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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r 15. 2022

한밤중에 만나면 으스스한 풍경

-죽기 전에 딱 한 번만 살아보고 싶었던 도시에서


당신은 언제쯤 귀신의 존재감을 맛보았는가..?!!



    두 여자 사람과 한 남자 사람이 무엇인가 들여다보고 있다. 옷 차림새를 미루어 겨울이다. 그렇다면 이곳은 어디인가.. 이곳은 미켈란젤로의 도시 피렌체(피렌체라 쓰고 '퓌렌쩨'로 읽는다)에 위치한 한 리스또란떼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퓌렌쩨 두오모(Cattedrale di Santa Maria del Fiore)를 중심으로 아르노 강변(Fiume arno) 서쪽에 있는 꽤 유명한 리스또란떼의 바깥 풍경이다. 길을 지나던 사람들이 만찬을 즐기기 위해 차림표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리스또란떼 이름은 올리오 & 꼰비비움(Olio & Convivium)이라는 곳이다. 링크를 열어보시면 근사한 풍경이 식욕을 돋울 것이다. 이 리스또란떼 홈피에 적어둔 소개에 따르면 이탈리아 토스카나 주의 전통요리와 와인을 맛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이탈리아 퓌렌쩨를 방문할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링크를 참고해 주시기 바란다. 특정 리스또란떼 홍보가 아니라 뽄떼 베끼오(Ponte Vecchio) 다리에서부터 이곳을 지나 뽄떼 산타트리니따(Ponte Santa Trinita) 앞까지 이어지는 길에는 볼거리도 넘쳐난다. 


IL NOSTRO MENU'


La cucina di Olio Restaurant ha sempre guardato con grande ammirazione alla tradizione culinaria toscana, cercando di riproporne lo spirito attraverso accostamenti innovativi ed esclusivi che potrai trovare nei nostri piatti, nella nostra enoteca e anche nel reparto gastronomia.

∼ Scopri le nostre specialità e lasciati tentare  ∼



한밤중에 만나면 으스스한 풍경


나는 어느 날 야심한 밤에 퓌렌쩨의 구도시 뽀르따 로마나(Porta Romana)의 골목길을 배회하고 있었다. 관광객은 물론 현지인들도 조차 방콕을 하고 있던 야심한 밤에 이곳저곳을 기웃 거리는 꼬레아노 1인은 대략 30분 전에 리스또란떼 일을 마치고 숙소로 가던 참이었다. 업무는 저녁 11시에 끝났으나 평소에 찜해 두었던 재밌는 골목길을 찾아 셔터를 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죽기 전에 딱 한 번만 살아보고 싶었던 퓌렌쩨를 사전 답사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랄까..



이 도시 어디를 가나 호기심 가득한 볼거리 천국이었다. 더군다나 사진이 취미인 내게 퓌렌체는 물론 이탈리아 전체가 하나의 보물섬인 것이다. 심심할 여지가 전혀 없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잠자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였던 것이다. 그때 만난 풍경 하나를 소개하며 당시의 느낌을 공유하고자 한다. 



맨 먼저 영상을 열어보시기 바란다. 47초짜리 짧은 영상에 담긴 풍경은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으스스했다. 늦은 밤.. 자정이 넘은 야심한 밤에 텅 빈 보떼가(Bottega, 가게 혹은 공방)에서 벽에 걸린 그림 한 장이 흔들흔들 움직이는 것이다. 그냥 지나쳐도 좋을 풍경이 호기심을 발동시키며 뷰파인더가 따라갔다. 



나는 이때부터 골목길 옆에 쭈욱 늘어선 공방과 골동품이 쌓여있는 가게를 지나치면서 시간여행을 하는 한편, 이곳에 살고 있었던 사람들이 남긴 유품에 묻어있는 이상한 느낌 때문에 겨울의 공기가 점점 더 차갑게 느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마치 주검을 안치해 둔 보관실 같은 느낌이 들면서 묘한 생명력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영혼을 상실한 주검에 깃든 귀신.. 흐흐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싶지만.. 한밤중에 인적이 끊긴 골목길을 혼자 배회하면서 이런 풍경을 본다고 생각해 보시라. 주변에는 아무도 없고 나 혼자였다니까..ㅜ 



벌건 대낮에 봐도 으스스한 느낌이 나는 오래된 작품들.. 이 작품들은 주로 이 도시에 살던 사람들이 남긴 유작들이자 시민들이 아끼던 작품들로 실내장식용이었다. 



만에 하나 당시의 느낌을 그대로 안고 이 작품들을 수입한 후 한 밤중에 일어나 불을 켜면 형체가 드러나며 소름이 돋을 정도가 아닐까.. 그것도 희미한 등불 아래서 발그레한 촉수 낮은 전등을 켜 두면 오래전에 봤던 '귀신 영화'가 단박에 떠오를 듯하다.



지금 다시 봐도 으스스한 장면들인데.. 그때는 어땟을까..ㅜ 



더군다나 오래된 이 작품들은 눈을 부릅뜨고 있으며 먼저 만난 영상 속의 이상한 풍경들 때문에 점점 더 공포감이 엄습하는 것이다. 산전수전 공중전 땅굴전까지 다 겪었지만, 이런 풍경은 퓌렌쩨서 처음 만나게 된 것이다. 그냥 1박 2일 혹은 2박 3일 등 짧은 일정으로 휙 지나치면 중세의 시간을 닮은 이런 풍경은 만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더 재밌는 일은 나중에 생겨났다. 한밤중에 만난 으스스한 풍경을 낮에 다시 찾아가 먼발치서 보는 것이다. 또 어떤 때는 진열장 가까이 다가서서 공포심의 근원이 무엇인지 확인해 보는 묘한 장난꾸러기.. 



우리는 언제인가 하늘의 부르심을 받고 본향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 부지런히 당신의 존재감을 낳아준 조물주의 습관을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복습하거나 습작을 통해 이 땅에 남기게 될 것이다. 그때 사람들이 남긴 작품들 속에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과 함께 어둠 저편의 그림자가 동시에 겹쳐 보이는 것이다.



어느 날 밤 미켈란젤로의 도시 퓌렌쩨서 만난 으스스한 풍경들.. 그 속에 귀신(鬼神)인지 영혼인지 모를 존재감이 배어났다. 귀신이란, 죽은 이의 넋으로, 저승에 가지 못하고 이승을 헤매고 있는 떠돌이 넋이라고 한다. 그것은 '죽은 이의 넋'이면서도 저승이라는 죽음의 세계에 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죽음도 삶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의 넋이 귀신이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녀석들이 세상을 떠돌다가 어느 날 이 골목을 사랑했을까..



그러고 보니 퓌렌쩨는 참 재밌는 도시이다. 산 자와 죽은 자의 넋이 공존하는 도시.. 어느 날 밤 나는 이 도시를 배회하다가 묘한 상황과 맞닥뜨리며 으스스한 추억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 끝..!


Un vagone medievale che illumina Firenze_La citta' di Michelangelo
il 14 Marzo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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