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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Oct 21. 2019

아내와 함께한 여행 사진첩

#1 넋 놓고 바라본 황홀한 세상

세상에.. 이런 곳도 있었나..?!!


며칠 전의 일이다. 나는 극심한 인터넷 금단현상을 겪고 있었다. 분명히 살아서 활동하고 있건만 나의 존재감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평소 인터넷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소통이 멈춘 것이다. 이건 나의 잘못이 아니라 이탈리아의 인터넷 보급 시스템이 우리나라와 많이도 달랐기 때문이었다. 이미 로마의 우리 대사관에 들러 이탈리아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들에 대해 책자 혹은 대사관 홈피를 통해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게 대체 무슨 일 때문에 그런지 몸소 겪어보니 알게 됐다. 

인터넷 금단현상은 그중 하나로 나는 지난 63일 동안 인터넷이 없는 세상에 살고 있었다. 휴대폰에서 들여다보는 세상과 내가 직접 블로그 혹은 브런치에서 글을 끼적거리며 인터넷 서핑을 하는 차이는 도드라졌다. 내 몸은 살아 숨 쉬지만 세상에 간섭(?)할 그 어떤 도구도 남아있지 않았다. 따라서 나는 마치 유령 같은 존재로 63일간의 세월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우리가 먼 나라 혹은 낯선 곳을 여행할 때도 이와 별로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천하를 두루 누비고 다녔을 망정 당신이 봤거나 경험한 세상의 모습을 기록해 두지 않는다면, 핏대를 세우고 설명을 해도 사람들은 당신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콜럼버스나 아메리고 베스푸치 혹은 마젤란도 당신들이 남긴 기록이 없었다면 얼마나 공허하겠는가. 그땐 카메라도 없었거니와 영상은 더 더군다나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이므로, 그저 그들이 전한 보고에 의해 "세상에 그런 곳도 있었구나" 싶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따라서 그들이 남긴 기록 속에는 아메리카 대륙이 '신세계'로 그려져 있다. 사람들은 이 같은 표현 등에 대해 당시 유럽 사람들이 잘 모르던 세상을 발견한 것 같은 표현이었지만, 내가 두루 경험한 중남미 대륙은 그들의 표현이 매우 직설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세계란 향신료를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어느 대륙이 아니라, 유럽에서 혹은 아시아 중동 지방 등지에서 볼 수 없었던 전혀 다른 지리적 환경이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랄까. 





우리가 남미 일주를 계획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 여행을 위해 꽤 많은 준비를 했었다. 하지만 첫 번째 도전한 남미 여행은 여러 아쉬움을 남겼다. 무사히 계획된 일정을 소화했지만 귀국 후 열어본 당시 외장하드 속 기록은 매우 빈약했다. 


요즘처럼 수 십 테라바이트 정도를 지닐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으므로 마치 필름 사진을 찍은 듯했다. 당시엔 꽤 괜찮은 DSLR로 생각했지만 너무 부족했던 것. 따라서 다시 한번 더 우리가 꿈꾸던, 죽기 전에 반드시 가 보고야 말겠다는 파타고니아로 떠날 때는 카메라는 물론 렌즈와 외장하드를 잘 챙겼다. 그리고 다시 남미대륙을 밟은 날부터 하나하나 차곡차곡 기록이 쌓이기 시작했다. 




이 기록들은 죽기 전에 아내의 수채화와 함께 세상에 선 보인 후(전시) 나름 인생을 마무리하기로 한 것이다. 그게 어느덧 15년의 세월이 훌쩍 흘렀는데, 전시는 커녕 우리가 본 신세계를 세상에 남길 그 어떤 준비도 하지 못한 것이다. 짬짬이 페이스북 혹은 블로그나 브런치에 몇몇 풍경을 올려두었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어느 날 인터넷이 감감무소식이었던 것이다. 위기감이랄까 혼란스러웠고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했다. 만약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내가 가진 기록들은 다 무슨 소용이랴. 마치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얼토당토않은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따라서 인터넷이 감감무소식이었던 지난 시간 동안 몇 가지 결단을 내려야 했다. 외장하드 속에서 잠자고 있던 기록들 전부를 꺼내어 브런치에 담아두는 일이었다. 



그중 하나의 풍경이 온몸으로 느껴진 파타고니아의 자연이었다. 아내와 내가 다시 파타고니아에 발을 디딘 후 넋을 놓고 바라본 풍경이 뿌에르또 리오 뜨랑뀔로(Puerto Rio Tranquillo)에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꼬자이께(Cohaique)에서 천신만고 끝에 부활(?) 한 후 배낭을 챙겨 남하한 이래, 숙소에서 짐을 푼 후 처음 맞닥뜨린 풍경이었는데 눈 앞의 풍경에 넋을 놓고 바라봤다. 너무 황홀했다. 우리가 늘 말하던 상상 속의 천국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었다고나 할까. 



더 늦기 전에 아내와 함께 온몸으로 느낀 우리들의 여행지(GALLERIA DELLA NOSTRA VIAGGIO) 첫 시간을 땅거미가 지기 시작한 뿌에르또 리오 뜨랑뀔로에서부터 시작한다. 기록 전부를 마칠 때까지 여러분들의 응원과 천지신명께옵서 함께 하시기를..!


GALLERIA DELLA NOSTRA VIAGGIO
Puerto Rio Tranquillo, Patagonia Cil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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