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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03. 2022

피렌체, 행복의 파랑새를 위하여

-죽기 전에 딱 한 번만 살아보고 싶었던 도시에서


파랑새 있다 없다..?!


    서기 2022년 4월 3일 아침나절(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우리네 삶을 돌아보고 있다. 우리는 죽기 전에 딱 한 번만이라도 미켈란젤로의 도시 피렌체(피렌체 라 쓰고 '퓌렌쩨'라 읽는다)서 살고 싶었다. 이 도시는 우리 행성의 여러 내로라하는 도시들 중에 으뜸이었다. 시간을 거꾸로 돌려보면 이 도시가 위치한 타임라인은 중세(Medio Evo)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세는 전후기로 나뉘며, 중세 전기(中世 前期)는 유럽사의 중세 기간 중 일부이며, 476년부터 1000년까지를 일컫는 용어로 말하고 있다.


중세 전기의 시작은 서로마 제국의 멸망 (476년)부터 시작되며, 1001년 이후에는 중세 중기가 시작된다. 이 시기는 게르만족의 민족 대이동이 시작된 시기이다. 서로마 제국은 멸망했지만 동로마 제국은 이를 지속하고 로마 제국의 정통성을 지켜냈다고 위키백과가 전하고 있다. 관련 역사 등에 관해서는 서양사를 공부하신 여러분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중세를 언급한 것은 시간차 때문이다.



중세시대는 대략 1000년의 기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어떤 사학자들은 로마 황제 테오도시우스(Flavio Teodosio Augusto, 395년)의 죽음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때부터 대략 1천 년 후에 르네상스가 시작되었으며, 내가 좋아하는 미켈란젤로의 도시 퓌렌쩨가 서서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랄까..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어느 날 자정이 넘은 야심한 시각에 숙소에서 멀지 않은 퓌렌쩨의 명소 베끼오 다리(Il Ponte Veecchio) 위에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베끼오 다리는 아르노 강(Fiume Arno) 상류와 하류를 조망할 수 있도록 다리 가운데가 양쪽으로 뻥 뚫려있다. 그래서 이곳을 찾는 세계인들은 양쪽을 번갈아 보며 기념촬영을 하곤 한다. 아르노 강 동쪽에는 뽀르따 산 니꼴라(Porta San Niccolò) 탑이 뽄떼 알레 그라찌에(Ponte alle Grazie) 다리 너머로 우뚝 솟아나 있다.



그리고 시선을 서쪽 강 하류 쪽으로 돌려보면 그곳에는 뽄떼 산타 뜨리니따(Ponte Santa Trinita) 다리가 보인다. 이 다리는 뽄떼 베끼오 다리와 함께 단테가 사랑한 베아뜨리체를 만났던 장소로 유명하다. 다리 위에서 서쪽으로 봤을 떼 그곳에는 피티 궁전(Palazzo Pitti)이 있고, 중세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뽀르따 로마나가 피티 궁전 주변을 에워싸듯 펼쳐져 있는 곳이다.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직후 내가 머물렀던 숙소기 위치한 곳이다.


어느 날, 하루 일과를 끝마치고 인적이 드문 퓌렌쩨 곳곳을 누비며 미켈란젤로의 도시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사진을 취미로 살아온 내게 퓌렌쩨는 보물과 다름없었다. 매일 무시로 어느 곳을 들여다봐도 피사체는 뷰파인더를 약 올릴 정도로 이야기 소재가 넘쳐났다. 중세의 의미를 돌아보는 것도 그 때문이다.



대략 1천 년의 시간이 차곡차곡 겹겹이 쌓인 도시에 르네상스라는 꽃이 피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 과정이 결코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먼 나라에 살고 있는 꼬레아노를 자극하면서 파랑새도 둔갑한 것이랄까.. 베끼오 다리 위에는 아르노 강을 조망할 수 있는 두 공간을 제외하면 다리 위에는 보석상점들이 즐비하다. 단테와 베아뜨리체의 사랑을 미끼로 한 상술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고 있는 것이랄까..



잠시 베끼오 다리 위에서 그리고 근처를 서성거리는 것만 해도 이야기는 차고 넘친다. 이 도시 어디를 둘러보며 이곳저곳을 찔러봐도 시도 때도 없이 이야기보따리가 와르르 쏟아지는 곳. 우리가 죽기 전에 살아보고 싶었던 도시는 이렇게 우리를 유혹하며 파랑새를 날려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뽄떼 산타 뜨리니따(Ponte Santa Trinita) 다리 위에서 바라본 뽄떼 베끼오(Ponte Vecchio)의 야경


그리고 어느 날.. 이탈리아행 비자를 챙기고 퓌렌쩨로 훌쩍 떠나게 된 것이다. 사람들에게 파랑새는 손에 잡힐 듯 먼 곳에 있는 무지개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우리에게 손짓을 한 파랑새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하면서부터 천년 고도와 소통할 수 있는 언어를 익히게 되었으며, 퓌렌쩨 곳곳을 거의 빼놓지 않고 발도장을 찍었다.



작금에 들여다본 내 조국 대한민국에 등장한 불협화음 이상의 풍경을 보면서 파랑새를 떠올렸다. 당신의 행복을 지켜줄 파랑새의 시선은 보다 넓고 세심하다. 사람들은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라고 말한다. 어둠이 깃들면 깊은 밤이 오고 다시 새날이 밝을 것이다. 새날을 준비하는 사람들..



행복의 파랑새를 만나고 싶은 사람들은 높이 날지 못할지라도 늘 깨어있어야 한다. 새날을 준비해야 한다.


Un vagone medievale che illumina Firenze_La citta' di Michelangelo
il 03 Aprile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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