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24. 2021

성탄 전야, 하얀 세상에 머리를 뉜다

-성탄 전야에 열어본 서울의 폭설 풍경


성탄 전야.. 당신은 어떤 세상을 꿈꾸세요..?!













    서기 2021년 12월 24일 금요일 오전(현시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사진첩을 열어 서울에 오셨던 폭설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은 정확히 2017년 12월 18일이었다. 새하얀 함박눈이 펑펑 쏟아져 내렸다. 눈이 오시는 날 나의 버릇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뒷마당에서 함께 뛰어놀던 누렁이처럼 천방지축 좋아 죽는 것이다. 그깟 눈이 다 뭐라고 좋아 죽었던 것일까.. 세상은 이때부터 눈이 녹아 질퍽될 때까지 한 녀석을 잡안에 가두어 두지 못한다. 서울에 폭설이 오시던 날도 다르지 않았다. 백발이 성성한 지금도 유년기 때와 달라진 게 없는 것이다. 달라진 게 있다면 내 손에 카메라가 들려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세상에서 학습한 경험들이 함박눈 속에서 천천히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무념무상..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경지에 이르면 행복해지는 것. 그때가 유년기의 모습이었지.. 값 비싼 수업 비용을 지불 하고 인생을 달관했을 때나 아무런 걱정 근심도 없을 때.. 를 놓고 저울질을 해 보면 평행을 이룰 것이다. 따지고 보면 열심히 공부한 게 아무런 소용도 없게 되는 것이랄까.. 행복하려면 머릿속이 비워져야 하고, 마음에 찌들었던 때가 말갛게 씻겨져야 가능하다. 함박눈이 펑펑 쏟아질 때 일어나는 마법의 현상.. 마음속에 주죽이 들어 쪼그려 앉아있던 동심이 화들짝 놀라 깨어나는 것이다. 이곳 바를레타에서는 최근 3년 동안 눈 구경을 하지 못했다. 눈이 내리지 않는 이곳에서 세 번째 맞이하는 성탄 전야에 작은 바람을 해 보는 것이다. 새하얀 눈이 펑펑 쏟아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세상 사람들 모두가 아이들처럼 철퍼덕 눈 위에 머리를 뉘고 하늘을 바라볼 게 아닌가.. 그 하늘에 무엇이 있던 없던 그런 게 무슨 소용이랴.. 장차 돌아갈 본향이 때 하나 묻지 않은 하늘나라인데.. 그곳에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가 살고 계실 텐데.. 


Un quartiere così bello se nevica_Gangnam COREA DEL SUD
il 24 Dicembr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동행자 신의 그림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