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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25. 2021

포장마차에 등장한 마법의 거울

-우리 동네 바를레타의 12월 풍경


성탄절에 열어본 마법의 거울 속으로..?!



   오래 전의 일이다. 성탄절이 되면 괜히 기뻐 날뛰는 두 사람이 있었다. 두 사람을 이어주고 있는 다리는 취미가 같다는 것이다. 사진.. 이렇게 이어진 인연의 끈은 두 사람을 꼭꼭 묶어 두었다. 어디를 가도 함께 다녔으며 두 녀석의 집안에서는 형제보다 더 친하게 지낸다면서 시샘을 하곤 했다. 녀석이 우리 집을 혹은 내가 녀석의 집에 놀러 가면 아들 취급을 받는 정도 이상이었다. 녀석은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를 친부모처럼 대했으며 그게 당연한 일로 알았을 정도이다. 그런 녀석들이 결혼을 하면서부터 예전과 다른 문제에 봉착한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제 우리들 곁에는 늘 감시(?)의 눈초리가 새롭게 등장한 것이다. 예전과 달랐다. 사사건건..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은 누군가의 결제가 필요했다. 그게 사람들이 말하고 있는 또 다른 구속이었다. 어느 날 한 여자 사람으로부터 자유 혹은 방종이 구속당하기 전의 우리 모습은 어떠했을까.. 


서기 2021년 12월 24일 저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성탄 전야는 조용했다. 코로나 시대에 맞이하는 성탄 전야는 대부분의 리스또란떼 문을 꼭꼭 걸어 잠갔다. 이날 하니와 함께 돌아본 바를레타의 성탄 전야는 몇 군데를 제외하면 너무도 조용했다. 다만, 몇 군데.. 그곳에는 청춘들이 빼곡히 자리매김했다. 청춘들은 예나 지금이나 통제 밖의 사람들이었을까.. 시내 중심의 한 리스또란떼와 카페 앞을 지나면서 이들이 남긴 마법의 장면 앞에서 멈추어 섰다. 녀석들은 나를 까마득한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만들었다.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풍경들.. 



그 속에 '포장마차'라는 술집이 있었다. 요즘은 포차로 불리는 술집은 리어카를 적당히 개조한 다음 천막을 씌우고 나무로 만든 긴 의자를 리어카 주변에 배치했다. 포장마차는 외부로부터 안정감을 주게 위해 리어카 위에 허름한 비닐천을 둘렀다. 그리고 사람들이 들락거릴 수 있게 문(틈)을 만들었다. 바깥에서 보면 사람들의 실루엣이 포장에 비치는 구조였다. 이른바 이동식 노점이었다. 이곳에서 주로 판매되는 건 닭똥집이나 삶은 계란 등 조리가 간편한 것들로부터 술안주가 대부분이었다. 어떤 곳에서는 가락국수를 판매하는 곳도 있었다. 하지만 포장마차의 진화가 시작된 다음부터 본래의 모습과 매우 다른 포장마차가 등장했다. 호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사람들이 즐기던 포장마차가 어느덧 귀족(?)들이 찾는 공간이 되었다고나 할까.. 


포장마차의 가장 큰 장점은 부담이 없는 것이다. 비용도 부담이 없지만, 한 공간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것. 가끔씩 지나친 소통 때문에 싸움질로 이어질 때도 있다. 그러나 이 공간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라이브로 청취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최근 대한민국의 이슈를 시간을 돌랴 포장마차에 옮겨 놓으니 정말 재밌다. 포장마차에서 일어난 한 사건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화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느 날 친구와 함께 시내 근처의 한 포장마차로 향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성탄절이랍시고 무슨 이유도 없이 그저 좋아 밤새 싸돌아 다닌 녀석들이 부산 초량의 한 포장마차에 들러 소주 한 병과 닭발을 시켜놓고 꽁꽁 언 몸을 녹이고 있는 것이다. 그때만 해도 부산의 날씨는 요즘과 달리 매우 추웠다. 이때 두 사람이 포장마차 문(?)을 열어젖히고 비틀 거리며 들어왔다. 보아하니 2차 3차를 끝낸 풍경이다. 한 녀석이 "아덤마, 여기 소주 한 병 하고 닭똥집 하나 주셈.."하고 혀꼬부라진 말을 했다. 포장마차 아주머님의 눈치가 예사롭지 않다. 장사를 끝마칠 시간에 두 사람이 등장한 것이다. 


두 사람 중 한 여자 사람의 이름은 명시니이고, 한 남자 사람의 이름은 도리도리.. 사람들은 이들을 일러 '거니' 혹은 '쩍벌'이라고 불렀다. 거니와 쩍별.. 거니는 포장마차에 들어서면서 비틀거렸다. 그녀의 눈을 보니 개 슴츠 레.. 맛이 간 상태이며, 쩍벌은 그녀를 적당히 껴 안은채 머리를 좌우로 마구 흔들어 대며 "아덤마, 똥집 빨리요"라며 투덜댔다. 그런 잠시 후 명시니는 잠꼬대처럼 "옵파 우리가 멀 잘못했데.."하고 혀 꼬부라진 소리로 중얼댔다. 그러자 쩍벌이 맞받아 "우리가 너무 상식적이고 공정했던 게 잘못이지..'라며 소주 한 잔을 벌컥 들이 겼다. 이름을 바꾸는 것도 모자라 얼굴을 뜯어고치고 학력과 경력을 위조하고 세탁하는 등 무엇 하나 올바른 게 없었다. 쩍벌을 쩍벌대로 그의 장모까지 온통 비리와 의혹 투성이었다. 대한민국에 서광이 비치고 있는 것일까.. 



서기 2021년 성탄에 열어본 포장마차의 풍경 속에서 선진국 진입을 코 앞에 둔 대한민국의 문제점 혹은 암적 존재가 오롯이 거울에 비친 것이다. 그동안 잘 몰라서 혹은 알려고 하지 않았던 적폐 세력의 민낯이 백일하에 드러난 사건.. 다른 나라는 몰라도 내 조국 대한민국에서는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말로만 공정과 상식을 외치던 무리들이 도마 위에 올라온 시대.. 가난하고 소외받던 사람들이 빛과 어둠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새로운 세상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빛과 어둠.. 각자의 할 일이 다르지만 어둠이 깊을수록 더더욱 빛이 도드라지겠지.. 한 줌도 안 되는 세력들이 저지르고 있는 불공정과 몰상식이 제자리를 찾는 새로운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어느 날 괜히 기뻐 날뛰던 두 사람 앞에 등장한 잘 닦아 둔 마법의 거울.. 먼 나라에서 가끔씩 아주 가끔씩 생각나는 포장마차의 추억 속에 내 조국 대한민국이 오롯이 비친다. 행복한 연말연시 되시기 바란다. 챠오~~ ^^



La citta della illuminata da un albero di Natale_BARLETTA
Il 25 Dicembr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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