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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30. 2021

진심으로 사랑하면 일어나는 일

-바람의 땅이 시작되는 언덕 위에서


진심으로 사랑하면 일어나는 일..?!


    서기 2021년 12월 30일 오전 6시경(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 낀 우중충한 날씨가 시작되고 있다. 노트북을 열어 이곳의 현재 온도를 보니 영상 8°C를 가리키고 있다. 다시 오늘 하루의 구체적인 일기예보를 보니 북서풍으로 신들 바람이 초속 8m로 분단다. 습도는 대략 74%이고 100% 흐린 날씨로, 기압은 1019~1020 hPa이라고 한다. 



현대 사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런 날씨의 동향은 농경사회 혹은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정보가 아닐 수 없다. 당신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선조님들이나 옛사람들은 태양의 움직임(황도)에 따라 24절기를 만들었다. 절기에 따라 더위와 추위 등을 구분해 생활에 적용했다. 


봄에는 입춘, 우수, 경칩, 춘분, 청명, 곡우로 나누고 여름은 입하, 소만, 망종, 하지, 소서, 대서로 나누었다. 또 가을은 입추, 처서, 백로, 추분, 한로, 상강으로 나누고 겨울은 다시 입동, 소설, 대설, 동지, 소한, 대한으로 나누었다. 그러니까 글을 끼적거리고 있는 12월 말일 오늘은 동지를 지나 소한(小寒)으로 가는 과장으로 24 절기 중 스물세 번째 절기가 되는 것이며, 소한은 '작은 추위'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소한은 양력으로 1월 5일 무렵이며, 음력으로는 12월에 해당되는 시기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태양이 황경(黃經) 285도의 위치에 있을 때를 소한이라고 한다. 현대는 촌음을 다투는 시대.. 24절기 가운데 자주 들어본 것도 있고 생소한 용어도 등장할 것이다. 후자의 경우는 현대인들이 절기를 보다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일기예보' 때문이 아닌가 싶다. 


최근 이탈리아서 열어본 한국의 날씨는 폭설과 강품을 동반한 매서운 추위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겨울 날씨라고나 할까.. 이런 날씨의 변화를 절기에 대비해 보면 곧 소한이 도래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겨울이 봄을 잉태하고 있는 모습이 소한 대한의 추위로 이어지면서 입춘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10년 만에 잠에서 깨어난 파타고니아 여행 사진첩 #9


이런 정보 등은 우리가 이미 학습한 내용으로 현대인들은 결과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않는 듯하다. 비와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장비는 물론 도시의 웬만한 시설물들은 일기예보를 무색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절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살아가는 곳은 바람의 땅으로 건기가 끝나갈 즈음이면, 우기에 동반한 매서운 바람을 친구 삼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다. 


일기예보를 길게 끼적거린 이유는 포스트에 등장하는 여행사진에 오롯이 묻어난다. 하니와 나는 대략 1년의 여정으로 떠난 파타고니아 여행을 통해 바람의 땅 혹은 바람의 나라가 어떠한지 몸소 겪은 바 있다. 오늘은 바람의 땅이 시작되는 언덕 위에서 바라본 풍경과 단상을 포스트에 담았다.



바람의 땅 파타고니아가 시작되는 곳

여기까지 스크롤을 이동한 내가 꿈꾸는 그곳 독자님들이나 이웃분들이라면 여행사진이 어떤 과정을 통해 기록되었는지 잘 알 것이다. 우리는 중부 파타고니아 깊숙한 곳.. 더 나아갈 수 없는 땅끝을 돌아 다시 안데스를 넘어 아르헨티나의 평원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앞의 일기는 순탄하여 "바람의 땅이 별거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늘의 도우심이 우리와 함께 동행한 것이며 우리 곁에는 무수히도 많은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 함께 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이번 여정에는 전혀 뜻밖의 행운이 함께 하고 있었다.



운전기사님의 배려로 남긴 기록들

우리가 꼬자이께 버스 터미널에서 뿌에르또 이바네스(Puerto Ingeniero Ibáñez)로 이동할 당시 나는 버스 운전석 바로 곁에 있는 작은 의자에 몸을 실었다. 그곳은 바스 창 밖의 풍경이 잘 조망되는 곳으로 이동 중에도 파타고니아의 풍경을 잘 담을 수 있는 곳이자, 버스기사남의 배려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곳에서는 따로 버스 좌석 번호가 필요하지 않은 곳으로 버스기사님이 대빵이셨다. 


또 이곳 파타고니아 사람들은 당신이 대빵이거나 말거나 버스에 올라타는 즉시 고개를 떨구고 자동차의 흔들림에 온몸을 맡기곤 했다. 졸고 자빠지신 것이다. ㅎ 그 가운데 유일하게 안 졸고 자빠진 한 사람이 있었다. 그가 나였다. 나는 졸지도 않았지만 늘 같은 길을 오가는 버스기사님의 말동무가 되어주었다. 그는 심심했던지 당신 옆에 앉아있는 꼬레아노 1인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질문을 하곤 했다. 



보통은 어디서 왔느냐, 왜 이곳에 왔느냐, 어디로 가는 길이냐 언제 집으로 돌아갈 것인지 등에 대해 묻곤 했다. 나는 그때마다 성의껏 대답을 했고 중간중간 신의 그림자가 나타나면 셔터를 누르곤 했다. 우리의 목적지까지 걸리는 시간이라 해봈자 고작 1시간 30분 정도에 불과했는데..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는 꽤 길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때 등장한 기적 같은 일이 대빵으로부터 발현된 것이다. 



그는 버스가 커브길을 돌아갈 때면 나를 위해 속도를 늦추는 등 나의 손과 발이 되어주었다. 승객들에게 미안했지만 그분들은 아랑곳 하지 않은 채 머리를 숙인 채 졸음에 빠져들고 있었다. 하니도 졸고 있었다. 창밖의 날씨는 비가 오시다가 어느덧 개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전히 졸고 자빠지셨다. 그런데 이반에는 대빵께옵서 좀 더 큰 배려를 했다. 그는 "여기서 가까운 곳에 전망대(Mirador)가 있는데 좀 쉬었다 가자"라고 말했다. 

이때 남긴 기록이 포스트 하단에 삽입된 뿌에르또 이바네스 리오 이바네스(Río Ibáñez)의 빼어난 풍경 중 일부이다. 버스기사님이 차를 세우자 여러분들이 영문도 모른 채 버스에서 내렸다. 하니도 졸다가 깨어나 버스에서 내렸다. 우리는 그곳에서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기념촬영을 하게 됐다. 호수가 바라보이는 언덕 위에 서자마자 바람이 몸씨 불어 뎄다.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이곳 훼리호 선착장이 위치한 뿌에르또 이바네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을이 위치한 곳.  단박에 이곳이 바람의 땅임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방풍림으로 심어둔 미루나무가 한쪽 방향으로 전부 기울어져 있는 것이다. 바람에 맞서 싸운 풍경이라기보다, 바람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깨우친 나무들이 여행자의 뷰파인더에 등장한 것이다. 

버스기사님은 귀찮아서라도 정차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는 거의 매일 이 길을 오갔을 것이다. 제아무리 바람의 땅 파타고니아가 아름답다고 한들 도시인의 기준으로 치면 정말 따분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당신과 동행하고 있는 한 여행자는 진심으로 아이들처럼 새롭게 등장 하는 풍경에 탄식을 하며 놀라고 있는 것이다. 당신이 태어나고 자란 바람의 땅이 한 여행자의 가슴에서는 지울 수 없는 풍경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랄까.. 지금 생각해 보면,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 당신을 일깨우며 바람이 부는 언덕 위에 우리를 내려놓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는 것이다. 기적의 현장.. 


이틀 후면 서기 2021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오늘 아침은 한 해를 보내고 새해흫 맞이하는 매우 뜻깊은 시점이다.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지나치면 한 나절에 불과할 것이다. 그렇지만 세상 모든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부터 세상은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올 게 분명하다. 역사가 말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무슨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사랑하는 사람은 상대의 눈빛만으로도 알 수 있다고 한다. 버스기사님은 눈치챘을 것이다. 진심으로 바람의 땅을 사랑한 한 여행자를 언덕 위에 내려놓은 건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이가.. 그곳은 뷰포인트였다. 바람의 땅으로 들어가는 관문이었다. 바람의 땅에서 겪은 여행자가 꼰대가 되는 순간..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 날마다 기적이 일어날 것이다. 다음 여정에는 바람의 땅이 시작되는 언덕 위에서 그녀와 함께 바라본 빼어난 절경이 기다리고 있다. 행복한 연말연시 되시기 바란다.


il Nostro viaggio in Sudamerica_Coyhaique Patagonia CILE
il 30 Dicembr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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