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강화도(江華島)의 재발견
추억이 밥 먹여준다..?!
서기 2021년 1월 4일 아침(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열어본 사진첩 속의 풍경은 만추의 가을비에 촉촉이 젖어있다. 참 아름답다. 경운기에 자연스럽게 매달린 늙은 호박이 있는 풍경의 장소는 강화도 장화리이다. 하니와 함께 스케치 여행을 다녀오면서 차에서 잠시 내려 몇 컷의 기록을 남겼다.
만추에 이르면 천국으로 변하는 아름다운 우리 강산.. 그중에서도 강화도는 다른 지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참 뻔질나게 드나든 곳. 마치 밀물과 썰물처럼 들락날락.. 아무튼 세월 참 빠르다. 엊그제 새해 새해.. 하며 기다린 시간들이 어느덧 나흘이 흘렀다.
한국에는 폭설과 한파 소식이 들린다. 우리나라의 겨울은 나무들이 잎을 다 떨군 풍경이고 그나마 푸른 기운을 보려면 깊은 산중 혹은 산으로 가야 소나무 등을 만날 수 있다. 그러니까 도심에서는 앙상한 가지만 남은 수목들만 볼 수 있을 뿐이다. 거기에 콘크리트로 만든 건축물들이 을씨년스럽게 비좁을 공간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그뿐 아니다. 코로나 비루스란 녀석은 어느덧 3년의 세월 동안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답답한 일상에 마스크까지 착용해야 하는 불편이 어느덧 3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도 사정은 다르지 않고 세계의 사정도 다 거기서 거기이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코로나 사정은 한국에 비할 게 못 된다. 이틀 전(2일) 확진자 수는 7만 명(Covid Italia, il bollettino del 3 gennaio: 68.052 casi e 140 morti)에 이르고 사망자 수는 140명으로 집계됐다.
사람들이 코로나와 싸움을 시작한 지 3년이 경과하면서 여전히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랄까.. 사정이 이러하자 코로나 대처에 잠시 느슨했던 이탈리아 사람들이 새해 들어 다시 마스크를 착용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 것이다. 다행인지 우리가 살고 있는 뿔리아 주는 다른 지역(주)에 비해 코로나 청정(?) 지역(Area Bianca)을 유지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코로나 사정이 대략 이러한 때 한국의 겨울 풍경과 잘 어울리지 않는 만추의 강화도 장화리의 풍경을 바라보며 위안을 삼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도 오프라인처럼 계절에 민감하여 겨울 풍경이 잘 어울릴 것 같지만, 사진첩을 열어놓고 보니 추억이 새록새록.. 되실아 나는 것이다. 아울러 지천명과 이순을 지나면 새로운 꿈을 꾸기보다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추억에 젖어살기 마련이다.
그러한 때 열어본 아름다운 만추의 풍경이 퍼질러 앉아 쌈밥을 먹은 듯 배가 불러오는 것이다. 청춘들이 꿈을 꿀 때 안 청춘은 야금야금 추억을 소환하여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살다 보니.. 새해라는 시간은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낸 허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새해라고 딱히 달라질 수 없는 게 인생의 수레바퀴랄까..
시간을 거꾸로 돌려놓고 보니 새해에 작심한 최고의 수확이 금연이었다. 새해 벽두에 마음을 여러 번 고쳐먹고 작심 3일 혹은 3개월.. 어느 때는 6개월까지 금연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끝에 마침내 흡연의 유혹으로부터 멀어지게 됐다. 그게 어언 16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지금은 곁에서 누군가 담배연기를 내뿜어도 유혹을 느끼기는커녕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을 정도가 됐다.
어떤 사람들은 금연을 한 사람을 '독종'이니 가까이하지 않는 게 좋다고도 말한다. 그럴듯하다. 그러나 작심하고 실천해 보시라. 매일 아침 시간이 달라진다. 가슴에 깊은 산중의 티 없이 맑은 공기를 품은 듯 상쾌해진다. 그 맛을 느껴본 사람은 두 번 다시 흡연의 유혹에 빠져들지 않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뭐.. 그렇게 한다고 해도 100년을 더 살까.. 마는 무엇보다 건강하게 오래 살 수만 있디면 그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한 때 청정지역이었던 강화도 장화리의 만추의 아름다운 풍경을 앞에 두고 보니, 나의 시간은 거꾸로 가고 있는 게 아닌가.. 어떤 사람들은 "추억이 밥 먹여주나.."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런데 현대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페이스북 혹은 인스타그램 등 휴대폰에 등장하는 놀이기구(?)들 다수는 사진과 영상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놀이기구를 통해 억만장자 이상의 부자가 됐다. 우리가 잘 아는 카카오 이사회 의장 김범수는 물론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등이 그런 사람이다.
그분들이 만들어둔 플랫폼을 사용하는 보통사람들.. 그 속에 나도 포함되어 있다. 사람들의 외로운 심리가 이들 공간에 갇혀 폭발적인 수요를 만들면서, 광고 수익 혹은 주가 등이 새로운 재벌을 만들었다고나 할까.. 사람들은 누군가로부터 관심을 받고 싶어 한다. 그래서 '좋아요'에 목말라하는 게 아닌가.. 내가 만든 콘텐츠가 여러분들의 사랑을 받는 것도 재밌고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기록을 통해 추억을 먹고사는 일이다. 때론 맛있는 요리보다 추억이 더 맛있다.
il Nostro viaggio in Corea del sud_Jangwha-ri, Isola Gangwha COREA
il 04 Gennaio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