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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r 26. 2022

바람에 휘날리는 사람들

-10년 만에 잠에서 깨어난 파타고니아 여행 사진첩 #22


우리는 잠시 후에 나타날 일에 대해 전혀 알 수 없는 사람들..?!


   서기 2022년 3월 25일 오후(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날씨는 화창한 봄 날씨다. 바람은 잦아들었으며 볕은 따사롭다. 이런 날 김밥 도시락을 싸서 바닷가로 소풍을 나가면 3월을 만끽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니와 그림 수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시내 중심의 한 상점에서 염색약을 구입했다. 머리카락 일부에 염색을 덫입히고 싶었던 것이다. 아직 미장원을 다녀올 시간은 멀어 보였지만 바닷가에서 머리카락이 날리면서 탈색된 머리카락이 눈에 도드라졌다. 



집으로 돌아와 파타고니아 여행 사진첩을 열어보니, 그곳에도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리는 풍경이 눈에 띄었다. 우리가 탄 훼리호가 뿌에르또 이바녜스로부터 칠레 치코까지 항해할 때 동승한 사람들은 운명 공동체라 할 수 있다. 그럴 리가 없었지만 만에 하나 호수가 바다로 급변한 바닷속으로.. 타이타닉호와 같은 상황을 맞이한다면, 조금 전까지 이어졌던 환호는 순식간에 절망으로 변하거나 공포로 변하게 될 것이다. 그때 마지막으로 상갑판 위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모습들.. 



숨이 막힐 것 같이 격하게 불어대는 바람의 모습을 여성들의 머리카락으로부터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런 풍경은 겉으로 드러난 사람들의 모습이지만, 속마음은 어땠을까.. 사람들은 날씨 때문에 바람에 날리기도 하고 당신을 지배하고 있는 세상의 환경 때문에 바람에 날리거나 흔들리기도 한다. 불과 18일 전(3월 7일)에 파타고니아 여행기를 끼적거리면서 <잘 찍은 자, 속 시원히 떠나라>며 제20대 대선 투표를 먼 데서 응원한 바 있다. 


그런데 결과는 암울함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의 국운도 잠시 암울함으로 빠져들었고, 0.73% 차 앞선 당선자인 땡칠이도 암울함에 빠져들었다. 이때부터 커뮤니티의 사람들은 바람에 날리기 시작했다. 감자기 불어닥친 정국의 소용돌이에 빠져들면서 당신의 좌표를 찾아 우왕좌왕하는 모습들.. 생전에 이런 모습은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인생을 항해에 비교하며 노래하곤 했다. 607080 세대에게 널리 알려진 노래 세일링(Sailing(Rod Stewart ))의 노랫말을 열어보시기 전에 영상을 열어보시면 감동이 배가될 것이다.




Sailing(Rod Stewart )


I am sailing, I am sailing / Home again 'cross the sea / I am sailing, stormy waters / To be near you, to be free(난 항해하고 있어. 항해하고 있다고. 바다를 건너 고향으로.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를 항해하고 있어. 당신 곁에서 보다 더 자유롭고 싶어요)

I am flying, I am flying / Like a bird 'cross the sky / I am flying, passing high clouds / To be with you, to be free(나는 날고 있어. 날고 있다고. 새처럼 하늘을 가로질러. 높은 구름을 통과해 날고 있어. 당신과 함께 보다 자유롭고 싶어요)

Can you hear me, can you hear me / Thro' the dark night, far away / I am dying, forever trying / To be with you, who can say(내 말 들리니. 내 말 들리냐고. 저 멀리 어두운 밤 사이로. 쉬지 않고 노력하지만, 나는 죽어가고 있어요)

Can you hear me, can you hear me / Thro' the dark night, far away / I am dying, forever trying / To be with you, who can say(내 말 들리니. 내 말 들리냐고. 저 멀리 어두운 밤 사이로. 쉬지 않고 노력하지만, 나는 죽어가고 있어요)

We are sailing, we are sailing / Home again 'cross the sea / We are sailing stormy waters / To be near you, to be free(우리는 항해하고 있어. 항해하고 있다고. 바다를 건너 다시 집으로. 우리는 폭풍이 휘몰아치는 바다를 항해하고 있어. 당신 곁에서 보다 더 자유롭고 싶어요)

Oh Lord, to be near you, to be free / Oh (my) Lord, to be near you, to be free / Oh Lord / Oh Lord, to be near you, to be free / Oh (my) Lord, to be near you, to be free / Oh Lord(오 주님, 당신 곁에서 좀 더 자유롭고 싶어요. 오 나의 주님,  당신 곁에서 보다 더 자유롭고 싶어요. 오 주님, 당신 곁에서 보다 더 자유롭고 싶어요. 오 주님, 당신 곁에서 보다 더 자유롭고 싶어요. 오 주님..(번역: 역자주)



포스트를 작성하면서 하니와 함께 바라본 훼리호의 항해 모습.. 그녀는 "다시 가보면 어떨까..?!"하고 반문했다. 나는 그 즉시 "이제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 당시에 느꼈던 감동이 있을 리 만무하고.." 하며 말끝을 흐렸다. 속으로는 다시 가 보고 싶었다. 그러나 우리네 삶이란 그리 녹녹지 않다. 그녀의 색 바랜 머리카락처럼 염색약으로 땜빵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주사위는 던져졌다. 당분간 대한민국의 정국은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바다 혹은 호수보다 더한 악천후가 계속될 것이다. 그때 어디론가 잠시 떠나도 좋을 것 같다. 노랫말의 주인곤은 하늘나라를 향해 고통의 바다를 건너고 있는 모습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건너고 있는 라고 헤네랄 까레라스는 이 땅에서 꿈꾼 최고의 여행지이자 바람의 땅 파타고니아.. 하늘이 내려주신 최고의 선물을 안고 항해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다시 <어린 왕자>의 저자 생텍쥐페리의 어록을 뒤져 상심한 마음의 고통을 나누고 싶다.



Antoine de Saint-Exupéry


"Si tu veux construire un bateau, ne rassemble pas tes hommes et femmes pour leur donner des ordres, pour expliquer chaque détail, pour leur dire où trouver chaque chose... Si tu veux construire un bateau, fais naître dans le cœur de tes hommes et femmes le désir de la mer."


"당신이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목재를 가져오게 하고 일을 지시하고 일감을 나눠주는 일을 하지 말라. 대신 그들에게 저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줘라."



우리를 태운 훼리호는 어느덧 호수 가운데를 지나 칠레 치코 가까운 곳의 작은 섬 곁을 통과하고 있었다. 섬 위에는 등대를 닮은 등주가 우리를 빤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서쪽 하늘에는 해넘이가 시작되고 있었다. 해넘이에 비친 호수가 큰 바다를 닮았다. 



우리는 황금빛 햇살이 쏟아지는 곳에서 어둠이 깃든 땅으로 항해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때 하니가 "아고.. 바람은 웰케 불어대던지.."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바람의 땅으로 들어가는 통과의례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해넘이가 시작된 상갑판 위로 달님이 두둥실..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영상에서 만나봤을 것이다. 바람에 휘날리는 사람들..



세상에도 바다와 호수 위에도 풀숲에도 언덕과 산 위와 골짜기에도 그 어느 곳에도 바람이 분다. 피할 수 없는 운명 앞에서 우리는 살아가게 될 것이다. 잠시 잠깐 불어닥친 바람을 견디는 법을 파타고니아에서 배웠다.



 바람의 땅에 사는 나무와 풀꽃들은 바람에 맞서지 않았다. 잠시 허리를 굽히는 동안 달님과 해님이 번갈아 머리 위로 지나쳤다. 우리 앞에 놓인 여정은 전혀 모른 채 그저 훼리호에 몸을 맡겼을 뿐인데.. 잠시 후 우리는 생전 듣보잡의 마을 칠레 치코(Chile Chico)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때부터 다시 기나긴 여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계속>


il Nostro viaggio in Sudamerica_Il lago General Carrera CILE
il 25 Marzo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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