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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26. 2021

안데스가 연출한 신비스러운 무지개

-그곳에 다시 서고 싶다


안데스가 일깨운 상서로운 존재..!


   지금으로부터 17년 전 처음으로 안데스 깊숙한 곳 마추픽츄와 우유니 사막 등 알띠 쁠라노(Alti plano)를 여행한 이후, 우리는 다시 안데스 주변을 서성거린 것이라고나 할까.. 마푸체(Mapuche) 인디오는 물론 케츄아(Quechua) 인디오들이 사용하던 언어 속에서 발견되는 이상향 속에서 안데스는 자연스럽게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 충만한 곳이었다. 



그때도 아름다웠지만 다시 보니 더더욱 아름다운 비경을 간직한 곳. 쎄로 뽀쵸코 정상 부근에서 하니와 함께 늦은 점심을 나누면서 바라본 안데스의 계곡은 숨이 막힐 듯 아름답다. 



이 땅에 살았던 인디오들 전부는 시인이거나.. 시공을 초월한 신선 같은 삶을 살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굳히게 만든 것도, 안데스 계곡에 드리워진 신의 그림자 때문이랄까.. 파타고니아 여행 사진첩을 열어놓고 보니 나는 이 산중의 나무뿌리가 되었으며, 혼이 되어 새처럼 계곡을 비행하고 있다. 여행자는 길 위에서 행복하다.


"우리 발은 나무 뿌리고, 지나가는 새 날개엔 우리 심장이 깃들어 있다."




안데스가 연출한 신비스러운 무지개


    서기 2021년 12월 25일 성탄절 저녁나절(현지시각) 하니와 함께 시내에 나갔다가 돌아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성탄절 풍경은 매우 조용하다. 가족들과 한데 모여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어른들이 계시는 집은 어른 중심으로, 가족이 모여 음식을 나누거나 시간을 보내면서 가족공동체의 의미를 되새긴다. 


서기 2021년 12월 25일 성탄절 저녁나절(현지시각) 하니와 함께 시내에 나갔다가 인증숏(집 근처..)


그런 한편 시내에 외출을 할 때면 가족 전부가 함께 외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린 녀석들은 고깔을 쓰고 꼬까옷을 입고 함께 외출에 나선다. 남녀노소 누구라 할 것 없이 가족의 이름으로 당신의 권리와 책무를 서로 나눈다. 



이탈리아에 둥지를 틀고 살면서 눈에 띄는 이곳 사람들의 문화는 우리와 적지 않은 차이를 보였다. 내 조국 대한민국에도 이런 아름다운 문화가 있었지만, 희한하게도 경제적으로 윤택해지면서 오히려 각박해진 사화의 모습을 자주 접하게 된다. 사람들의 관계에 금전이 까어들면서부터 세상은 돈으로 혹은 권리를 따지는 법 등으로 인심을 갈라놓기 시작한 것이다. 



파타고니아 여행을 끝마치고 산티아고로 다시 돌아온 우리가 장기 체류 허가를 득하고 산티아고에 살기 시작한 것은 다름 아닌 파타고니아 때문이었다. 평생을 살아온 우리나라에서 멀어지고 싶었다. 새로운 꿈을 꾸게 만든 건 파타고니아의 대자연이었으며, 그 땅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욕심 없이 자연과 어울려 살고 있는 사람들.. 스트레스가 없고 산 좋고 물 좋은 그곳에 머리를 뉘고 싶었다. 



그런 어느 날 우리가 산티아고 중심에서 멀지 않은 안데스의 쎄로 뽀초코 정상 부근에서 상서로운 무지개를 만나게 된 것이다. 그때만 해도 그저 자연의 한 현상이자 특별한 풍경이라 생각하며 별생각 없이 역광으로 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10년 만에 다시 열어본 그 장면에 필터링을 해 보니 보다 상세하고 뚜렷한 모습이 나타났다. 


생전 처음 만나는 진귀한 장면이었다. 평소에 알고 있던 무지개와 또 다른 형체가 안데스 상공에서 나의 뷰파인더에 포착된 것이다. 우리는 무지개를 일컬어 물방울 입자가 프리즘처럼 작용하여 태양광의 가시광선을 분산하고 굴절시키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학습했다. 그게 과학이란다. 얼마나 답답한 노릇이다. 자연의 한 현상을 상서로운 기운으로 느끼는 것과 빛의 굴절로 생기는 현상의 차이.. 다시 이곳에서 살았던 마푸체 인디오들의 세계관을 엿보고 갈까..



"우리 발은 나무 뿌리고, 지나가는 새 날개엔 우리 심장이 깃들어 있다."



우리가 땅 위에 딛고 있는 발이 나무 뿌리이고, 새 날개엔 우리 심장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던 사람들.. 그들은 우리를 자연의 일부로 생각하고 있었으며, 장차 돌아갈 본향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일까.. 당신의 삶을 이렇게 정리하면 인생이 더 아쉬울 것도 것도 부족할 것도 없으며 두려워하거나 슬퍼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바람과 더불어 낮엔 해처럼 밤엔 달처럼 살아가는 욕심 없는 삶.. 



안데스에 발을 들여놓으면 그때부터 안데스의 기운이 당신의 삶을 지배할 것이다. 우리가 쎄로 뽀초코에 오르는 동안 알 수 없는 기운에 사로 잡힌 것도 그런 의미였는지.. 자꾸만 자꾸만 산중 깊숙한 곳으로 발을 들여놓게 됐다. 파타고니아 여행을 하면서부터 알게 모르게 우리를 지배한 바람이 등을 떠민 곳에 신비스러운 무지개가 머리 위에 떠 있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10년 후 어느 날부터 우리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살고 있다. 우리 계획에 의하면 산티아고 시민이 되어있어야 했지만, 하늘은 우리를 다시 이탈리아로 보낸 것이다. 그동안 숱한 일들이 일어났으며 가끔은 시행착오도 있었다. 하지만 상서로운 기운이 우리를 여기까지 인도했다고 생각하니 조물주가 만들고 안데스가 연출한 신의 그림자가 그저 신묘막측할 뿐이다. <계속>


il Nostro viaggio in Sudamerica_Cerro Pochoco, Santiago CILE
Il 25 Dicembr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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