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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23. 2022

100년쯤 살고 싶은 분들께

-이탈리아 남부에 찾아온 봄소식


건강하게 오래도록 떵떵 거리며 살아가고 싶은 분들께..?!


   서기 2022년 1월 22일 주말 아침,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재밌는 일이 일어났다. 재밌는 일은 지난주 중에 발행한 포스트 <우리와 너무 다른 이탈리아 봄나물>의 후속 편이라 보시면 된다. 그때 이렇게 썼다. 


"(상략).. 듬성듬성한 숲 곁에는 습지가 있고 갈대숲이 습지를 빙 둘러싸고 있다. 바를레타 시내 중심에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습지이며, 이곳에는 개구리들이 물웅덩이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물론 지금은 녀석들이 뭘 하고 자빠졌는지 쥐 죽은 듯 조용하다. 지난 주말.. 그녀가 잠시 재래시장에 장을 보러 간 사이, 나는 작은 보따리 하나를 들고 물웅덩이 주변의 숲길을 배회했다. 산책 겸 봄나물을 케러나간 것이다.


바다가 저만치 보이는 언덕 아래 공터에는 파릇파릇한 새싹은 물론, 커다랗게 자란 풀숲이 겨울 티를 벗고 꼬까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삐노 숲 아래는 샛노란 풀꽃들이 자지러지고 있었다. 멀리서 봐도 숲 속에는 무슨 큰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우리는 이곳에 사는 동안 바닷가의 생태를 알게 모르게 학습하고 있었으므로, 작은 보따리 하나에 호주머니 칼만 있으면 챙겨 올 봄나물 때문에 절로 행복해진다..(하략)"





    주말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내가 향한 곳은 우리가 찜해 둔 바닷가의 공터이다. 이맘때가 되면 바닷가 공터에는 여러 봄나물이 지천에 널려있다. 이곳 사람들이 바닷가에 널브러진 봄나물의 정체를 모를 리 없지만, 유독 꼬레아노 1인의 눈에는 보물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곳 뿔리아 주는 과일과 야채가 풍부하고 올리브유는 물론 포도주까지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곳이 없는 곳이며, 가성비는 상상을 초월한다. 



아마도 그런 까닭에 바닷가 공터에서 자라고 있는 봄나물 따위는 거들떠보지 않게 되었을 거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임인년 새해가 밝아오면서부터 점점 더 눈독 들이는 장소가 바닷가이며, 그곳은 운동 겸 산책을 나갈 때 지나치는 장소였다. 낯익은 그곳에 봄이 오시면 파릇파릇 뺀질뺀질 윤기가 좔좔 흐르는 봄나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 그랬지.. 



누군가 당신의 이름을 불러줄 때 비로소 당신은 꽃이 되는 거라고 말이다. 그러니까 바닷가 공터 풀밭에서 자라고 있는 봄나물의 쓸모는 누군가 찾는 사람이 있어야 존재감을 발휘하는 것이랄까.. 이날 아침 나는 보따리 하나에 호주머니 칼을 들고 바닷가로 향했다. 하니는 집을 지키고 있어야 했다. 바닷가에 칼바람이 불면서 파도가 하얀 게거품을 물고 마구 달라드는 것이다. 이런 날 여왕님이 아드리아해로 함부로 행차하시면 고뿔은 물론 오미크론 등 나쁜 세력들에게 공격을 당할 게 뻔했다. 



그래서 나 혼자 집 앞 구도시 중심을 가로질러 바닷가 나만의 보물 창고에 들른 것이다. 이날 하늘은 내게 발칙한 상상을 허락했다. 천년만년은 살지 못할 망정 한 100년쯤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씩 웃고 말았다. 누군가 내 곁에서 이런 생각을 읽었다면 "낄낄.. 이런 속물!!" 하며 덩달아 낄낄 거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생각은 현대인들에게 몹시도 쓸모가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진나라의 시황제는 당신의 권력이 완성된 이후에 불로장생의 꿈을 꾸었다. 그리고 그는 선남선녀를 오늘날 대한민국에 보내 불로초를 구해 오도록 명을 내렸다고 한다. 그동안 시황제는 짝퉁 어의 등을 통해 불로 장생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신약을 찾아 나섰다. 요즘 생각해 보면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이 기원전 후에 등장하며 한 인생을 망가뜨리는 것이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시황의 사망원인은 수은중독이었다. 처음 몇 방울 피부에 발라보니 피부가 하얗게 표백되고 몇 방울 섭취하니 얼굴이 뽀얗게 변하는 게 아닌가.. 그는 즉시 "옳다! 땡이로구나!!"라며 시도 때도 없이 불로장생을 위해 퍼 먹거나 처먹었을 것이다. 그 결과 그의 몸에는 전에 없던 부작용이 생기기 시작했다.  



13세의 어린 나이로 진(秦) 나라의 제31대 국왕의 자리에 즉위한 그는 서서히 지옥의 사자로부터 불림을 받고 있었다. 살아있는 사람(학자)을 생매장한 분서갱유(焚書坑儒)의 사건 때문일까.. 하늘은 그에게 최악의 형벌을 내렸다. 그가 숨을 거두자 시신은 새까맣게 변했다. 



기원전 210년 9월 10일, 그는 49세를 일기로 불로장생의 꿈은 허망하게 사라졌다. 동방으로 떠난 동남동녀들의 소식을 아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어떤 사람들은 제주도로 어떤 사람들은 거제도에 도착했을 거라 한다. 하지만 그들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마도.. 아마도 동남동녀(童男童女)들이 오늘날 대한민국에 상륙해 불로초를 구했다면, 짱구가 아닌 다음에야 그 귀한 약초를 들고 다시 중국으로 건너갔을까.. 수소문하여 찾아낸 불로초를 발견한 동남동녀들이 있다면. 그날 저녁 그들은 불로초를 앞에 놓고 "이거.. 우리끼리 나누어 먹자. 어때?"라고 말했을지 모른다. 그때 누군가 "조오~치!!"라고 대답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3000명의 동남동녀들 모두는 뿔뿔이 한반도 등 곳곳으로 숨어들 거나, 이름도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발칙한 상상.. 그때 이 땅에 살아남은 자들이 딸 아들을 낳고, 그들이 다시 후손을 생산했다면 후손들의 핏속에 유전자 속에 불로초가 뚜렷이 각인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그 불로초는 어떤 형상을 띠었으며 맛은 어떠하고 영양가는 어떠했을까.. 바닷가 공터에서 나물을 캐고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머릿속은 온통 봄나물뿐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즉시 잘 데쳐서 먹을 요량으로 하니에게 전화를 했다.


"나..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거든 물 좀 끓여놔욤..!"



전화기 너머서 "응, 아랐쪄! (또까닥)" 하는 소리가 들렸다. 봄나물을 적당히 뜯은 나는 게거품을 문 파도가 쉭쉭 거리며 뭍을 핥고 있는 바닷가로 나갔다. 공터는 물론 바닷가에는 인적이 거의 끊겼다. 이곳 바를레타의 바닷가는 대략 3년 전쯤부터 인적이 끊기기 시작했다. 코로나 때문이었다. 그나마 3년 전 여름에는 인산인해를 이루던 바닷가와 파라솔 대여업이 철수를 한 건 지난해 여름이 끝날 무렵이었다. 


사람들이 찾지 않는 바닷가.. 그들이 오랫동안 이어온 사업이 문을 닫은 것이다. 아울러 코로나가 창궐하면서부터 바닷가에서 운동 겸 산책을 하는 사람들의 수도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운동을 열심히 해서 건강하게 오래도록 살고 싶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진시황이 죽은 지 대략 2천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우리 인류의 삶은 당시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며 여기까지 왔다. 예전에 황제나 왕 혹은 특정 권력자들이 누린 권력을 굳이 현대인에게 비교한다면 '조족지혈' 그 자체일 것이다. 아무나 어느 때나 사람들이 세상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매시각 우리 행성의 동태를 살피는 IT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정말 "귀신도 곡할 노릇' 할 만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 



거기에 돈만 있으면 지식만 빼놓고 모든 것을 구매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뱅기만 타면 우리 행성 곳곳을 여행할 수 있었다. 불가능할 것이 없어 보이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수 천년의 세월이 지나 초문명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는 숙제가 있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 인류의 오래된 숙원인 불로장수는 여전히 우리의 바람으로부터 멀어져 있는 것이다. 어떤 재벌이나 권력자들은 불로장수를 위해 피를 바꾸거나 연하의 남녀를 취하는 등 별의별 짓을 다한다. 그러나.. 달나라를 갈 수 있는 현대 문명을 조롱이나 하듯 인간의 수명은 늘어난 듯 여전히 제한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인의 평균수명과 기대수명을 들여다보니 흥미롭다. 



링크된 자료에 따르면 2015-2020년의 남녀 평균 기대수명 1위 국가는 일본(전체: 84.74 남성: 81.91 여성: 87.58)이며, 2위는 대한민국(전체: 83.31 남성: 80 여성: 86.49)이며, 3위는 이탈리아(전체: 82.84 남성: 80.27 여성: 85.23)이다. 그 뒤를 이어 스위스, 싱가포르, 아이슬란드, 스페인, 오스트레일리아, 이스라엘, 스웨덴 순이다. 

아울러 각국의 2018년 지표를 바탕으로 작성된 2015-2020년 평균수명을 살펴보니 대체로 비슷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었다. 100년을 살고 싶은 당신 기록을 잘 살펴보시기 바란다. 다시 어느 날 사라진 3000명의 동남동녀의 행방을 찾아 나서며 글을 맺는다,



사람들은 패권을 기록하는 습성에 따라 황제가 통치했던 흥망성쇠의 기록은 비교적 상세히 다루고 있었지만, 선남선녀의 구체적인 행방 등에 대해서는 굳게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렇지만 한의를 하신 아버지로부터 잊을만하면 듣게 된 불로초에 대한 이야기 등은 구체적이다. 시황의 명에 따라 한반도 쪽으로 떠난 서복(徐福)의 이야기는 잘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서복은 한반도에 발을 디딘 후 일본으로 건너갔다고 한다. 그는 한국의 제주도와 경남 남해와 거제 등을 다녀갔으며, 거제도의 해금강 등에 남긴 석각에는 "서복 이곳을 지나가다"라고 새겨두었다고 한다. 그의 이정표가 향하는 마지막 지점은 한반도와 섬나라였다. 불로초를 찾아 먼 여정을 떠난 동남동녀의 나이는 어느덧 백발이 되었을 테고.. 그들 가운데는 혼기에 맞추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을 수도 있다. 



휴대폰도 없었던 당시, 시황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카톡을 날려 확인할 수도 없었을 것이며,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은 맨 먼저 한반도에 발을 디딘 즉시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 초근목피를 먹으며 흉년을 지나는 모습을 목격했을 것이다. 시황이나 궁궐의 주방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기적 같은 일이 일상이 된 나라.. 

그는 그곳에서 봄나물을 만나며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세상에서 처음 맛보는 기막힌 맛을 지닌 나물.. 간단한 양념에 조물조물 무쳐지며 생기를 더하는 게 아닌가.. 라며 상상에 상상을 더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발견한 불로초는 봄이 되면 산과 들에 지천에 널려있는 것이다.



세상을 100년쯤 살아보고 싶은 사람들은 눈여겨볼 일이다. 글을 이어 쓰기 시작한 조금 전, 하니와 산책 삼아 시내를 한 바퀴 돌아 집으로 돌아왔다. 이때 먹은 반찬은 아침에 먹던 봄나물이자 불로장생으로 여기는 기막힌 요리이다. 한 움큼만 남기고 모조리 먹어치웠다. 당분간은 재래시장으로 장을 볼 필요가 없어졌다. 그러나 더 큰 소득은 이렇게 잘 먹어준 봄나물 때문에 불로장생의 꿈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다는 거.. 나도 100년은 살고 싶으다~~!! ^^



영상, BARLETTA, ERBA SELVATICA_100년쯤 살고 싶은 분들께(포스트 참고 자료)



Notizie di primavera arrivate nel sud d'italia_BARLETTA
il 22 Gennaio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아래 자료는 참고로 요즘 자주 들여다보게 된 야생 나물의 자료이다.

Helminthotheca echioides(L'aspraggine )


L'aspraggine (Helminthotheca echioides (L.) Holub) è una pianta erbacea annuale appartenente alla famiglia delle Asteraceae.


https://www.pinterest.it/pin/2350322929031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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