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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13. 2022

설렘 반 기대 반 콩닥콩닥

-뱅기 타고 제주 우도로 회 먹으러 가요


여행을 떠나실 때 공항으로 가면 어떤 기분이 드시나요..?!


    참 궁금하다. 서기 2022년 1월 12일 저녁나절(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노트북을 켜고 사진첩을 열었다. 그곳에는 뱅기(비행기를 '뱅기'로 고쳐 부름)에서 내려다본 금수강산 대한민국의 남도 자락이 구름 사이로 빼꼼히 드러나 보인다. 서울 김포공항에서 제주공항까지 가는 E항공사의 창에서 바라본 풍경이다. 



서울에서 1시간 남짓이면 도착하게 될 제주공항까지 비행거리는 매우 짧은 편이다. 1시간이면 이동할 수 있는 공간.. 그곳에 우리 행성 최고의 맛을 간직한 횟집을 찾으러 뱅기에 오른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 등으로 뱅기를 타러 공항으로 가면 나는 소풍날을 앞둔 아이들처럼 마구 설렌다. 



요즘 아이들은 그 느낌을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국민학교(초등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소풍은 아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만큼 매력적이었다. 요즘 아이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당시를 살았던 가난한 시절의 아이들의 놀이문화 전부는 이른바 '오프라인'에만 존재했던 시절이었다. 



그때.. 학교 근처의 산이나 들로 떠나는 소풍은, 아이들에게 설렘 반 기대 반 호기심이 잔뜩 부풀게 만드는 마법의 날이나 마찬가지였다. 소풍 가는 날이 되면 평소와 다른 음식을 도시락에 챙겨갈 수 있었다고나 할까. 



요즘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당시에는 일상이 된 터여서 유리병에 든 사이다 한 병 혹은 김밥 몇 줄을 챙겨 소풍을 떠나는 일은.. 나사(NASA)에서 로켓을 쏘아 올려 달나라로 떠나는 과정의 카운트다운(Countdown)과 다름없었다면 믿기실까.. 


소풍 가는 날이 정해지면 한 녀석은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이다. 만약.. 그럴 리가 없지만 소풍 가는 날 비라도 오시면 어떡하나 싶은 생각들.. 그러면 어머니께서 열심히 여얼~쉬미 준비하신 도시락은 수포로 돌아갈 게 뻔했다. 종갓집인 우리 집은 7남매의 대가족이며 같은 학교를 들락거리는 학생 수만도 최소 세 명은 됐다. 



그래서 소풍 가는 날은 평소와 다른 음식을 장만해야 하는데 그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게 김밥 혹은 사이다였다면 현대를 살고 있는 아이들은 고개가 갸우뚱할 것이다. 아무튼 그때는 그랬다. 그래서 혹시라도 하늘이 구름이라도 낀 찌뿌듯한 날씨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닌 것이다. 



한 녀석의 가슴속에 "하늘이시여, 제발 저의 바람을 굽어 살피소서..!!"와 비슷한 풍경이 하교가 끝난 다음 날부터 소풍 날 직전까지 시작되는 것이다. 


 "하늘이시여, 제발 저의 바람을 굽어 살피소서..!!"



뭐.. 그때 녀석의 마음속에 그렇게 간절한 신앙심은 없었을지라도, 자꾸만 우중충한 하늘만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소풍을 앞둔 한 녀석은 잠을 설치며 바깥을 내다보게 되는 것. 그리고 다음날 날이 화창하면 좋아 죽는 것. 이런 일은 유소년기 내내 이어지고 있었다. 



희한한 일이다. 일이었다. 국민학교 때 지극했던 바람은 하늘까지 감동시켜 소풍 당일 화창한 날씨로 응답(?)을 받았지만, 그 후 상급학교로 진학하면서부터 하늘의 응답은 느려 터지거나 바람과 전혀 달랐다. 



소풍을 가는 날마다 '머피의 법칙'이 착 달라붙는 것이다. 소풍 가는 날만 되면.. 그날 저녁부터 구름이 몰려들다가 기어코 아침에 부슬부슬 추적추적 비를 뿌리거나 쏟아붓는 것이다. 그런 날이면 소풍 차림으로 들뜬 녀석들이 교실 창 밖의 비오 신 풍경을 보며 도시락을 교실에서 도시락을 까먹고 있는 풍경을 연출하는 것이다.



영상, 제주 하늘 길_설렘 반 기대 반 콩닥콩닥





설렘 반 기대 반 콩닥콩닥_비행기 타고 제주 우도로 회 먹으러 가요




    서기 2022년 1월 12일 저녁나절, 하니가 한국에서 코로나를 피해 이탈리아로 다시 돌아올 때 그녀는 외장하드를 챙겨 왔다. 사진첩 속에는 서울에 살 때 챙겨둔 기록이 빼곡했는데 그곳에는 일행들과 함께 제주의 우도로 회를 먹으로 떠난 기록이 담겨있었다. 



김포공항서 제주공항까지 이어진 당시의 생생한 기록 속에는 금수강산 대한민국의 하늘에서 바라본 풍경이 오롯이 남아있었다. 그와 함께 당시의 단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설레는 느낌들.. 설렘 반 기대 반.. 장차 만나게 될 풍경이 호기심으로 남아 어른이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것이다.



포스트를 편집하면서 당시에 나의 뷰파인더에 담긴 사진을 보여주자 그녀는 감동했다.



"와.. 너무 아름답다아~~!!"



그녀가 손짓으로 가리킨 곳은 남도 끝자락이었다.



그곳에서 잠시 후면 제주 공항에 도착할 것이며, 우리는 봄비가 추적거리고 오시던 날 남도 자락을 여행한 적 있다. 아마도 그녀의 감흥 속에 당시의 풍경이 출렁거리며 잠자던 설렘을 일깨웠을까..



세월이 꽤나 흘렀다. 제주의 우도로 생선회를 먹으러 갈 때와 지금을 비교해 보니 천양지차.. 그때만 해도 청춘이라 불러도 좋을 뻔했다. 청춘과 안 청춘을 갈라놓은 세월 저편에 하늘에서 내려다본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풍경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세월을 지내놓고 보니 여행을 떠나기 전의 마음가짐이 놀랍다. 새롭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시의 마음은 여전히 변치 않는 것이다.



특히 하늘에서 내려다본 땅의 모습은 놀라움 그 자체이며 경이로울 정도이다. 뱅기가 발명되기 이전에는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던 막연했던 공간으로 사람들을 이동시키는 발명품.. 나는 뱅기가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 했다. 


세상의 모든 발명품들 중에 인터넷을 발명한데 비할바 못되지만, 사이버 공간도 뱅기가 실어 나르는 정보가 없다면 다 무슨 소용이랴. 특히나 여행이 일상이 되어 우리 행성 곳곳을 다닐 수 있게 된 현대에서 뱅기의 출현은 기적 그 자체가 아닌가 싶기도 한 것이다. 



어린 녀석들이 소풍 전날 마음을 졸이던 그 소원(?)을 실현시켜 어느 날 마음만 먹으면 시공을 달리 한 한 장소에서 맛있는 생선회까지 먹을 수 있는 시대.. 생각하면 알수록 놀랍다. 



이런 풍경은 비오시는 날 교실에서 도시락 까먹던 녀석들에게 세상 최고의 가치로 떠오른 것이랄까.. 지인 한 분은 먼 나라 여행을 떠나고 싶은 욕구가 생기면 일부러 공항을 찾아 나선다고 한다. 공항 입출국장 곁에서 날아오르는 뱅기만 봐도 설렘 반 기대 반 호기심 반이었던 욕구 일부가 해소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는 것. 



당신의 설렘 속에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 가득하기 때문일까.. 사노라면 세상 그 어떤 성취욕 보다, 그것을 이루어 내기 전의 설렘이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코로나 시대에 열어본 뱅기 위에서 내려다본 제주도의 하늘 길은 아름답다 못해 여전히 설레게 한다.



"다시 한번 더 제주로 갈 수 있을까.."


하고 그녀가 말했다. 그 즉시 "갈 수 있고 말고.." 하고 내가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시방 이탈리아서 살고 있다. 살다 보니 세상은 드 넓고 갈 곳은 천지 빼까리였다. 그리고 뒤를 돌아볼 수 있을 망정 다시금 그 시절로 갈 수 없는 게 불변의 세상 이치이다. 



나는 제주 성산항에서 우도 천진항으로 떠나는 훼리호 선착장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파도에 실려온 비릿한 바다 내음과, 내 조국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섬 제주와 우도가 한 걸음에 달려가 안길 듯 가깝게 느껴진다. 


Prendi l'aereo per mangiare pesce crudo sull'isola di Jeju
il 12 Gennaio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r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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