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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07. 2022

늘 배고프게 늘 바보같이

-난생처음 타 본 비즈니스석에서 만난 사람


늘 배고프게, 늘 바보같이 살아달라(Stay Hungry, Stay Foolish)..!!



서기 2011년 10월 5일, 미국의 기업인이자 애플의 전 CEO이며 공동 창립자인 스티 잡스는 췌장암으로 사망했다. 그의 나이 향년 56세였다. 당신의 죽음을 기록한 위키백과는 이렇게 적었다.




스티브 잡스의 죽음



2000년대 들어서 스티브 잡스의 건강이 악화되었으며 2004년에 췌장암 수술도 받았다. 그러나 그의 건강이 회복되지 않았고 계속 악화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던 가운데 애플 측은 주가 하락 등을 이유로 건강 이상설을 부인해왔다. 그러나 2009년 6월 간 이식 수술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으며, 호르몬 이상으로 체중 또한 지속해서 줄어 2009년부터 호르몬 치료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건강 이상설에 따라서 주가가 무려 6%씩이나 등락하는 등 그의 영향력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나, 애플이 너무 잡스에만 기대고 있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2011년 1월에는 잡스의 건강이 다시 악화되어 병가를 냈다. 이에 따라 애플의 주가는 6.5% 급락했다. 스티브 잡스의 건강에 대한 우려가 나오던 가운데 잡스는 백악관에서 만찬을 가졌고 사진도 공개되어 화제를 모았다. 이후 파파라치가 찍은 스티브 잡스의 사진이 공개되었는데 이전보다 훨씬 수척해진 모습이어서 췌장암 악화로 인한 6주 시한부설이 사실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던 중 2011년 3월, 아이패드 2를 발표하기 위해서 잡스가 모습을 나타냈다. 잡스는 언론에 보도된 것보다는 건강한 모습을 보여 경영에 문제가 없음을 과시했으나, 이후 다시 병세가 급속히 악화되어 같은 해 8월 애플 CEO직을 사임하고, 췌장암으로 2011년 10월 5일, 향년 56세로 세상을 떠났다.



스티브 잡스(이하 '잡스'라 부른다)가 우리 곁을 떠난 이틀 후(서기 2011년 10월 7일), 공교롭게도 하니와 나는 파타고니아 여행을 떠나기 위해 인천공항 출국장을 서성거렸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여행을 떠나기 직전은 설렘으로 가득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잡스의 죽음보다 장차 우리 품에 안기게 될 파타고니아가 눈에 선했다. 이미 한 차례 다녀온 남미 일주 중에 만난 파타고니아는 우리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추억을 남기고 있었다. 그곳은 다름 아닌 엘 찰텐(El Chalten)의 피츠로이(Fiz Roy)였다. 생전 처음 만나게 된 피츠로이는 한눈에 우리를 반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준비도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귀국을 코 앞에 둔 상태였다. 



아쉬움만 남기고 귀국길에 오른 후 7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우리는 인천공항 출국장을 서성거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를 파타고니아로 태우고 갈 뱅기는 대한항공이었다. 이번 여정은 인천공항에서 호주의 시드니 공항으로 길게 이어지는 직항이었다. 그곳에서 다시 뱅기를 갈아타고 뉴질랜드의 오클랜드 공항까지 이동한 다음, 북쪽으로 이동하여 칠레의 산티아고 공항까지 이어지는 길고 긴 비행경로였다. 




늘 배고프게 늘 바보같이



우리는 이때까지만 해도 이코노미석 뱅기표(비행기 보다 '뱅기'라는 표현이 더 좋다)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 후 기분 좋은 일이 생겼다. 탑승구에 있던 직원 두 사람이 우리가 지닌 뱅기표를 보더니 "이 표가 맞아요"라며 체크리스트를 확인한 후 표를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두 장의 다른 표를 건네주었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축하합니다"라고 말하며 "고객님의 뱅기표는 마일리지가 쌓여 비즈니스석으로 교환해 드렸습니다. 즐거운 여행 되시기 바랍니다"라며 인사를 건넸다. (얼씨구~~) 살다 보니 별 일이 다 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때 할 수 있는 답례는 딱 하나 "감사합니다! 씩~^^) 입이 귀에 걸렸다. 난생처음 비즈니스석에 몸을 싣게 된 것이다. 룰루랄라~~♫


우리는 뱅기에 올라타는 즉시 승무원의 지극한 대접을 받으며 운동장(?)처럼 넓은 비즈니스석에 앉았다. 그리고 준비된 신문 한 장을 꺼냈더니 잡스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고 있었다. 모 신문사의 타이틀은 "삶을 낭비하지 마라.. 늘 배고프게 늘 바보같이.."라고 뽑았다. 잡스가 생전에 남긴 말이었다. 그는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식서 이렇게 말했다고 전한다. 



참 아이러니한 유언(?)이었다. 그로부터 6년 후 유명을 달리한 것이다. 서두에 잠시 언급한 바, 그는 일에 쫓겨다녔으며, 애플에서도 잡스의 건강상태를 숨기고 있었다. 어쩌면 그들은 잡스의 건강상태가 회사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했을 것이다. 새로운 제품 출시를 앞두고 '영업비밀' 속에 감추어진 잡스의 건강 상태.. 그는 췌장암 악화로 인한 6주 시한부설이 나돌고 있었다. 잡스의 건강상태를 악화시킨 건 그의 식습관이 한몫 거들었다. 그의 식습관은 위키백과가 이렇게 전했다.



잡스의 식습관



잡스는 크리텐든 중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한 후 크리스트 드라이브 2066번지로 이사하였는데, 이때 그는 인근의 과수원에서 한 농부를 만났다. 그 농부는 잡스에게 유기농법으로 텃밭을 돌보는 법과 퇴비를 만드는 법 등을 알려 주었고, 잡스는 그때부터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과일과 채소를 좋아하게 되었다. 프랜시스 무어 라페의 <작은 지구를 위한 식습관> 역시 잡스의 채식주의 식습관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라페는 이 책을 통해 채식 습관은 개인적인 혜택뿐만 아니라 지구적인 혜택 역시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책은 잡스로 하여금 극단적인 식습관을 추구하도록 만들었는데, 예를 들어 일주일 이상을 단식하거나 로만 밀에서 나오던 시리얼 제품만 먹는 식이었다.



잡스의 식습관에 큰 영향을 미친 또 다른 책은 영양학 전문가 아르놀트 에렛의 <디톡스 식습관의 치유 체계>라는 책이었다. 잡스는 이 책을 읽고 채소와 과일만 먹으면 몸에 좋지 않은 점액이 형성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정기적으로 장기 단식을 행해야 몸속의 독소가 사라진다고 믿게 되었다. 또한 채식을 하면 몸에 냄새가 나는 점액이 분비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여러 주 몸을 씻지 않기도 해서 아타리에서 일했을 당시 동료들 사이에서 불만이 많았다.



잡스의 이런 극단적인 식습관은 후에 그가 췌장암에 걸렸을 때 큰 문제가 되었다. 잡스는 2003년 말 췌장암 진단을 받은 후 수술을 거부하다 2004년 7월 31일 스탠버드 대학교 의학 센터에서 변형 휘플 수술을 받았다. 변형 휘플 수술을 통해 잡스의 췌장 일부분이 제거되었고, 따라서 잡스는 단백질을 더 많이 섭취해야 했다. 하지만 잡스는 10대 때부터 지속해 온 채식 및 금식 습관을 버리지 않으려고 했고, 의사의 권고를 무시했다. 결국 잡스의 극단적인 식습관이 그의 건강을 더더욱 해친 것이다.



우리를 태운 대한항공의 비즈니스석에 제공되는 음식은 한식과 양식 두 종류였는데 우리는 한식과 양식을 각각 주문해 나누어 먹었다. 양식은 비스테까 한식은 비빔밥이었는데 훌륭한 식단이었다. 만약 잡스가 우리와 동승했다면 비즈니스석에 앉았을 테고.. 그는 까다로운 식성 때문에 항공사에 따로 당신을 위한 식단을 주문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그는 우리 행성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IT 세상>을 남기고 만 길을 떠난 것이다. 그리고 그가 남긴 명언들은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었다. 그중 울림이 큰 한 마디가 있었다.


늘 배고프게, 늘 바보같이 살아달라(Stay Hungry, Stay Foolish)..!!



당신은 인류 최고의 업적을 남겼지만, 짧은 인생을 살고 우리 곁을 떠났다. 어쩌다 뱅기의 비즈니스석에 앉아 신문을 펴 들고 바라본 그는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얼마나 큰 자책감이 들었을까.. 그기 병석에서 남긴 유언이 우리의 삶에 그대로 묻어나고 있었다. 



잡스가 마지막으로 남긴 병석의 메시지



I reached the pinnacle of success in the business world. 

나는 사업에서 성공의 최정점에 도달했었다.

In other's eyes, my life is an epitome of success. 

다른 사람들 눈에는 내 삶이 성공의 전형으로 보일 것이다.

However, aside from work, I have little joy. In the end, wealth is only a fact of life that I am accustomed to. 그러나 나는 일을 떠나서는 기쁨이라고 거의 느끼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부라는 것이 내게는 그저 익숙한 삶의 일부일 뿐이다.

At this moment, lying on the sick bed and recalling my whole life, I realize all the recognition and wealth that I took so much pride in, have paled and become meaningless in the face of impending death. 지금 이 순간에, 병석에 누워 나의 지난 삶을 회상해보면, 내가 그토록 자랑스럽게 여겼던 주위의 갈채와 막대한 부는 임박한 죽음 앞에서 그 빛을 잃었고 그 의미도 다 상실했다.




In the darkness, I look at the green lights from the life supporting machines and hear the humming mechanical sounds, I feel the breath of god of death drawing closer.. 어두운 방 안에서 생명 보조장치에서 나오는 푸른빛을 물끄럼이 바라보며 낮게 웅웅 거리는 그 기계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죽음의 사자의 숨길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Now I know, when we have accumulated sufficient weath to last our lifetime, we should pursue other matters that are unrelated to wealth.. 이제야 깨닫는 것은 평생 배 굶지 않을 정도의 부만 축적되면 더 이상 돈 버는 일과 상관없는 다른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Should be something that is more important.

그건 돈 버는 일보다는 더 중요한 뭔가가 되어야 한다.

Perhaps relationships, perhaps art, perhaps a dream from younger days..

그건 인간관계가 될 수 있고, 예술일 수도 있으며 어린 시절부터 가졌던 꿈일 수도 있다.



Non-stop pursuing of wealth will only turn a person into a twisted being, just like me. 쉬지 않고 돈 버는 일에만 몰두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비뚤어진 인간이 될 수밖에 없다. 바로 나같이 말이다.

God gave us the senses to let us feel the love in everyone's heart, not the illusions brought about by wealth. 부에 의해 조성된 환상과는 달리, 하나님은 우리가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감성이란 것을 모두의 마음속에 넣어 주셨다.

The wealth that I have won in my life I cannot bring with me. 

평생에 내가 벌어들인 재산은 가져갈 도리가 없다. 

What I can bring is only the memories precipitated by love. 

내가 가져갈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오직 사랑으로 점철된 추억뿐이다. 

That's the true riches which will follow you, accompany you, giving you strength and light to go on. 그것이 진정한 부이며 그것은 우리를 따라오고, 동행하며, 우리가 나아갈 힘과 빛을 가져다줄 것이다.



Love can travel a thousand miles. Life has no limits. Go where you want to go. Reach the height you want to reach. It is all in your heart and in your hands. 사랑은 수천 마일 떨어져 있더라도 전할 수 있다. 삶에는 한계가 없다.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가라. 오르고 싶은 높은 곳이 있으면 올라가 보라. 모든 것은 우리가 마음먹기에 달렸고, 우리의 결단 속에 있다. 

What is the most expensive bed in the world? "Sick bed"..

어떤 것이 세상에서 가장 비싼 침대일까? 그건 "병석"이다. 

You can employ someone to drive the car for you, make money for you but you cannot have someone to bear the sickness for you. 우리는 운전수를 고용하여 우리 차를 운전하게 할 수도 있고, 직원을 고용하여 우릴 위해 돈을 벌게 할 수도 있지만, 고용을 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병을 대신 앓도록 시킬 수는 없다. 

Material things lost can be found. But there is one thing that can never be found when it is lost -"Life". 물질은 잃어버리더라도 되찾을 수 있지만 절대 되찾을 수 없는 게 하나 있으니 바로 "삶"이다.



When a person goes into the operating room, he will realize that there is one book that he has yet to finish reading - "Book of Healthy Life". 누구라도 수술실에 들어갈 즈음이면 진작 읽지 못해 후회하는 책 한 권이 있는데, 이름하여 "건강한 삶 지침서"이다. 



Whichever stage in life we are at right now, with time, we will face the day when the curtain comes down. 현재 당신이 인생의 어느 시점에 이르렀든지 상관없이 때가 되면 누구나 인생이란 무대의 막이 내리는 날을 맞게 되어 있다. 

Treasure Love for your family, love for your spouse, love for your friends...

가족을 위한 사랑과 부부간의 사랑 그리고 이웃을 향한 사랑을 귀히 여겨라.

Treat yourself well. Cherish others. 

자신을 잘 돌보기 바란다. 이웃을 사랑하라. 



서기 2022년 1월 6일 저녁나절(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잡스의 삶을 돌아보고 있다. 누구든 한 때는 잡스가 깨달은 삶의 궤적을 꿈꿀 것이다. 그 결과 우리 행성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보다 더 행복한 삶을 누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잡스의 반성처럼 작은 것에 만족하고 살지 않는 한.. 남 보다 더 어리숙하게 낮추어진 삶을 살아가지 않는 한 잡스가 남긴 후회를 돌아볼 게 아닌가. 당신이 남긴 최고의 업적보다 더 귀중한 업적이 그의 병석에서 발현되고 있었다. 


What is the most expensive bed in the world? "Sick bed"..

어떤 것이 세상에서 가장 비싼 침대일까? 그건 "병석"이다. 



우리는 잡스가 떠난 직후 대략 1년에 가까운 긴 여정 동안 파타고니아 여행을 무사히 끝마쳤다. 그로부터 얼마 후, 나는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하여 하니와 함께 이탈리아에 살고 있다. 행운이었다.


Sempre affamato come un idiota_Verso Sudamerica PATAGONIA
il 06 Gennaio 2022, La Disfida di Barletta di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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