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잠에서 깨어난 파타고니아 여행 사진첩 #8
기록, 여행 중에 만난 풍경들..
(상략).. 그럴 리가 없었지만, 만약 여행 중에 깜박 졸거나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면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풍경들은 그냥 버스 창 밖으로 사라지고 말았을 것이다. 나는 스스로에게 자랑스러운 점을 발견하고 씩~웃게 된다.
나의 오래된 취미(사진)가 여행을 보다 더 빛내주고 있는 것이다. 10년 전에 기록한 여행사진들을 다시 열어봐도 당시의 감정이나 느낌이 오롯이 묻어나는 거 있지..
거기에 착한 버스기사님을 만나 아름다운 풍광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으니.. 기사님은 두고두고 복 받으실 게 틀림없다. 어느 날 누군가에게 베푸는 배려는 음덕으로 남아 천지신명을 일깨울 것이다.
지난 여정 파타고니아, 버스기사님의 배려 편에 이렇게 썼다.
서기 2021년 12월 27일 저녁나절(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파타고니아 여행 사진첩을 열어보고 있다. 사진첩 속에는 한동안 잊고 살던 풍경들이 오롯이 남아 추억을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10년 전에 만났던 풍경..
한 때, 사람들은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 세월.."이라고 말했다. 그럴듯한 주장 사실이었다. 자고 나면 달라지는 세상이자, 인터넷의 발전 속도는 10년의 세월을 1년도 안 되는 매우 짧은 속도로 바꾸고 있었다. 우리 행성 곳곳을 찰나의 순간에 이어주는 실로 놀라운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10년 전..
우리는 지구 반 바퀴를 돌아 남미 칠레의 산티아고에 도착하여 봄을 쫓아 부지런히 남하했다. 그리고 뿌에르또 몬뜨와 오르노삐렌을 거쳐 챠이텐과 꼬자이께를 거쳐 다시 뿌에르또 리오 뜨랑퀼로에 이르는 긴 여정을 소화했다. 그리고 중부 파타고니아 깊숙한 곳으로 이동하면서 코크랑과 깔레따 또르뗄까지 진출했다. 그다음 다시 오던 길을 뒤돌아 꼬자이께서 뿌에르또 이바네스(Puerto Ingeniero Ibáñez)로 이동 중인 것이다.
사진첩을 다시 열어놓고 보니.. 시간 저편 10년의 세월이 까마득 하기도 하지만 엊그제 일처럼 생생하다.
세상은 무서운 속도로 변해가고 있었지만, 찰나의 순간을 기록해 둔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는 것이다. 어쩌면 버스를 타고 다시 이 길을 따라 이동한다고 해도 달라질 게 없을 것이다.
달라진 건 간사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의 마음일 뿐,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달라지거나 변하지 않는 공간..
우리는 그 공간 속에서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는 것이며, 다시 한 해를 보내는 12월 끄트머리에 와 있다.
대자연의 일부가 달라지고 사람들의 편의시설이 달라지긴 했지만, 파타고니아는 여전하다. 여전했다.
파타고니아 여행기를 끼적거리고 있는 시간에 하나는 대한민국의 소식을 열어놓고 있다. 귀가 간지럽고 낯이 뜨거워지는 불길한 소식들..
나를 낳아준 어머니와 조국.. 어떻게 잊을 수가 있을까.. 마는 당분간은 귀 틀어막고 눈 감고 입까지 봉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노트북 앞까지 찾아들었다.
인간들의 세상은 거짓과 위선이 끼어들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 인간과 인간을 이어주는 소통 수단인 언어는 고사하고 표정까지 통째로 바꾸고 당신의 모든 기록들이 거짓으로 꾸며내야 행복한 것인지.. 커뮤니티에 등장한 한 여인 주얼리와 개망나니 검사의 모습이 먼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다.
10년 전.. 우리를 파타고니아로 떠민 결정적인 사건은 금수강산을 짓밟고 파헤쳐 버린 한 위정자가 한몫 거들었다. 생전 인면수심의 모습을 처음 접한 후 다시금 번복되고 있는 인면수심의 현장..
조물주가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부르게 된 이유 중에는 당신의 성정이 깃든 얼굴과 마음이었지..
인간은 뭇 육 축들과 달리 부끄러움을 가진 유일한 동물이다. 이웃에게 부끄러운 짓을 하면 얼굴을 붉히게 되고 사람들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는 것이다 인지상정 아닌가..
그런데 얼굴을 완전히 뜯어고치고 당신이 살아온 이력 전부를 세탁하거나 위조하는 등의 수법으로 사람들 앞에 나타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거기에 배우자까지 입만 열면 거짓에 내로남불의 극치라니.. 그런 인간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설쳐대는 세상..
세상이 그러한 때 파타고니아 여행 사진첩이 없었다면 얼마나 속상했을까.. 사람으로부터 위로받을 대상이 아니란 걸 파타고니아의 대자연이 넌지시 일깨워주고 있다. 달라도 너무 다른 세상.. 신께서 하늘문을 닫으실 때 작은 탈출구를 만들어 둔다고 했다. 작은 탈출구.. 나는 먼 나라 여행에서 담아온 사진첩 속에서 '좁은 문'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긴다. 여행을 떠나시걸랑..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은 풍경을 꼭 담아오시길 강추해 드린다. 어느 날 당신에게 꼭 필요할 무형의 자산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il Nostro viaggio in Sudamerica_Coyhaique Patagonia CILE
il 27 Dicembr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