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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Feb 01. 2022

설날, 이탈리아에 오신 비의 요정

-한밤중 자동차 운전석에서 빗방울 놀이


설날에 뭘 하고 놀지..?!



"어라.. 빗방울이 떨어지네.."


하고 마치 빗방울을 처음 보는 것처럼 하니가 말했다. 잠시 바깥 풍경을 바라보던 그녀의 일성..



"많이 와..?!"


그녀는 "아니 몇 방물씩 떨어져.."라며 말 끝을 흐렸다. 그때가 초저녁이었다.



그리고 자정 무렵, 한국은 설날 아침이 밝아왔다. 나는 추적거리며 내리는 비를 맞으며 주차해 둔 자동차 속 운전석에 앉았다. 시공을 달리 한 설날의 풍경.. 이탈리아 남부에 비가 오시는 것이다. 자동차 시동을 걸고 라디오를 켰다. 비의 요정들이 음악을 따라 흐느적거리기도 했고 톡톡 튀기도 했다. 




한밤중 자동차 운전석에서 빗방울 놀이


차창 밖으로 쉼 없이 빗방울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녀석들은 가로등 불빛에 따라 황금빛으로 변하거나 도로변 옷가게의 불빛을 두르고 파랗게 빛나기도 했다. 어떤 녀석들은 저만치서 다가오는 자동차 전조등 불빛에 화들짝 놀라 도로 가장자리로 튀기도 했다. 그뿐인가.. 어떤 녀석들은 찌질 찌질.. 삐쳤는지 차창에 기대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희한한 일이다. 빗방울은 물방울.. 



물방울에 비친 빛이 요정들.. 그리고 비의 요정들..



"아더찌.. 제가 누군지 아세혀?"


녀석들은 내 앞에서 방긋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한다.



"흠.. 누군 누구야 빗방울.."


하고 말하는 순간 녀석이 끼어들었다.



"빗방울도 물방울도 맞는 말씀인데요. 아더찌.."


녀석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나를 빤히 들여다보며 말끝을 흐렸다.



"그래.. 너의 정체가 무엇인지 말해 보려무나..!"


녀석은 기다렸다는 듯이 또박또박 물방울이 차창에 부딪치듯 말했다.



녀석이 하고 싶은 말은 괘나 의미심장했다. 녀석들은 우리 행성에 살고 있는 생물 혹은 무생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알고 있다고 했다. 지금처럼 이탈리아 남부에 도착하여 나를 만나면 나의 근황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까마득히 오랜 옛날의 풍경도 사진이나 영상처럼 기억해 낸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것을 순환이라고 말한다고 했다. 똑똑한 녀석..



"그럼 우리 엄마 아부지 소식도 알겠구나!!"


하고 내가 말했다. 한국의 설날 아침.. 유소년기 때 어머니 아버지 소식을 비의 요정들이 알고 있다면 얼마나 신기한 일인가. 그래서 다시 비의 요정을 향해 말을 꺼내려는 찰나 비의 요정이 말했다.



"아더찌.. 설날 아침에 고향집을 그리워하고 있었죠? 다 알아요. 히히 ^^"


녀석은 내 속을 훤히 꿰뚫고 있었다. 그러면서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의 안부까지 모두 전해주는 게 아닌가..



"히히 아더찌.. 걱정하지 마세요. 하늘나라에 계신 어른들 모두 잘 계시지요. 이제나 저제나 아더찌 생각하고 계셔요. 아더찌 뿐만 아니라 형제들과 누이 그리고 누님 모두 말이죠. 거기에 조카들과 손자들 모두 말이죵.. 히히.."


녀석은 마치 자신의 일처럼 신나게 떠들어댔다.



"고맙구나. 우리는 그저 너희들을 볼 때마다 마음대로 생각했지.. 기분에 따라 말이다. 그러니까 오늘 만난 너희들은 봄을 재촉하는 봄비였는데.. 알고 보니 하늘의 전령사였구나. 멋진 녀석들.. 따랑해~ ^^"



    서기 2022년 2월 1일, 간밤에 만난 녀석들을 노트북 앞으로 소환해 놓고 설날을 맞이하고 있다. 먼 나라 이탈리아서 맞이하는 설날.. 비록 몸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만은 고향집 툇마루와 마당에 가 있다. 유년기의 나.. 툇마루 아래는 보물상자가 있었지. 그 속에는 구슬과 딱지가 잔뜩 들어있었어. 당시의 아이들을 즐겁게 해 주던 놀이는 그밖에도 팽이와 연 자세가 있었지. 개구쟁이들이 추운 줄도 모른 채 연을 날리고 꽁꽁 언 냇물 위에서 팽이치기를 하고 놀았던 오래된 기억.. 그 기억들 모두를 비의 요정이 말해주었다. 나는 녀석들과 나눈 긴 대화 때문에 깜빡 졸았다. 그리고 컴 앞에 앉아 설날 놀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많이도 달라진 설날 풍경이다.


La fata della pioggia in Italia_Una bella pioggia di capodanno
il Primo Febbraio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La pioggia_Gigliola Cinquetti


Sul giornale ho letto che

il tempo cambierà,

le nuvole son nere in cielo e

i passeri lassù

non voleranno più.

Chissà perché?



Io non cambio mai,

        no, non cambio mai!

        Può cadere il mondo, ma,

        ma che importa a me?

        La pioggia non bagna il nostro amore

        quando il cielo è blu.

        La pioggia, la pioggia non esiste

        se mi guardi tu.

        Butta via l'ombrello, amor,

        che non serve più,

        non serve più, se ci sei tu. (Canta contin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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