돌로미티로 떠날 때는 맨 먼저 꼬르띠나 담빼쬬를 향해서 출발하고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빠쏘 디 지아우 혹은 빠쏘 디 퐐싸레고(Passo di Falzarego)가 위치해 있는 곳이다. 하얀 눈이 쌓이기 시작한 자료사진들이 우리를 유혹한 지난해의 빠쏘 디 지아우의 아름다운 풍경이다.


조금 전에 만난 개울가의 풍경은 빠쏘 디 퐐싸레고 고갯마루로 이어지는 도로변의 계곡 모습이다. 돌로미티를 두 해 동안 다녀오면서 머릿속에 각인된 도시 이름이자 하름다운 풍경들이 고갯길 주변에 널려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때까지만 해도 위 자료사진의 암봉 좌측에 있는 새까만 점 하나가 장차 우리의 목적지라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이날 아침 여우에게 홀린 듯 다시 빠쏘 디 지아우 고갯마루에 도착한 것이다.



우리는 조금 전 고불고불하고 길게 이어지는 자료사진 아래를 통과해 고갯마루 근처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는 것이다. 새까맣게(?) 변한 숲 너머에 꼬르띠나 담빼쬬가 위치해 있고 동계올림픽의 산실이다. 이 도시는 지난 1956년(Cortina d'Ampezzo 1956 Olympic Winter Games)에 이어, 오는 2026년에도 동계올림픽을 유치해 두고 있는 유서 깊은 도시이다.



우리가 빠쏘 디 지아우에 도착했을 때도 비는 여전히 보슬보슬 내리고 있었다. 고갯마루 휴게소 근처 도로변의 빈자리에 자동차를 주차해 놓고 고갯마루 근처로 걸어보고 싶었다. 신께서는 늘 이렇게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셨을까..



자동차가 고갯마루에 도착하고 주차를 한 죽시 우리는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등산화를 챙기고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우비가 필요했다. 간단한 점심 도시락과 생수와 비옷과 스틱이 전부였다. 우리는 고갯마루에서 빤히 보이는 암봉 아래까지만 다녀오고 싶었다. 간만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빠쏘 디 지아우로부터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빗방울이 점점 더 굵어지더니 다시 작은 이슬비로 변하기 시작했다. 고갯마루 곁으로 길게 이어지는 오솔길을 걷는 동안 발아래로 펼쳐지는 풍경은 우리를 유혹 하는 용틀임이었을까..



우리는 이 고갯마루를 몇 번이나 지나쳤는지 매우 친근한 풍경으로 다가왔다. 저 멀리 돌로미티 산군 너머로 하얀 눈을 머리에 인 덩치 큰 산의 이름이 마르몰라다(La Marmolada)라는 것을 알 때쯤 우리는 고갯마루를 지나 빠쏘 누볼라우(Passo Nuvolau) 정상을 돌아 초주검이 되어 다시 이곳에 돌아온 것이다. 



우리가 지나온 고갯마루의 휴게소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아제 돌아가야 할 시간..



그런데.. 우리는 고갯마루 휴게소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이렇게 진행된 빠쏘 지 지아우 고갯마루 맛보기는 우리를 깊숙한 산중으로 빠져들에 만들었다.



희한한 일이지.. 사정이 이렇게 서서히 변하면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은 말렸어야지.. 내일 다시 오자며 돌아갈 생각을 해야 할 텐데.. 글쎄다. 두 사람 중에 그 누구도 그런 생각이 없는 듯 자꾸만 앞으로만 걷고 있는 것이다.



그때 남긴 인증숏.. 비옷이 점점 더 거추장스러웠다. 점점 더 몸이 더워져 오는 것이다.



이런 사정은 하니도 다르지 않았다.



우리가 입고 있는 비옷이 거추장스러울 때쯤 돌아갈 길은 점점 더 멀어지고 알 수도 없었던 목적지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우리와 함께 길을 떠난 청춘의 연인들이 저만치 앞에서 길을 돌아오고 있었다. 우리도 그렇게 해야 마땅했다.



불과 이틀 전에 친퀘 또르리를 다녀왔으면 여독이 풀린 다음 다시 와도 늦지 않았을 텐데..



우리는 자꾸만 앞으로 앞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



뒤를 돌아보니 우리가 주차해 둔 고갯마루 가장자리가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다. 비는 그치고 지난해 다녀왔던 고갯마루에 안개가 걷히고 있었다. 우리는 돌아갈 기회를 아예 잃어버리고 오솔길을 따라 힘겹게 발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 돌아가고 싶었다. 돌아가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다.



그런데.. 인간이란 참으로 간사한 동물이라는 것을 이럴 때쯤 알게 된다. 그냥 돌아가면 될 텐데.. 여기까지 온 게 아까워(?) 지는 것이다. 이때부터 누군가 우리의 행동을 지켜봤으면 "미쳤군!"하고 말했을 것이다.



미쳐야 가능한 일이 이때부터 우리 앞을 인도하고 나선 것이다.



돌로미티 여행을 하는 동안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터득한 게 있다. 힘든 여정을 소화했으면 하루 또는 이틀을 쉬고 난 다음 다음 여정으로 떠나야 할 텐데.. 곧바로 힘든 여정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시쳇말로 몸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피곤까지 단번에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그 이유를 물과 공기 탓으로 돌렸다.



돌로미티에 머물고 있는 동안 일상에서 느끼던 피로감은 사라지고 상쾌함이 온몸을 지배하는 것이다.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 비가 추적추적 오시고 있다. 창밖을 보니 그때가 불현듯 생각나는 것이다. 세상에 미쳐야 가능한 일이 부지기 수인데.. 우리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정으로 다녀온 곳도 그중 한 곳이었다.


Le Dolomiti che ho riscoperto con mia moglie_Verso Passo Nuvolau 
il 26 Dicembr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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