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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27. 2021

밤마다 보석으로 변하는 골목길

-우리 동네 바를레타의 12월 풍경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보석으로 치장한 도시도 있다!!



    서기 2021년 12월 27일 오전 5시(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날이 밝았다. 밤 사이 추적거리며 내리던 비도 잠시 그쳤다. 하늘은 여전히 우중충한 가운데 오늘 일기예보를 보니 여전히 우중충한 날씨를 예보하고 있다. 그나마 기온이 11도씨로 성탄시즌 보다 높은 온도 분포이다. 



바람까지 잦아들었다. 떠들썩할 것 같은 성탄시즌도 조용히 지나갔다. 하니와 나는 성탄 시즌 동안 시내를 배회했다. 그녀의 그림 수업이 연휴로 중단되었기 때문에 모처럼 여유가 넘쳐났다. 그때 우리가 걸었던 바를레타 시내 중심.. 


늘 봐 왔던 풍경이지만 평소와 달랐다. 성탄 트리가 시내 곳곳에 은하수처럼 널려있었기 때문이다. 12월이 오시면 이 도시는 다른 때 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귀하게 보인다. 평소 켜 둔 노란 가로등 불빛에 성탄 트리가 더해지면서 도시 전체는 보석을 두른 듯 고급스럽게 변하는 것이다. 



구도시 어디를 가도 도시는 반들반들 빛을 발하고 있다. 마치 도시 전체를 보석으로 치장한 듯 화려하다. 세상의 많은 도시들 가운데 생각건대 유일하게 보석으로 치장한 듯한 도시.. 나는 이 도시를 '아드리아해의 진주'라고 부르고 있다.  


세계여행을 하면서 만난 아름다운 도시들 중에 도시 전체가 보석으로 치장한 곳도 드물거나 아예 찾아볼 수가 없다. 보석이라 함은 단단하고 마적 감각이 뛰어난 광물을 일컫는다. 예컨대 다이아몬드 사파이어 호박 등이다. 거기에 금과 은 등이 포함된다. 사람들을 미쳐 날뛰게 만드는 보석 혹은 금붙이는 한 때 인류문화사를 흔들어 놓기도 했다. 


지금도 어쭙잖은 인생들은 보석에 미쳐있다. 보석은 돈 이상의 가치를 지닐 뿐만 아니라 부의 상징이기도 하다. 우리 행성에 태어났다 죽어간 권력자들 중에는 보석에 한눈 팔릴 정도였으니.. 누구나 한 번쯤 보석에 미치고 싶기도 할 것이다. 


그런 보석 중에는 영화 타이타닉에 등장하는 보석도 있다. 그녀의 사랑이 오롯이 담긴 보석은 대서양 깊숙한 곳으로 수장된다. 보석보다 더 아름다운 사랑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의 구도시는 왜 보석으로 치장한 도시라고 불러야 옳을까.. 



이곳 바를레타와 함께 하나의 도를 이루고 있는 도시(Provincia di Barletta-Andria-Trani in Puglia) 중에 뜨러니라는 곳이 있다. 바를레타에서 자동차로 1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이 도시 지하에 대리석 광산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뜨라니 항구 주변의 구도시는 물론 바를레타의 구도시 전부는 대리석으로 지어졌다. 한 때 지정학적으로 군사적 요충지 이거나 무역이 활발하던 도시가 대리석으로 건축된 것이다. 



구도시 중심에는 대리석 중에 검은 대리석이 동시에 사용됐다. 그곳은 한 때 이곳에 부자들이 살았다는 증표이다. 마차 한 대가 지나다닐 수 있는 골목에 검은 대리석이 함께 포장되어 있는 것이다. 대리석으로 만든 도시가 빛나는 경우는 세 가지이다. 



첫 번째, 건축자재인 대리석 자체를 즐기는 것, 두 번째, 대리석으로 만든 도시가 비에 젖어있을 때이다. 반들반들.. 마치 진주를 연상케 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둠이 이 도시에 깃들기 시작할 때이다. 이때 일제히 점등되는 가로등 불빛에 의해 도시는 황금으로 만든 것처럼 화려하게 변하는 것이다. 화려함을 뿜 뿜 내뿜는 도시.. 


도시는 마치 전설의 동화 속처럼 변신을 하게 되고 사람들은 동화 속 주인으로 변하게 된다. 그래서 어둠이 깃들기 시작한 밤이 오시면 도시는 사람들로 붐비게 되고, 인구 10만이 채 안 되는 이 도시는 인구 100만이 훌쩍 넘어 보이는 매우 역동적인 거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주변의 도시에서 몰려든 사람들과 현지인들이 뒤섞여 잔칫집을 연상케 만드는 것이다. 이때 도시 전체는 거대한 백화점으로 변하게 되고, 화려한 치장을 한 상점들이 도시를 더욱 반들거리게 만드는 것이다. 이때 돋보이는 풍경이 있다. 


밤이 오시면 아이들의 모습이 감추어진 골목길이 보석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이 도시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낯선 이방인들은 이 골목을 발견하는 즉시 카메라를 빼어 든다. 



보석으로 치장한 도시를 보기 힘들기도 하지만, 중세의 시간들이 박제된 이 골목길의 매력에 푹 빠져드는 것이다. 사간이 보석 속으로 박제된 아름다운 도시 바를레타의 밤이 깊으면 깊을수록 빛나는 도시.. 



하니가 코로나를 피해 한국에 가 있다가 되돌아온 후.. 이 도시에서 겨울을 지나면서 그녀도 카메라를 빼 들었다. 


일주일에 세 번씩 다니던 골목길이 그제야 밤이면 밤마다 황금빛 보석으로 바뀌게 된 걸 느끼는 것이다. 



만약 오늘 밤에 비라도 오시면 이 도시는 화장을 고치고 등장한 아드리아해의 진주로 급변하게 될 것이다.



그녀가 보석으로 만든 도시에 빠져들었을 때 그녀 몰래 뒷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여왕님의 행차..



날이 밝으면 그녀는 도전의 도시, 라 디스퓌다 디 바를 레타(La Disfida di Barletta)의 유서 깊은 도로를 걷게 될 것이다. 저만치 걷고 있는 그녀의 좌측으로 이 도시의 정체성이 시작된 여관 깐띠나 델라 디스퓌다(Cantina della Disfida)가 자리 잡고 있다. 마차가 지나다녔던 대리석 도로에 검은 대리석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한 때 부자들이 살았던 이 골목은 유명한 리스또란떼와 까페가 성황을 이루는 곳이다.  새벽에 일어나 열어본 사진첩 속에 우리의 삶도 오롯이 녹아들었다.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 가득한 도시에서 쓰다. 



La citta della illuminata da un albero di Natale_BARLETTA
Il 27 Dicembr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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