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남부에 찾아온 봄소식
나비는 어디 갔을까.. 마침내 봄의 요정들이 찾아들었다!
서기 2022년 1월 15일 정오 경(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는 포근한 날씨가 이어졌다. 이틀 전까지 바람이 불고 썰렁한 날씨를 보였다. 한동안 바쁘게 지내면서 봄이 오시는지 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탈리아에 창궐하고 있는 코로나 비루스로부터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었다.
일주일에 세 번씩 이어지는 하니의 그림 수업으로 인해 동선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가끔씩 이곳 재래시장에 들러 장을 봐 오는 게 그나마 먼 동선이었다. 그녀는 즈음이 걱정하고 있었다. 두 해 동안 코로나를 피해 한국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이곳에서 함께 지내기로 했다. 그런데 요즘 이탈리아 코로나 성적표는 들여다보고 싶지 않을 정도이다.
오늘자 확진자 수(180.426)와 사망자 수(308)는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수치이다. (Secondo i dati forniti dal Ministero della Salute registrati 180.426 contagi nelle ultime 24 ore su 1.217.830 tamponi processati. 308 morti, per un totale di 140.856 dall'inizio della pandemia)
어느덧 두해 전의 일이다. 코로나가 창궐할 당시 우리는 아드리아해가 바라보이는 언덕을 자주 찾았다. 구도시 외곽에 위치한 언덕에 서면 가슴이 탁 트였다. 다행인지 요즘 창궐하고 있는 코로나 비루스는 두 해 전 보다 사망자 수가 급감한 상태이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확진자 수가 급등했지만 우리 동네만도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를 듣기 힘들어진 것이다.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탈리아 20개 주의 코로나 성적표는 다음과 같다.
Lombardia: 33.249 / Campania: 19.788 / Veneto: 19.539 / Emilia-Romagna: 17.755 / Piemonte: 14.350 / Lazio: 12.096 / Toscana: 11.761 / Puglia: 9.718 / Sicilia: 9.292 / Liguria: 5.835 / Marche: 5.766 /Friuli Venezia Giulia: 4.570 / Abruzzo: 3.835 / Calabria: 2.723 / P.A. Bolzano: 2.700 / P.A. Trento: 2.461 / Umbria: 1.958 / Sardegna: 1.490 / Basilicata: 593 / Molise: 507 / Valle d'Aosta: 440
우리가 살고 있는 뿔리아 주(빨간색)는 확진자 수가 9,718명이며, 12명의 희생자를 냈다. 링크된 뉴스에 따르면 뿔리아 주는 매일 76,689건의 테스트를 통해 9,718건의 새로운 코로나 비루스 사례를 발견되었으며, 테스트에서 양성 발생률이 12.6%였다. 다행인지 우리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는 기록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게 흥미로운 일인 것이다.
그리고 뿔리아 주 확진자 전부가 양성은 아니었으며, 우리 이웃의 확진자는 하니의 그림 선생님(Luigi Lanotte)이 지난해 연말에 사촌으로부터 감염된 적 있다. 그러나 음성으로 밝혀져 수업이 재개되고 있는 것이며, 이때부터 우리는 화실에서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하고 있는 것.
우리는 새해 들어 치솟는 확진자 수를 감안하여 가능한 한 사람들의 접촉을 줄이거나 피하고 있었다. 그렇게 보름이 지난 어느 날, 한동안 잊고 살던 봄소식을 접하고 화들짝 놀라고 있는 것이다. 하니와 함께 코로나를 피해 산책을 나갔던 언덕 위에서 바라본 바닷가 습지에 봄의 요정들이 빼곡한 게 아닌가. 놀라운 일이었다. 잠시 한눈을 판 사이 바닷가 습지 공터를 빼곡히 메운 녀석들.. 그 장면을 사진과 영상에 담으며 잠시 망중한에 빠져드는 것이다.
샛노란 풀꽃들이 자지러지는 바닷가 공터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만나는 진풍경이다.
이곳은 아드리아해의 바닷가로부터 지근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관리는 바를레타-안드리아-뜨라니를 관정하고 있는 도청(Prefettura di Barletta - Andria - Trani)에서 관리하고 있는 곳이다.
하니의 그림 수업이 본격적으로 재개되기 전, 우리는 이곳을 지나 바닷가 산책로로 이동했다.
우리 집에서 지근거리에 위치해 있고 전망이 탁 트인 곳이다.
지난여름 이곳을 지날 때마다 개구리들이 얼마나 떠들썩한 지.. 습지는 온통 개구리들이었다.
희한한 일이었다. 이탈리아 개구리들은 우리나라 개구리와 달리 울음소리도 달랐다. 깨구락 개구 락.. 개굴개굴 착하게 떠드는 우리나라 개구리와 매우 달라 관련 포스트에 올려놓기도 했다. 샛노란 봄의 요정들이 지천에 널린 풍경 앞에서 개구리가 짝짓기 하는 울음소리를 소환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녀석들은 정확히 7월 21일 전후로 울음소리를 그친 것이다. 보름달이 휘영청 밝았던 어느 날 아침부터 울음소리가 잦아들더니 마침내 개구리들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우리가 학습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개구리들은 겨울잠을 잔 다음 경침이 되면 슬그머니 나타나는데 겨울도 아닌 여름철에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나는 그때부터 아침운동을 하면서 녀석들이 궁금했다.(흠.. 짜고치냐? ㅜ)
습지 도랑에 옹기종기 모여서 깨구락 거리던 녀석들이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지금 내 앞에서 자지라 지는 샛노란 풀꽃들의 요정들은 녀석들을 기억하고 있을까..
이날 나는 하니와 함께 걷던 길을 따라 지천에 널린 봄나물을 하나둘씩 찜해두며 호주머니 칼로 실컷 먹을만치 비에똘라 등을 채집했다. 포스트에 등장한 풀꽃들 사이 혹은 풀숲 가득 봄나물이 파릇파릇 널려있는 게 아닌가..
풀꽃 요정들의 합창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녀석들의 머리를 쓰다듬자 좋아 죽는다.
"(와글와글) 아더 찌 반가반가..넘 방가와요. ㅋ 그런데 뚝모(하니)는 왜 안 왔어요? ^^"
이날 하니는 바를레타 재래시장으로 장을 보러 갔고 나는 바닷가로 산책을 나왔다. 요즘 우리가 즐겨먹는 반찬 때문이랄까.. 까르치오피와 비에똘라 등 제철에 나는 채소 삼매경에 빠져 과식을 하게 된 것이다. 이곳에 살면서 새롭게 발견한 나물 맛에 홀딱 반한 나머지 점점 더 우리 동네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큰 집이 필요 없고 마당이나 정원은 더더욱 필요 없는 곳. 봄볕이 너무 따가워 그늘을 찾아다녀야 했다. 그때 누군가 풀꽃 요정들이 살고 있는 천상의 정원에 장의자 하나를 준비해 놓았다. 즉시 드러누워 요정들 속에 푹 파묻혀 하늘을 보니 천국이 따로 없는 것.
어떤 사람들은 이런 맛 때문에 "개똥밭에 굴러도 천국보다 이승이 낫다"라고 말했을까.. 잘 알아야 한다. 그 개똥밭에는 신의 그람자인 아름다움이 지천에 널린 곳이다. 당신이 디딘 발아래 혹은 주변에 널린 아름다움이 천국이란 말이다. 그런데.. 이곳 습지에 개구리가 잠시 보이지 않는 건 그렇다 치고.. 나비 한 마리 보이지 않는 건 왜일까.. 녀석들이 팔랑거리며 나타나면 천국과 이승을 오락가락할 텐데 말이다.
내 꿈에 나비가 보인 것인지.. 나비 꿈에 내가 보인 것인지.. 참 아름다운 계절이 아무도 모르게 찾아왔다.
Notizie di primavera arrivate nel sud d'italia_BARLETTA
il 15 Gennaio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