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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r 01. 2022

봄은 소리 소문도 없이 이렇게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 남겨둔 오래된 추억


식물들과 인간 세상은 어떻게 다를까..?!


    서기 2022년 3월 초하루(현지 사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는 봄을 재촉하는 비가 추적추적 장맛비처럼 밤이 새도록 내리고 있다. 도시가 촉촉하게 젖어들기 시작했다. 대리석으로 만든 구도시는 반들반들 꼬까옷을 입은 듯 아름답다. 봄노래를 흥얼거리고 싶은 참 분위기 있는 날씨다. 


그런데.. 이런 날은 분위기와 달리 도시 전체가 냉장고 같다. 냉장고 문을 열면 찬 기운이 느껴지는 것처럼 현관문을 여는 순간부터 냉기가 단박에 스며든다. 3월 초하루.. 오늘 아침은 우리나라의 꽃샘추위를 닮았다. 봄을 시샘하는 겨울의 끝자락이 봄비에 매달려 있는 것이다. 



봄은 소리 소문도 없이 이렇게



이곳은 절기상 겨울이지만 아드리아해가 긴 호흡으로 불어대는 바람으로 바닷가에는 풀꽃들이 자지러지고 있다. 우리가 잠시 한 눈 판 사이 녀석들이 떼창을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식물들의 봄맞이는 인간세상과 달라도 많이 다르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있나. 


생김새도 전혀 다를 뿐만 이니라 생각(?)도 다르다. 살아가는 방법도 다르며 결실도 다르다. 녀석들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우리도 비슷한 과정을 겪게 된다. 남자 사람과 여자 사람이 결혼을 하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는 등 생로병사의 과정을 밟게 된다.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가 잘 모르는 식물들의 세계가 있다. 오늘 아침에 열어본 사진첩 속에 그 장면들이 오롯이 남아있었다. 이곳은 우리가 파타고니아 여행을 끝마치고 산티아고에 머물 때 거의 매일 드나들었던  남미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 위치한 쎄로 산 끄리스토발 공원(Parque Metropolitano Cerro San Cristóbal)이다. 


(여기까지 끼적거리다가 잠시 중단했다.) 하니가 현관문을 열다가 갑자기 "눈이다. 눈 온다~"하고 소리쳤다. 그러면서 그녀는 "어서어서..!" 하며 옷을 갈아입는 등 바쁘게 자기를 다그쳤다. 나는 이미 우산을 챙겨 들고 도로변으로 나가 비가 섞인 함박눈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이탈리아 남부에 내린 '첫눈' 예고편




그리고 그녀가 도로변으로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공원으로 향했다. 깜짝쇼를 연출한 함박눈은 대략 10분여 만에 그쳤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비와 눈에 젖은 구도시에 빗물이 가득 흐르고 있었다. 그때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우린 아직 철이 덜 들었나 보다..ㅋ" 하고 우스게 소리를 했다. 



포토, 봄은 소리 소문도 없이 이렇게
























(다시 이어간다.) 산티아고에 위치한 쎄로 뽀쵸코 공원은 구석구석 우리의 발도장이 찍한 곳이다. 오늘 등장한 앙증맞은 녀석들은 사람들의 출입이 뜸한 곳으로 양지바른 곳이다. 우리 인간들은 잠시 언급한 것처럼 눈송이만 봐도 호들갑을 떤다. 

그러나 식물의 세계.. 풀꽃들은 다르다. 녀석들은 우리들 몰래 소리 소문도 없이 얼굴을 빼꼼히 내밀다가.. 어느 날 꽃잎을 떨구고 씨를 맺는 것이다. 하늘의 일은 참으로 신묘막측하다. 산티아고에서 만난 아름다운 봄 풍경을 포스트에 담는데 글쎄.. 함박눈까지 선물하는가 말이다. 



이탈리아 남부에서 눈 구경하기란 쉽지 않은 곳이다. 그것도 3월 초하룻 날.. 봄이 성큼 다가온 듯하다. 우리는 식물들과 달리 계절에 둔감하다. 봄이 저만치 오실 때면 이미 봄날은 가고 있는 것이다. 그때마다 하니는 봄노래를 부르곤 했다. 봄날은 간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우는 /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 새파란 꽃잎이 물에 뜨서 흘러가더라 /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딸랑대는 역마차 길에 /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il Nostro viaggio in sudamerica con mia moglie_Santiago del CILE
il Primo Marzo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Cerro San Cristóbal (Chile)


El cerro San Cristóbal es un cerro ubicado en Santiago, la capital de Chile. Con una altitud de 880 m s. n. m. y una prominencia de 280 m, es el cuarto punto más alto de la ciudad, superado por el cerro Manquehue, el cerro Lo Aguirre1 y el cerro Renca.2 El cerro se encuentra entre las comunas de Providencia y Recoleta, y tiene a sus pies al Barrio Bellavista.



El cerro San Cristóbal es parte de un conjunto de montañas, junto a los actuales cerros Chacarillas, su cerro hermano; Los Gemelos y La Pirámide, que forman parte del Parque Metropolitano de Santiago, el parque urbano más grande de Chile y uno de los más grandes del mundo,3 con aproximadamente 722 hectáreas de extensió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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