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 재래시장 풍경
무엇이 그토록 행복하게 만드는가..?!
서기 2022년 1월 8일 오전(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날씨는 구름 낀 우중충한 날씨였다. 이틀 전 하니는 그림 수업이 끝나는 대로 "재래시장을 다녀오자"라고 했다. 찬거리를 구입하고자 하는 그녀는 이곳 바를레타에서 두 거지 재미에 빠져 산다. 첫 번째로 그림 수업이고 두 번째로 바를레타 재래시장에서 장을 봐 오는 재미이다. 그림 수업은 일주일에 세 번씩 이곳 출신 예술가 루이지(Luigi Lanotte)로부터 이어지고 있다.
구도시 중심에 위치한 화실에서 수업받고 있는 그녀는 "그림을 그릴 때가 가장 행복하다"라고 말한다. 곁에서 지켜보는 나 또한 그녀의 주장에 동의한다. 하루 3시간 동안 이어지는 소묘 과정은 서서하는 것이므로 피곤하기도 할 텐데 전혀 내섹도 없다. 무념무상.. 그림 속으로 빠져든 것을 보고 있는 것이며, 표정에 행복이 묻어나는 것이다.
코로나를 피해 한국에서 다시 돌아온 그녀의 수업 일정은 어느덧 두 달을 넘기고 있다. 한 달에 12번의 수업일정이 두 달에 이르고 새해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짬짬이 이어지는 장보기는 주로 그녀의 몫이다. 먹거리 다수는 이곳 바를레타의 재래시장(Mercato di San Nicola)에서 구입하는데.. 이곳의 매력은 이른바 '가성비'가 차고 넘치는 곳이다.
싱싱한 야채와 과일이 차고 넘치는 뿔리아 주의 표정을 그대로 옮겨둔 듯한 시장에 발을 들여놓으면 저절로 행복해지는 것이다. 오늘 오전 그녀와 함께 재래시장을 다시 찾았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재래시장.. 무엇이 그녀를 이토록 행복하게 만들고 있을까.. 잠시 시장을 둘러보는 동안 사진과 영상을 기록에 남겼다. 그 현장으로 들어가 본다.
요즘 이탈리아는 제철 채소인 까르치오피(Il carciofo_Carciofi)가 차고 넘친다. 까르치오피의 학명은 'Cynara cardunculus scolymus'이다. 영어식 표현은 아티초크(globe artichoke) 혹은 프렌치 아티초크(French artichoke )라 부른다.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후 나는 주로 이탈리아식 표현에 익숙해 있다. 까르치오피는 이른바 '귀족 식품'이자 식재료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유럽인들이 열광하는 식품이다.
세계에서 생산되는 까르치오피 중 1위가 이탈리아며 한 해 생산량은 39만 톤에 이른다. 2위는 스페인으로 22만 톤, 3위는 이집트로 18만 5천 톤 정도를 생산한다. 까르치오피는 지중해 부근의 남유럽이 원산지이며 여러해살이 엉겅퀴류로 1.4~2 미터 (4.6~6.6 피트)까지 성장한다. 아치를 이루는 잎은 잎가가 옅게 째져 있고 은빛의 황록색을 띠며 길이는 50~82 센티미터 (20~32 인치)라고 전한다. 포스트에서 보고 있는 제철 채소 왕 중의 왕이 녀석이다.
녀석의 몸값은 다른 야채에 비해 월등히 높다. 어른 주먹 크기보다 작은 송이 10개 가격은 3유로이다. 이곳 재래시장에 출하되는 과일과 채소가 대략 1kg에 1유로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비싼 편이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다른 지역에서 이 가격으로 구입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이곳 뿔리아 주의 가성비는 생산지이기 때문에 가능한 가격이다. 상대적으로 비싸게 팔리고 있는 까르치오피는 시장에 출하되는 대로 당일에 모두 소비되는 귀한 식재료이다.
까르치오피가 불티나게 팔리는 이유는 녀석이 가지고 있는 영양성분 때문이다. 까르치오피는 주로 꽃을 식용하고 있는데 관련 포스트에서 언급한 바 식용 부분은 꽃의 내부이며 새싹 부분이 전부이다. 자료사진에 보이는 겉껍질 대부분을 버리고 속의 꽃잎을 파내고 남은 부분을 식용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유럽인은 물론 세계 최고의 생산지 이탈리아에서도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영양성분 및 효과 때문이다.
녀석은 열량이 낮고 탄수화물이 적으며 단백질과 섬유질이 풍부하다. 까르치오피의 100그램당 열량은 47kcal이며, 단백질은 3.3g, 탄수화물은 105g 당 5.4g이 섬유질이다. 섬유질은 하루 권장 섭취량의 22%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비타민의 보고이다. 비타민 C, K와 엽산(비타민 B9)이 풍부하다. 비타민 C의 양은 11.7mg으로 하루 섭취 권장량의 20%에 해당하며, 비타민K의 경우 14.8 mcg으로 권장 섭취량의 18%, 비타민 B9의 엽산은 68 mcg로 하루 섭취 권장량의 17%나 들어있다.
뿐만 이니라 다양한 영양소(마그네슘, 구리, 망간, 칼륨)가 포함되어 있다. 마그네슘의 경우 하루 섭취 권장량은 60mg으로 15%, 칼륨은 370mg으로 11%, 구리는 0.2mg으로 12%, 망간은 0.3mg으로 13%가 들어있다. 또 칼슘은 하루 섭취 권장량의 4%, 철분은 7%, 나트륨은 4%, 인은 9% 그리고 아연은 3%가 들어있다.
더 있다. 까르치오피의 주요 성분은 항산화제가 풍부한 점이다. 항산화제는 우리 몸에서 활성 산소가 일으키는 세퍼 변종과 세포 노화 그리고 다양한 질병에 대응하는 물질로 알려졌다. 까르치오피의 항산화 능력은 100g 당 5,552이며, 요리를 하는 동안 수치는 늘어난다고 한다. 삶은 까르치오피의 경우 항산화 능력은 9,416이며 전자레인지로 익혔을 때 9,402에 해당한다. 이러한 차이는 까르치오피가 지닌 수분 차이가 결정한다. 참고로 항산화 성분이 많다고 알려진 블루베리(Blueberry)는 4,669이다. 두 배에 가까운 항산화제를 녀석이 지니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나쁜 콜레스테롤(LDL) 수치를 낮추고 좋은 콜레스테롤(HDL)의 수치를 높여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까르치오피는 이러한 약리작용 등으로 우리 몸의 혈압조절을 하고 혈당을 낮추며, 심혈관 건강을 도울 뿐만 아니라 간의 건강까지 돕는다고 한다. 아울러 소화를 촉진시키고 장 건강을 도우며 악성 종양 세포에 대응하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고, 적혈구 생산을 돕고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한 마디로 만병통치약과 다름없는 영양성분과 효능을 지닌 것이다. 참고로 아래 까르치오피의 영양 성분 등을 기록한 이탈리아의 그린메(greenme)를 첨부했다.
Qui di seguito indichiamo i valori nutrizionali medi corrispondenti a 100 grammi di carciofi. Questi valori nutrizionali confermano che i carciofi sono ricchi di fibre e di sali minerali.
다음은 까르치오피의 100g 당 평균 영양가이다. 까르치오피의 영양 가치 중에 눈여겨 볼 만한 것은 뛰어난 미네랄과 나트륨과 섬유질이다.(역자 주)
Grassi(지방) 0,2 g, Acidi grassi saturi(포화지방산) 0 g, Acidi grassi polinsaturi(불포화지방산) 0,1 g. Acidi grassi monoinsaturi(단불포허지방산) 0 g, Colesterolo(콜레스테롤) 0 mg, Sodio(나트륨) 94 mg, Potassio(칼륨) 370 mg, Carboidrati(탄수화물) 11 g, Fibra alimentare(식이섬유) 5 g, Zucchero(설탕) 1 g, Proteine(단백질) 3,3 g, Vitamina A 13 IU, Vitamina C 11,7 mg, Calcio 44 mg, Ferro 1,3 mg, Magnesio 60 mg, Vitamina D 0 IU, Vitamina B6 0,1 mg, Vitamina B12 0 µg
까르치오피의 정체가 대략 이러하므로 요즘 제철 채소인 녀석의 몸값이 이탈리아인들의 건강은 물론 유럽인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지중해식 식단'을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날 우리는 크기가 주먹만 한 녀석을 집으로 데려왔다. 곧 녀석들의 요리가 시작될 것이며, 여러분들께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그와 함께 싱싱한 양송이 (1kg에 2유로)를 구입했으며 이곳에서 인살라따로 주로 먹는 이탈리아 빨간 무(Il ravanello comune 학명: Raphanus raphanistrum sativus) 여섯 단(3유로)을 구입했다.
집으로 돌아온 즉시 빨간 무는 잎과 함께 김치를 담갔다. 하니의 몫이었다. 그동안 천천히 시장을 둘러보며 가격을 확인해 봤다. 언제나 변함없는 착한 가격이 눈에 띄고 코로나가 여전히 창궐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시장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곳에서는 과일과 야채가 대략 1kg에 1유로에 형성된다. 세상에 이런 재래시장도 있다.
우리가 구입한 빨간 이탈리아 무..
하니가 양송이가 든 봉지를 들고 앞서 걷는다. 우리 집 근처의 도로변 풍경이다.
집으로 돌아오자 마자 그녀의 숙달된 솜씨가 빨간 무를 즉시 해체하고 김치 담그기에 들어갔다.
우리나라 주부님들 혹은 어머니들의 김치 담그기는 세계 최고 솜씨이다. 이탈리아인들이 동물성 발효식품을 개발했다면, 우리는 식물성 발효식품을 만드는 최고의 민족이다. 따로 리체타를 설명할 필요가 없다. 다만, 이날 김치 양념에 이탈리아산 식감이 부드러운 배(frutta di pere)를 강판에 갈아 넣었다. 집 옆의 과일가게에서 1kg에 1,5유로를 지불했다. 5개의 배 가운데 두 개를 강판에 박박 갈아 넣은 다음, 한국서 공수해 온 갈치속젓 등 김치 양념으로 버무렸더니 환상적인 빨간 무 김치요리가 탄생했다.
"와.. 넘 맛있다!!"
그녀는 겉절이 된 김치 한쪽 맛 본 즉시 내게로 들고 와서 아~하고 입을 벌리란다.
그녀의 행복을 책임지는 도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재래시장에서 덩달아 행복해진다. 그림 그리기도 다 좋다. 그러나 먹는 게 빠진다면 세상 무슨 재미로 살아갈까.. 이제 남은 녀석들을 조몰락조몰락 요리하는 일이 남았다. 양송이 요리와 까르치오피 요리.. 곧 여러분들께 선보인다. 기대 반 설렘 반.. ^^
Capodanno, Lo sguardo di Barletta_Mercato di San Nicola
il 09 Genna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