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Nov 02. 2019

배추 겉절이가 절절이 생각난 하루

-입맛 당기는 배추 겉절이 삼겹살 생굴무침 삼합


이런 게 향수병이지 아마..!


요즘 내가 자주 즐겨먹는 게 돼지 목삼겹살이다. 돼지 목삼겹살은 부위에 따라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뼈 없는 목삼겹살과 뼈가 붙은 게 그것이다. 목삼겹살의 부위를 생각하면 단박에 이해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전자의 부위를 선호하게 되는데 이탈리아에서 만난 목삼겹살은 후자의 경우로 값이 조금 더 나간다. 뼈를 씹어 먹는 것도 아닌데 가격이 더 비싼 것. 


하지만 후자의 고기를 선택했을 때 식감은 물론 맛에서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이게 된다. 전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밋밋한 맛을 보인다면, 후자는 보다 더한 풍미를 선사하는 것. 조금 더 고소하고 입안에서 알 수 없는 야릇한 맛을 선보인다. 따라서 글쓴이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의 한 대형마트 판매대에서는 후자를 차별하여 진열해 놓는 것이다. 가격이 조금 더 비싸다. 


그러나 이 같은 가격은 우리나라의 돼지고기 부위별 단가와 큰 차이를 보이는 것. 이날 구입한 뼈가 붙은 돼지 목삼겹살의 무게는 한 팩에 대략 1킬로그램이었고 가격은 4.6유로였다. 우리 돈으로 환산해 보면 대략 6000원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의 돼지고기 시세를 비교해 보면 한마디로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먹던 돼지고기의 맛을 비교하면 이탈리아산 돼지고기의 맛이 월등했다. 


녀석을 프라이팬 위에서 굽고 난 후 맛을 보면, 육즙이 풍부하고(조리 방법에 따라) 입안에 감도는 달콤한 맛 등 식감이 보다 우세한 것이다. 이 같은 사정 등으로 국민식품 돼지 삼겹살은 내가 애용하고 있는 식 재료이다. 그런데 이틀 전 사정상 한국에 가 있는 아내와 통화를 하면서부터 내가 느끼고 있던 돼지 목삼겹살에 대한 생각이 바람 앞에 촛불처럼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아내가 통화 중에 '김장'을 언급했던 것이다. 머지않아 다시 이탈리아 돌아올 아내가 몇 포기의 김장을 담그기로 한 것. 앞으로의 여정을 생각하면 매우 짧은 기간이었지만 아내는 김치를 담가 먹고 싶었을까. 




본문에 삽입된 자료사진 석장은 소금에 절인 올리브를 곁들인 돼지 목삼겹살 구이의 먹음직스러운 모습이다.


나는 아내로부터 김장 소식을 전해 들은 즉시 이웃들과 맛있게 나누어 먹던 겉절이 김치가 절절이 생각났다. 어떻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맛을 내는 겉절이 김치는, 이맘때 우리나라 국민들이라면 누구나 무시로 먹을 수 있었던 최고의 식품이자 요리였다. 


배추 속 얼마간을 취한 후 소금에 잠시 절였다가 씻은 다음, 고춧가루며, 생강이며, 마늘이며, 파 등을 젓갈에 버무려 먹으면, 세상이 천국으로 급 변하는 것이다. 아내와 전화 통화 중에 요즘 내가 즐겨먹던 돼지 목삼겹살에 뭔가 허전한 구석이 발견된 것. 


 해외생활을 오래 한 내게 닥친 이런 현상은 향수병이나 다름없었다. 외국의 현지에서 잘 적응해 살아가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당신이 잊고 살던 조국의 향기가 뼛속 깊이 스며드는 것이다. 아내는 이런 현상에 대해 간단히 정리했었다.


"부모와 나라는 바꿀 수 없는 운명이잖아..!!"


나의 유전자 속에서 억눌려(?) 살던 녀석들이 반란을 일으킨 것일까. 나를 깨운 기억 때문에 그 즉시 외장하드를 열어 김장 담그는 시기에 이웃들과 맛있게 나누어 먹었던 사진 한 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금 내가 먹고 있는 돼지 목삼겹살을 보다 한 차원 더 끌어올리고 우아한 맛으로 거듭나게 하려면, 배추 겉절이에 잘 구운 삼겹살과 생굴을 무친, 이른바  배추 겉절이에 잘 구운 삼겹살과 생굴무침 삼합이 필요했던 것.





이탈리아에 지천에 널린 발효 식품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국민적 식품이 김치라는 걸 깨우쳐 준 김장김치 시즌이 다가온 것이다. 그래서 접시에 올려둔 돼지 목삼겹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배추 겉절이가 절절이 생각나는 것. 아내로부터 김장소식이 전해져 오지 않았더라면 잊고 살 텐데.. 결국 아내가 내게 염장을 지른 셈일까. 


글쓴이가 살고 있는 이곳에 우리나라에서 먹던 매콤 달콤하고 아싹하며 입안에서 풍기던 잘 익은 젓갈이 흔하다면, 서민들이 잘 살아갈 수 있는 지구별 최고의 도시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우리 속담에 "물 좋고 정자 좋은 곳 없다" 더니, 하늘은 두 개를 동시에 주는 법이 없나 보다. 배추 겉절이 때문이었다.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쓰다.


FILOSOFIA DELLA CUCINA ITALIANA
ALMA il Marchesi_Colorno PARMA
Piatto 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매거진의 이전글 돼지 목삼겹살의 화려한 외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