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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r 25. 2022

모래언덕을 만드는 작은 아이들

-아드리아해 사구(砂丘)의 작은 보고서 XIII


무릇 세상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었지..?!!



    서기 2022년 3월 24일 저녁나절(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사진첩을 열었다. 그곳에는 이름도 예쁜 봄바다가 펼쳐져 있다. 이름은 예쁘지만 적당히 성깔진 바다 아드리아해.. 하니와 오후에 잠시 산책을 다녀온 후 다시 봄바다를 보며 상념에 젖고 있다.



나는 바람소리를 쉭쉭 내는 바다를 보면서 내가 좋아하는 바이블(BIBBIA)의 창세기를 기억해 내고 있다. 빕비아를 묵상한 사람들 마다 조금씩 생각하는 바가 다를 것이다. 번역된 내용도 그렇고 마음 가집도 그러할 것이다. 봄바다도 그랬다. 바다가 평온하면 마음이 평온한 것 같고 이렇듯 성깔을 부리면 바다도 속상한 듯싶다. 그런데 그저 평볌헤 보이는 바다에도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하면 대서사시가 아드리아해 저 너머에서 들려온다. 조가비 한 조각에도 사연이 깃들어있게 마련이다. 아무튼 창세기 1장을 열어볼까..



Genesi(창세기: 제1장 1절~8절)


[1] In principio Dio creò il cielo e la terra.

[2] Ora la terra era informe e deserta e le tenebre ricoprivano l'abisso e lo spirito di Dio aleggiava sulle acque.

[3] Dio disse: "Sia la luce!". E la luce fu.

[4] Dio vide che la luce era cosa buona e separò la luce dalle tenebre

[5] e chiamò la luce giorno e le tenebre notte. E fu sera e fu mattina: primo giorno.

[6] Dio disse: "Sia il firmamento in mezzo alle acque per separare le acque dalle acque".

[7] Dio fece il firmamento e separò le acque, che sono sotto il firmamento, dalle acque, che son sopra il firmamento. E così avvenne.

[8] Dio chiamò il firmamento cielo. E fu sera e fu mattina: secondo giorno.



창세기 제1장 1절~8절


1. 태초에 신께서 땅과 하늘을 창조하시니라

2. 그렇지만, 땅은 형체가 없었으며 사람이 살지 않았다. 어둠은 심연을 덮었으며. 신의 영(spirito di Dio )은 수면 위를 떠다니고 있었다.

3. 신께서 이르시되 "빛이 있으라"하시매 빛이 있었다.

4. 신께서 그 빛을 보시니 좋았다. 신께서 빛과 어둠을 나누었다.

5. 빛을 낮이라 칭하고 어둠을 밤이라 칭하셨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는 첫날이었다.

6. 신께서 이르시되 "물 가운데 궁창(하늘)이 있어 물과 물을 나뉘라(separare)" 하셨다.

7. 신께서 궁창을 만드사 궁창 아래의 물과 궁창 위의 물로 나뉘게 하시니 그대로 되었다.

8. 신께서 궁창을 하늘(cielo)이라 불렀다. 그리고 저녁이 오고 아침이 되었다. 이는 둘째 날이었다.



지금 보고 계신 아드리아해의 성깔 난 바다는 이렇게 탄생했다고 한다. 흠.. 말도 안 돼 하고 따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세상은 별로 재미가 없게 된다. 빕 비아의 저자는 여기까지 기록할 때 많은 고민과 묵상을 하며 책으로 엮은 것이다. 나는 이런 환상적인 기록을 좋아한다. 그래서 바다는 물론 파도를 일으키는 바람과 작은 모래 알갱이와 풀꽃 등 세상 만물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나의 취미인 '사진'은 그렇게 나와 동행하며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찾게 되는 것이다. 그냥 지나치면 너무도 평범한 바닷가 풍경들..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빕비아의 저자가 될 수도 있고,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수도 있는 것이랄까.. 사진은 창조 영역이 아니라고 말했다. 신께서 창조해 놓으신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발견해 내는 일이자 산물이다.



어느 봄날, 내 앞에는 수를 헤아릴 수도 없는 작은 모래 알갱이들이 아드리아 해서 불러오는 바람에 떠밀려 어디론가 쏜살처럼 내달리고 있었다. 그는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질주하는 아이들'을 생각해 내고 있었다. 파타고니아에는 세상이 통째로 바위로 이루어진 산들이 빼곡하다. 



그 아름답고 장엄함 바위산에 비하면 바람에 날리는 모래 알갱이는 먼지나 다름없다. 세상을 보다 넓게 인식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광활한 우주에 펼쳐진 행성들의 수가 4조 개가 더 넘는다고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먼지 한 톨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 인간의 존재는 우리 동네 바닷가에서 바람에 날려 다니는 아이들의 크기만 하다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은 것이다. 영상을 열어볼까..



영상을 열어보신 분들은 무릎을 탁 치게 될 것이다. 우리 동네 바닷가의 사구는 아드리아해의 바람이 억만 겁을 통해 쌓아 올린 흔적들이다. 쌓고 허물어지면 또 쌓은 바람의 흔적들이 어느 날 나의 발걸음을 붙든 것이다. 빕비아에 기록된 천지창조의 모습을 보면 명령어 하나에 천지가 뚝딱뚝딱 만들어지는 것처럼 여겨질 것이다.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모래 언덕을 만드는 작은 아이들의 모습에서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된다. 그게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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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 24 Marzo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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