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18. 2022

우리 동네 안테나에 깃든 속 사정

-이탈리아 남부, 우리 동네 바를레타의 푸른 하늘


우리가 모르고 그냥 지나치는 건 무엇일까..?!



    서기 2022년 1월 18일 오전(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지난주에 카메라에 담아온 풍경을 살펴보고 있다. 안테나가 빼곡하게 하늘을 향해 서 있다. 하니가 그림 수업을 받고 있는 화실 옥상에서 바라본 지난 주말(14일) 풍경으로 모처럼 개인 푸른 하늘이다. 



이탈리아에서는 푸른 하늘색을 가리켜 아쭈리(Azzurri, azzurrità)라고 한다. 이탈리아 축구 대표팀(Nazionale di calcio dell'Italia )의 유니폼 색깔이 아쭈리여서 그들을 일러 아쭈리(Azzurri) 군단이라 부른다. 축구에 목숨을 건(?) 나라.. 이들의 정체성을 한 곳으로 묶어주는 건 푸른 하늘과 축구라고나 할까..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2002년 월드컵 16강전에서 전반 초반에 터진 비에리의 선제골로 앞서 나가다가 후반 막판에 설기현에게 동점골 그리고 연장 후반 안정환에게 골든골을 연이어 내주며 결국 1-2의 굴욕적인 역전패를 당하면서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당시 이탈리아에서는 한국인을 원수처럼 여겼다고 한다. 자칫 잘못 걸려들면 무조건 뺨이라도 얻어맞을 분위기였다고 한다. 실제 이곳에서 만난 유럽컵 결승전에서 본 이들의 응원 모습은 거의 미친 수준이었다. 축생축사.. 축구에 살고 축구에 미친 나라.. 이탈리아의 하늘은 유난히고 곱고 푸르다.



그건 그렇다 치고 무슨 나라가 우리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안테나들이 즐비할까.. 우리나라의 70~80년대를 연상케 하는 하늘을 향해 우뚝 선 안테나.. 사정을 알고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곳 바를레타의 역사는 오래됐다. 천년고도 구도시 중심 전부는 대리석으로 지어진 곳으로 재건축이 불가능한 지역이다. 광케이블을 묻으려면 도시 전체를 뜯어내야(?) 하는 데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나마 통신선로나 전기배선은 건축물 외부에 설비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사정 등으로 구도시에 지어진 건축물 위로만 안테나가 즐비한 것이다. 



안테나가 하늘을 향해 손을 뻗고 있는 것처럼, 사람들도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거니 두 손을 모을 때가 있다. 안테나는 하늘에 쏘아 올린 전파를.. 우리는 신께 간절한 도움을 청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티브이와 휴대폰에는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이.. 우리 가슴속에는 세상을 향한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만나게 되는 것이랄까.. 이탈리아 남부에 찾아온 봄소식과 함께 하늘이 드높고 푸르다.


il Cielo del quartiere che ho visto dallo studio_Luigi Lanotte
il 18 Gennaio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의 몸짓을 이해할 때까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