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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03. 2022

문어, 둘이 먹다가 둘 다 죽어도

-이탈리아서 먹고 싶은 대한민국 해산물 


얼마나 맛있길래..?!


    서기 2022년 1월 3일 새벽(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노트북을 켜고 사진첩을 열었다. 그곳에는 서울서 살 때 이웃들과 함께 맛있게 먹은 문어가 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그림의 떡.. 괜히 문어 요리를 눈앞에 두고 이른 아침부터 껄떡거리고 있는 것이다. 이유가 있다.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래 문어는 늘 곁에 있었다. 웬만한 리스또란떼서는 취급하는 요리 후르띠 다 마레(Frutti di mare).. 해산물 요리는 이탈리아에서 고가에 팔리는 식재료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 만 해도 바다가 엎어지면 코 닿을 때 있어서 지천에 널린 게 해산물이다. 각종 생선에 어패류에 연체동물 등을 흔히 볼 수가 있다. 그런데 해산물 킬러 본능을 지닌 내게 이들은 성에 차지 않는다. 아예 거들떠보지 않는다. 



그래서 이곳 현지에 사는 지인과 대화를 나누면서 우리나라 해산물을 소개하니 처음에는 긴가민가 했다. 긴가민가.. 과연 그럴까 싶은 것이다. 그래서 이탈리아와 같은 반도국가인 한반도의 지형과 특징 등을 침이 마르도록 설명을 했다. 그랬더니 긴가민가 하던 생각이 "먹고 싶으다"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그다음 "한국으로 가 보고 싶으다"라며 마른침을 삼키는 것이다. 


그 해산물 중에는 이탈리아서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가 없는 우렁쉥이(멍게)도 포함됐지만, 이곳에서 흔한 문어(文魚_ 학명: Enteroctopus dofleini)가 대화의 도마에 올랐다. 생김새가 같거나 비슷한 문어.. 그렇다면 맛은 어떨까..?! 미켈란젤로의 도시 퓌렌쩨의 유서 깊은 리스또란떼서 일할 때 자주 요리한 게 문어요리였다. 문어를 인살라따로 내놓는 것이다. 그런데 이 요리를 담당한 세꼰도 요리사 혹은 셰프의 문어요리는 매우 낯설었다. 



먹음직 스럽게 생긴 적당한 크기의 문어를 들통에 넣고 부케가르니(Bouquet Garni)와 함께 푹~삶 거나 고우는 게 아닌가. 생전 듣보잡 요리법이 이탈리아에 등장한 건 다름 아니었다. 지중해 혹은 이오니아 해 그리고 아드리아 해서 잡히는 문어의 멋이 우리나라에서 잡히는 문어와 맛이 달라도 한참 다른 것이다. 맨 처음 문어 한 점을 맛 본 이후 두 번 다시 입을 대지 않았다면 믿기실까.. 


해산물 킬러 본능을 지닌 우리가 서울서 살 때는 잊을만하면 문어를 택배로 주문해 먹었다. 강원도 주문진 바닷가에서 서울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한 후 곧바로 요리해 먹는 것이다. 꽤 긴 거리지만 여전히 싱싱하다. 그리고 단골집에서 가르쳐준 리체타대로 요리에 들어가는 것이다. 매우 간단한 문어숙회 리체타는 이랬다. 



준비한 문어가 잠길 만큼 물을 펄펄 끓인다. 그리고 물이 끓는 즉시 문어를 넣는다. 이때부터 시간을 잰다. 1분 2분 3분.. 이 지나고 5분이 되면 집게 등을 이용해 문어를 건지는 것이다. 요리 끝!! 


5분 만에 완성되는 문어숙회 요리는, 요리 천국 이탈리아의 내로라하는 셰프가 흉내 조차 낼 수 없는 맛이 입안에서 아우성치게 된다. 대한민국 국민들이라면 누구나 최고의 요리사가 되는 시간이 불과 5분이면 충분한 것이다. 이런 비결이 가능하게 해 주는 건 다름 아닌 문어의 출처이다. 이탈리아서 구입한 문어를 이렇게 요리하면 200% 실패한다. 



질겅질겅.. 빤쓰 고무줄 씹는 것 같이 맛 짜라기 1도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잡히는 문어를 소개한 리체타로 잘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거나 고추냉이 양념장에 찍어먹으면, 그야 말로 둘이 먹다가 둘이 다 죽어도 모른다.. 여기에 이스리 한 잔 곁들이면 천하에 부러운 게 없어진다. 아.. 대한민국.. ㅜ 



이른 새벽에 일어나 문어 생물도 아니고 문어 사진을 앞에 놓고 껄떡거리고 있는 마음을 누가 알겠는가.. 문어 요리는 여러 방법이 동원되지만, 현재까지 우리가 먹어본 요리 중에 최고의 요리는 문어숙회이다. 한 점 집어서 입안에 넣는 순간 동해 서해 남해 바다의 이야기들이 육즙으로 변하면서 몸서리치게 만드는 것이다. 세상에 그런 문어 요리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쵝오!!) 서울에 한파 소식이 들린다. 이럴 때 방콕 하면서 가족이 한 자리에 빙 둘러앉어 문어숙회 삼매경에 빠져보시기 바란다. 세상 부러울 게 없어진다. 끝!!


Frutti di mare Coreani che si vuole mangiare in Italia
il 03 Gennaio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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