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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11. 2022

집 앞 공원, 사소하지만 중요한 사건

-수고하고 목마른 자들아 다 모이시오


천상천하유아독존.. 아프면 저만 아픈 줄 아느냐..?!


    서기 2022년 1월 11일 아침(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는 밤부터 겨울비가 부슬부슬 보슬보슬 오락가락했다. 도시가 비에 흠뻑 젖었다. 이탈리아 남부의 이 같은 날씨는 겨울 깊숙한 곳으로 향한 도시의 표정이자, 머지않아 봄이 오신다는 신호이다. 이곳에서 맞이하는 세 번째 겨울.. 


코로나 때문에 한국을 오가던 하니가 이번 겨울에는 바를레타에서 함께 겨울을 보내고 있다. 날씨는 썰렁해도 참 따뜻한 겨울나기.. 우리는 지난 주말 집에서 가까운 아드리아해 바닷가에 위치한 공터로 나물을 뜯으러 나갔다. 그녀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광경 때문에 즈음이 놀라고 있었다. 이곳 바를레타의 겨울과 봄 사이에 내어주는 귀한 나물이 지천에 널려있는 것이다. 대략 1시간도 채 안 된 시간에 뜯은 나물은 대략 3킬로그램 정도..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잠시 쉬었다 갈 요량으로 집 앞 공원의 장의자에 앉았다. 그때 바를레타 성 앞에 위치한 우물에 사소하지만 중요한 시건(?)을 목격했다. 비둘기 두 마리가 그곳에서 목을 축이고 있는 모습이다. 비둘기도 목이 마르면 이곳 시민들이 마시는 우물에서 목을 축이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닭둘기로 유명세를 떨치는 비둘기들이 이탈리아에서도 골칫덩어리다. 천년고도 곳곳에 산적한 고풍스러운 건축물에 응가를 얼마나 싸 부치는지.. 비둘기 접근금지용 시설물(그물 등)을 설치하고 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비둘기가 없는 공원은 조금은 적막한 듯 녀석들이 빈 공간 곳곳을 싸돌아 다니며 정적을 깨우고 있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하얀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으로 알려졌다. 이유가 있다. 기록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에서 이긴 연합군이 추축군 처리를 위해 여러 의사회를 개최하였다. 여러 가지를 제정하는 도중 통신용으로 맹활약을 한 비둘기를 심벌로 그려 넣었다. 



그리고 UN이 이를 넘겨받고 평화가 목적으로 바뀌면서 연합군 의사회의 심벌은 통신용 비둘기(심벌이기에 하얗게 함)로 목적이 평화로 바뀌었다. 이렇게 '평화의 상징'이란 뜻이 조금 더 확장되면서 평화를 주장하는 입장을 포함하는 정치적 온건파를 '비둘기파'로 부르기도 한다. 또한 강경파는 맹금류인 매에서 뜻을 딴 매파라 부른다. 그런 가운데 대한민국 국민들의 정서를 심히 모독하거나 오염시키는 '거니와 서결이' 등 정치검사는 닭둘기로 불러야 할까.. 우리가 깔고 앉은 장의자 바로 옆 우물은 깊은 뜻을 품고 있다. 이곳 안내판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1941, i soldati del distretto militare di barletta, distanza nel castello. reallizzarono i nomo dei loro ufficialli" quei militari furono poi protagonisti dell'eroica battaglia di barletta L'11 e 12 settembre 1943.

Restaurata e resa alla citta' nel settembre 2007 L'eccidio di Barletta



"1941년, 성에서 멀리 떨어진 바를레타 군에서 온 군인들.. 이 우물은 장교들의 이름을 따서 지었습니다."

1943년 9월 11일과 12일(세계 2차 대전 당시 나치와의 전투), 그들은 영웅적인 전투의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했다. 2007년 9월, 이 우물이 복원되어 마을에 반환되었다. (역자 주)



비둘기들이 목을 축인 우물(바를레타는 이런 우물이 구도시 곳곳에 산적해 있음)의 역사를 더듬어 보니 우물의 주인공이 비둘기가 아니었던가.. 두 번 다시 겪지 말아야 하는 전쟁의 소용돌이를 지켜낸 비둘기들이 역사적 사건의 중심에 있었다. 바를레타 시내 중심에는 나치의 잔혹한 학살 만행을 기리기 위해 삐아싸 까두띠 인 궤르라(Piazza caduti in Guerra_Ex Palazzo Delle Poste E Telecomunicazioni) 거리를 만들어 두었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사람들 곁에 비둘기가 있었다. 그 곁에서 바를레타 성(Castello di Barletta)과 두오모(Basilica Cattedrale Santa Maria Maggiore)를 번갈아 보는 두 사람.. 나물 뜯으러 갔다가 우연히 만난 사소한 풍경 속에 중요한 사건들이 오롯이 묻어나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우리가 채집한 나물이 장차 어떤 모습으로 변신할지 궁금하다. 먹고사는 일은 다 거기서 가기인 거.. 수고하고 목마른 자들아 다 모이시오!! 


La vista del fine settimana del nostro quartiere-Duomo e Castello
il 11 Genna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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